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가 직접 나서 토론회 개최 … 마을정책 검증 ‘호평’
오창환경지킴이, ‘청주마실’ 등 개최… 선거문화 바뀔까?

▲ 지난 23일 주부들로 구성된 오창환경지킴이는 충북도의회 청주시11선거구 입후보자를 초청해 ‘오창의 환경과 안전, 후보자에 듣는다’란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 날 만은 분위기가 달랐다. 유권자인 주민은 주문을 쏟아냈고 후보자들은 낮은 자세로 경청했다. 일부 주민들의 호통에 가까운 목소리조차 후보자들은 가슴에 담겠다고 했다. 

이번 6·4 지방선거의 특징은 조용한 선거운동이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유세차량의 소란스런 로고송도 없고 법석에 가까운 선거운동도 사라졌다. 사고가 발생한 4월 16일 이후 후보들의 선거운동은 잠정 중단되기도 했다.  반면 이런 분위기가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축소한다는 지적도 있다.

도지사부터 교육감,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 7개의 투표용지를 부여받는 유권자가 후보자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투표해야 하는 ‘깜깜이 선거’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후보자들도 답답하기는 매 한 가지.  청주시 기초의회에 입후보한 A 씨는 “여러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다 보니 광역단체장 선거만 관심이 쏠린다. 유권자들이 몇 개월 전부터 후보 명함에 시달리다 보니 넌덜머리를 낸다. 현역의원도 아니고 나를 알릴 방법이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유권자들이 직접 나서 토론회를 조직해 후보자의 정책을 검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3일 오창 지역 환경 문제에 대해 6·4 지방선거 입후보자의 의견을 듣는 토론회가 진행된 오창벤쳐프라자 회의실.  이날 행사는 오창지역 주부들이 중심이 돼 구성된 단체인 오창환경지킴이(대표 박성희)가 ‘오창의 환경과 안전, 후보자에게 듣는다’란 주제로 마련했다.

오창환경지킴이는 이날 토론회를 위해 회원들로부터 4개의 사전 질문을 마련하고 선관위원회가 정한 절차에 따라 각 후보에 요청서를 보냈다. 주민들에게 각종 홍보를 했다.

이렇게 해서 주부가 다수를 이룬 가운데 50명 가까운 주민이 토론에 참석했다.

오창환경지킴이는 처음 질문으로 옥산지역에 건설 예정인 SK열병합발전소 연료문제에 대해 질문했다. 이들은 “SK열병합발전소에 사용될 연료가 유연탄이라며 환경을 위해 천연가스로 교체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느냐”고 물었다.

먼저 답변에 나선 통합진보당 김도경 도의원 후보는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해도 유해물질은 배출된다. 기업은 돈이 되는 것 중심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돈이 되면 우선 순위로 한다. 기본적으로 열 병합 발전소가 설치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답변했다.

새정치연합 이의영 후보는 “현재 청원군과 충청북도가 해당기업과 협의중에 있는 것으로 안다.  열병합발전소가 들어오지 않으면 좋다. 현실적으로 유연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시설은 안된다고 생각한다. 천연가스 연료를 사용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조건부로 허용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TV 토론보다 긴장감 넘쳐

이에 진행자가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려는 순간 방청석 주민들이 이의를 제기했다. 옥산면발전위원회 대표라고 소개한 한종설 씨는 “각 질문마다 주민들의 질의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진행방식을 바꿔줄 것을 요구했다.

사회자는 “선관위가 지정한 방식대로 해야 한다”며 거부했지만 주민들은 또 다시 이의를 제기했다. 후보자들의 양해를 얻어 첫 질문에 대한 주민 질의로 넘어갔다. 주민들은 그동안 쌓여 있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질문자로 나선 한종설 씨는 “열병합발전소보다 더한 문제가 있다. ○○○이라고 하는 업체가 새로이 소각장을 운영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곳에서 폐기물 고형물을 생산한다. 전국에서 쓰레기를 가지고와 이곳에서 태운다. 보일러외에 소각장까지 신청해서 하가작업이진행중에 있다”며 후보들의 대책을 물었다.

