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특별대우없이 다문화 통합교육하는 김경자 청주시립영운어린이집 원장

어린이집 문이 열리고 작은 아이들이 선생님 손을 잡고 나왔다. 바로 옆 놀이터에서 노는 바깥놀이시간이다. 귀여운 4~5세 꼬마들이 햇살 좋은 마당에서 신나게 뛰고 흙을 만지며 놀았다. 청주시립영운어린이집은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많이 다닌다.

영운어린이집 김경자(48) 원장은 “특별히 다문화어린이집으로 소개하고 있지 않지만 다니고 있는 원아들의 부모로부터 추천을 받고 오시는 경우가 많다. 이 동네에 다문화가정이 많이 살고 있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다문화통합어린이집이 되었다”고 전했다. 지자체에서 의도적으로 이 곳을 다문화통합교육기관으로 만든 게 아니고, 자연스레 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자연스레라는 건 없다. 원장이 이 점에 신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놀이터의 아이들 중에서 일반가정의 아이들과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구별할 수는 없었다. 김 원장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위한 별도의 행사나 프로그램을 하지는 않는다. 전체 아이들 중에서 ‘다문화’아이들을 따로 구분하는 것이 차별이 될 수도 있다. 아이 한 명 한 명의 성장에 관심을 두고 있다. 모두 예쁜 아이들이다”라며 아이는 그냥 아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유아의 부모 중에는 아이가 말이 늦는 이유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과 함께 있기 때문이 아닌지 우려하는 분도 있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일반화하여 대할 때 발생하는 문제다. 아기 때는 장점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 모든 아이에게 똑같이 정성을 쏟아왔고 부모님들도 설득해 왔다. 지금은 어린이집의 아이들과 부모 모두 일반가정과 다문화가정을 구분하지 않는다.” 이 원칙이 영운어린이집을 다문화어린이집으로 부르는 이유가 된 것이다. 쉬운 것 같지만 쉽지 않은 생각이다. 대개 차별하거나 특별대우하기 때문이다.

“엄마나라 말 배울 수 있게 하라”

어린이집에 입소 신청을 할 때 다문화가정의 자녀는 1순위에 해당한다. 집 가까운 곳에서 원하는 어린이집을 선택할 수 있다. 우선순위에는 저소득층 가정과 맞벌이 부부, 다자녀 가정, 장애부모, 아동복지시설의 영유아가 포함돼 있다.

1순위에 해당하는 아동은 지역사회의 돌봄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결혼이민을 한 엄마들의 경우 우리말이 익숙하지 않아 상담을 하는 것도 꺼려한다.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공동생활을 하며 비교적 빨리 말을 배우지만 엄마들은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

김원장은 “아이들이 엄마나라 말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엄마나라의 말과 문화를 배우는 것은 아이와 엄마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적응을 강조하는 지역사회와 정부정책이 당사자의 행복을 중심에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김원장은 “얼마 전 자본이네 가족이 엄마의 나라 베트남으로 한 달간 여행을 갔다. 자본이 엄마는 친정에 갈 생각에 며칠간 잠을 못 이뤘다고 했다. 자본이와 자언이 모두 명랑하고 건강하다. 자본이 아빠가 아내와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에 사랑이 가득하다. 요즘 엄마가 미용기술을 배우고 있는데 아이들과 아빠의 머리가 곱슬이 됐다가 펴졌다가 한다”며 즐거워했다. 아이들과 엄마의 밝은 모습이 아빠와 어린이집 교사들의 애정 어린 관심에서 비롯된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엄마나라에 다녀온 아이들은 외갓집 이야기를 한다. 친구들에게 음식, 집의 모양과 하는 일, 놀이 등 생생한 외국의 생활문화를 전한다. 아이들은 친구의 외갓집 이야기를 편견 없이 듣고 신기해한다. 자연스럽게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다문화통합어린이집의 장점 중 하나다.

영운어린이집은 지난해 충북육아통합지원센터와 ‘어린이집 다문화 영유아 교육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업무 협약을 맺었다. 어린이집 10여개소가 이 사업에 함께 했다. 주로 교사와 부모를 위한 교육지원이 이뤄졌다. 아직 다문화가정의 영유아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의 별도지원은 없다. 오히려 한 달씩 외국에 나가는 가정의 자녀는 기간만큼 보육시설지원이 중지된다. 어린이집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100점 만점에 100점

김원장은 예전 새마을유아원부터 시작해 어린이집 교사로 오랜 시간 일했다. 2012년 7월 영운어린이집 원장을 맡으면서 행복한 어린이집을 꿈꾸었다. ‘아이가 행복하고, 부모가 행복한 어린이집’이 시립어린이집의 기본 슬로건이지만 김원장은 여기에 ‘교사도 행복한 어린이집’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교사에게 교육과 기회, 개성과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 자신의 일에 대한 보람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교사의 밝은 에너지는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해진다.

그리고 또 하나, 김원장이 관심을 두는 부분은 아이들의 식사다. “식재료 구입이 인건비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예산은 한정되어 있지만 원장 활동비를 줄여서라도 좋은 재료를 사용하려 하고 있다. 직접 만든 정성이 들어간 음식은 아이들 성장에 큰 영향을 준다. 단 저녁식사는 반드시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한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가정의 역할을 소홀히 여겨서는 안된다.”

김원장이 최근 실시한 급식관리 점검표를 보여줬다. 100점 만점에 100점. 작업자의 손, 도마, 용수 등에 대한 검사에서 최상의 안전점수를 받았다. 조리담당 교사가 조리실에서 활짝 웃고 있었다. 기본이 충실한 어린이집에서 살아가는 아이와 부모, 교사 모두 참 건강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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