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우 정치학 박사의 <민주주의에 반反하다>와 <공공성>

▲ 정순영 기자
정순영
옥천신문 기자

지방선거가 코앞인데 영 재미가 없다. 누군가 선거는 축제라고 그랬던가. 나조차도 선거 관련 기사를 쓰며 흔해빠진 수식어로 ‘선거를 주민들의 축제로 만들자’고 떠들어왔지만, 축제는 무슨···감동은 둘째 치고 그 어떤 후보도 제대로 된 볼거리, 들을거리조차 유권자들에게 제공하지 못하는 우리 동네 선거 상황을 지켜보며, 짜증이 난다기 보다는 자괴감 혹은 부채의식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지방선거가 코앞임에도 선뜻 표를 주고픈 후보 하나 찾기가 어려운 지역 정치의 현실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옥천신문은, 옥천은, 아니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었던 것일까?

정치학 박사이자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사회투자지원재단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하승우 선생님이 쓴 <민주주의에 반反하다>를 만난 것은 이러한 고민이 한참 깊어지던 2012년 즈음이었다. 그에 앞서 2년 전 출범했던 민선5기 옥천군은 ‘대한민국 주민자치 1번지’를 표방하며 각종 주민참여제도를 야심차게 추진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주민참여제도를 기반으로 보다 많은 주민들이 풀뿌리정치와 자치의 주인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그런 주민자치제도가 품고 있는 맹점에 대한 주민들의 실망감만 커져가는 듯 했다. 물론 그렇게 된 데는 애초부터 ‘참여ㆍ토론ㆍ소통’과 같은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관료사회가 차려 준 ‘주민참여제도’라는 밥상의 부실함 또한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 밥상마저 걷어차 버릴 것인가? 그럼 우리 손으로 진짜 우리의 밥상을 차리기 위해선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인가? 하승우 선생님의 <민주주의에 반反하다>는 이 같은 고민의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할 지를 알려주는 고마운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왜 우리는 언제나 정부를 중심에 놓고 정치를 사유할까? 그러니 누가 대통령 자리에 오르고 어느 당이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해야 하는 지로 논의가 끝날 수밖에 없다. 이제 질문을 달리해 보자. ‘누가 권력을 맡을 것인가’가 아니라 ‘내가 누구와 더불어 권력을 행사할 것인가’ ‘그 권력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로. 정부가 아니라 정치로, 정치인에 대한 열광에서 나와 더불어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의 삶과 욕구로 관심을 돌리면 새로운 정치가 보인다.(중략) 지금 우리이게 필요한 것은 정부나 통치가 아니라 정치와 자치이다.”
- 책 <민주주의에 반反하다 中>


생각해보니 우리 동네 선거도 진짜 ‘축제’처럼 재밌게 치러졌던 적이 있었다. 바로 2006년의 지방선거였는데, 전국 최초 지역정당을 표방한 ‘풀뿌리옥천당’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으며 당시 지역 노동자ㆍ농민의 힘이 결집된 진보정당의 선전도 놀라웠다.

최근 몇 년 새 옥천의 다소 우울한 정치현실이 눈을 가리고 있지만 <민주주의에 반反하다>에서 하승우 선생님이 쓴 표현을 빌려보자면, 옥천도 ‘우리의 경험과 지식으로 재구성될 만한 대안’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정치현실이 가장 어둡다고 여겨지는 지금이야말로 하승우 선생님의 말처럼 ‘둥글게 모여 앉아 이야기를 시작할 시점’은 아닐지.

25년 전에는 지역 주민들이 ‘동네에 제대로 된 신문은 하나 있어야 한다’며 둥글게 모여 앉아 옥천신문을 탄생시켰듯 이제는 옥천신문이, 옥천이, 아니 ‘우리’가 ‘동네에서 제대로 된 정치 한 번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둥글게 둘러 앉아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둥글게 둘러 앉아 어떤 이야기부터 시작해보면 좋을까?

역시 하승우 선생님이 쓰고 최근 발간된 <공공성>(책세상 폄)은 <민주주의에 반反하다>와 함께 진짜 주민이 주인인 지역정치와 자치를 만들어 가는데 지역이 함께 풀어가야 할 고민꺼리를 제공해주고 있다.(참, 이 두 권의 책이 더 고맙고 좋은 점은 바로 저자가 옥천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네 사람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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