오창 코아루아파트입주자회의 대표라고 자신을 소개한 주부 B씨는 “정치인들은 함부로 주민 안전과 건강을 이야기 하지 말라. 사람이 먼저라고 쉽게 말하지 말라. 차라리 입에 올리지 말라. 그동안 뭐했나. 정치인들이 먼저 나서라”고 요구했다.

주민 C 씨도 “오창 매립장 때문에 8년 동안 고통을 겪었다. 이것하나 해결하지 못한 지역의 정치인들은 그동안 뭐 했나”며 “후보자들의 복안을 이야기 해달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즉홍적인 질문이 쏟아지자 후보들은 진땀을 흘리는 모습을 모였다. 토론회에 참가한 주민 D씨는 “속이 후련하다. TV토론은 너무 점잖다. 이런 자리가 아니면 우리가 언제 이렇게 하겠나. 검증도 하고 속에 쌓여 있던 것도 이야기하며 후보들과 교감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오창환경지킴이 토론회처럼 주민이 직접 나서 만든 것도 있지만 동네신문이나 사회단체가 주관한 토론회도 여러 곳에서 진행됐다.

지난 23일 성화동과 개신동 마을 신문인 청주마실(대표 이재표)도 주민들과 함께 토론회를 진행했다. 청주마실의 두 번째 토론회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새누리당 후보는 불참했지만 3명의 후보가 참여해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주민 패널이 참석해 질의하고 후보자간 상호토론도 진행됐다.

26일에는 청주시지역사회복지협의체와 행동하는복지연합 주관으로 ‘통합청주시장 후보 삶의 질 토론회’가 열렸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조용한 선거운동이 대세지만 마을을 바탕으로 주민이 만드는 토론회가 정치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26일 청주시지역사회복지협의회 주관으로 개쵠된 ‘통합청주시장후보 초청 삶의 질 토론회’ 모습. 이승훈 후보의 자리가 텅 비어있다. 결국 이날 행사는 한범덕 후보만 참가한 반쪽짜리 토론회가 됐다.


토론 불참…새누리 후보 입 맞췄나
사전약속 이승훈, 예고없이 불참…광역·기초도 불참

토론회는 유권자가 정책과 후보자의 됨됨이를 검증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개최한 토론회에 새누리당 후보들이 잇달아 불참하면서 구설에 휘말리고 있다. 심지어 새누리당 이승훈 청주시장 후보는 통보조차 없이 불참해 주최 단체가 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6일 ‘통합청주시장 후보 삶의 질 토론회’ 1부 사회를 맡았던 행동하는복지연합 양준석 사무국장은 토론회 첫 마디를 “이승훈 후보가 불참 했다”로 시작했다. 양 국장은 “이승훈 후보가 오기로 사전에 약정됐다.

오전 10시경에 모 인사로 부터 이 후보가 불참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토론회를 진행하려면 후보자 선관위에 토론회 승낙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미 지난주에 다 제출했는데 이 후보가 연락도 없이 불참했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장은 “이 후보의 이런 행위는 사회복지계 전체를 얕보는 일같아 비참하다”고 말했다.

주관단체 대표인 이태수 교수도 “두 후보를 모시려고 했는 데 유감”이라며 참석자에게 “복지는 정책의 산물이다. 정책은 정치의 산물이다. 그래서 복지는 정치의 산물이다. 복지계가 정치를 어떻게 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후보의 불참은 이곳만이 아니었다. 오창환경지킴이가 주관한 충북도의회 청주시11선거구 토론회에는 새누리당 유재평 후보가 불참했다. 청주마실이 개최한 청주시의회 바선거구 토론회에도 역시 새누리당 이병복, 서청원 후보가 선거운동을 이유로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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