김덕만 한국교통대 교수(전 국민권익위 대변인)

관료들끼리 제 식구 챙기기로 전락한 퇴직자취업제한제도(공직자윤리법)를 대수술할 때가 드디어 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대국민담화에서 취업제한제도를 확 뜯어고치겠다고 발표했다. 더 이상 관료끼리 두둔하며 자리를 나눠먹는 관행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발표대로만 된다면 나눠먹기 관행은 불가능해졌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안전행정부 소속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맡고 있는 공직자윤리 업무의 핵심은 공무원 퇴직자취업제한제도와 공직자재산등록이다. 퇴직관료 취업제한제도는 무늬만 심사였지 산하기관에 갈 관료는 맘먹은 대로 거의 다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10년간 식품의약품안전처 4급 이상 고위공직자 중 퇴직자 재취업현황(2005~2014.4)’에 따르면 93명 중 89%에 해당하는 83명이 유관기관이나 이익단체, 관련 사기업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안전행정부의 자료를 보면 2011∼2013년에 주요 협회 79곳에 퇴직관료 141명이 직무 관련성을 따지지도 않고 취업했다. 대통령도 담화에서 언급했듯이 최근 3년 동안 취업제한제도의 심사대상 중 7%만이 취업제한을 받았을 정도다. 공직자의 재산등록도 허술하긴 마찬가지다.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증식을 막자는 취지에서 20여 년간 지속되고 있는데 형식적으로 대충 재산등록만 해 놓는 편이다. 재산등록이 규정대로 됐는지 확인 점검은 거의 안 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자식에 증여한 재산이나 부모 재산은 고지거부하게 돼 있어 재산을 빼돌리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허위로 재산을 등록한 것도 부지기수다. 제대로 걸러내고 원칙에 맞춰 공직자들의 재산이 등록되어 있었더라면 공직자 인사검증이나 청문회 때마다 공직자의 위장전입 여부와 재산증식 시비는 모두 없어졌을 것이다. 다시 말해 공직자는 본인의 재산증식, 납세, 자녀재산 등을 등록하게 돼 있는데 공직윤리위원회가 이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왔다는 말이다.

공직윤리위원회 심사위원 구성도 문제다. 엄격히 심사해야 할 공직윤리위원회의 심사위원도 관료 출신이 거의 다 맡아왔다. 윤리위원장 역시 법무법인에서 일하던 법조인이었고 간혹 행정부 관료출신이 끼어들었다. 공직심사위원 자리를 알음알음 관료끼리 나눠먹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허점과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국민들의 투명성 눈높이에 맞춰 윤리심사위원 자격을 개정하고 절대다수 심사위원을 민간 전문가에 개방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취업제한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겠다고 대통령이 밝혔는데 적어도 5년으로 늘려야 ‘관피아’ 논란이 없어질 것이다.

재산등록업무도 지금처럼 대충하지 말고 등록기준을 엄격히 해 위반자에 대해서는 바로바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직자윤리법을 아예 폐지해 버리고 관료끼리 자리를 나눠 갖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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