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명 국립제주박물관장

▲ 김성명 관장
지난 일요일, 아점을 먹고 TV를 켰다. MBC프로그램, 서프라이즈였다. 오늘은 또 어떤 놀랄 만한 일이 소개될까? 비틀즈 멤버 폴 매카트니가 헤이 쥬드를 만든 이야기였다. 누구나 학창 시절에 비틀즈 노래 한두곡 쯤 흥얼거렸을 것이다. 그들은 영국이 낳은 최고의 그룹사운드였고, 그 멤버의 한 사람인 존 레논이 오노 요코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비틀즈의 음반이 지금까지 약 4억장이나 팔렸다고 하니…….

그런데 나는 내가 가끔 흥얼거리거나, 누군가의 스마트폰 컬러링이 헤이 쥬드였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으나, 그 심오한 노래가 아버지에게 상처받고 슬픔에 빠진 어린 줄리안 레논을 위해 만든 노래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바로, 인터넷을 뒤져 가사를 곰곰이 씹었다. 그 가사의 대강은 이렇다. 쥬드야! 걱정 하지마라. 너는 나쁜 상황을 더 좋게 할 수 있어, 그러려면 넌 그 상황을 잊지 말고 행동해야 돼. 개선해야해. 세상 짐을 혼자 어깨에 올리지 말고 말이지…….

세계가 조금 더 차가와지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는 사람은 바보라는 걸. 너는 슬픈 노래를 좋게 할 수 있어. 시작할 수 있다고. 그렇게 하려면 행동하고 솔선수범해야 하는데……. 그 행동할 사람이 바로 너라는 것. 어른 폴매카트니는 어린 쥴리안 레논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며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일깨워준다.

폴 매카트니는 지난 2012년 7월 런던올림픽 개막식 때 피아노를 연주하며 ‘헤이 주드’를 불렀다. 개막식 총감독 대니 보일은 왜 이곡을 개막식의 첫 무대에 등장시켰을까? ‘시(詩)는 만국의 공통 문법’이고, ‘음악은 만국의 공통언어’니까……. 그러한 희망. 나쁜 상황을 더 좋게 하려면……. 혼자 끙끙거리지 말고, 함께 행동하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왜? 헤이 쥬드에서 갑자기 우리의 상황이 겹쳐질까? 어느 개인, 어느 사회, 어떤 국가에서든지 늘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하여 집단을 이루고 사회를 형성한 이래, 누군가에겐 또는 어느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이런 저런 사건이 발생하고 힘겨운 상황이 전개된다. 때론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관심사로 확대되기도 한다. 나쁜 상황은 어떻게 개선될까?

31년 전, 1983년에 창간한 <한국사회연구>1(한길사)의 펴내는 글 중간에서 옮긴다.
“……. ‘우리의 삶과 사상’을 생각하려고 한다. 바로 오늘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들 자신이 만들어내는 사상과 사회를 작업의 주체로 삼음으로써 ‘우리의 학문’ ‘우리의 문화’ ‘우리의 논리’를 모색해 보자는 것이다. 이 땅에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역사적 현실에 뿌리를 내리는 학문과 사상을 우리는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살아 있는 문화는 관념으로서가 아니라 역사와 현실에 굳건히 발을 딛고 이루어지는 ‘실천적인 인식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의 펴내는 글 끄트머리는 ‘어느 한 두 사람의 생각과 손에 의해 기획되고 만들어질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될 것이다. 이 시대의 아픈 현실을 피하지 않고 만나면서 성찰하는 우리들 모두의 공동작업에 의해 가능할 것이다…….’ 라고 맺고 있다.

나는, 3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파트와 자동차만 늘어났을 뿐 별로 달라진 게 없는 우리 사회의 희망을 위해, 헤이 쥬드를 부르련다. 노래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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