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밝으면 풀밭 위에 선을 그어도 넘지 않는다

글: 이재표 그림: 옆꾸리

이 성은 바로 진덕왕 대에 처음 쌓기 시작했는데, 이때에 이르러 다시 지은 것이다. 또 부산성(富山城)을 쌓기 시작하여 3년 만에 완성하였고, 안북하(安北河) 가에 철성(鐵城)을 쌓았다. 또 서울에 성곽을 쌓으려고 진리(眞吏)에게 명령을 내렸는데, 이때 의상법사가 이 소식을 듣고 글을 보내 이렇게 말하였다.

“왕의 정치와 교화가 밝으면 비록 풀이 가득한 언덕에 땅을 그어 성을 만들더라도 백성들이 감히 넘지 못하고 재앙을 없애고 복이 오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교(政敎)가 밝지 못하면 비록 큰 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재해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삼국유사 기이 제2 문무왕 법민 중에서>


만리장성도 안위를 지키지 못했으니

이 성은 위정자들이 처음 쌓기 시작했는데, 이때에 이르러 보다 다양해졌다. 부산과 광주 사이에 지역감정의 성을 30여년에 걸쳐 완성하였고, 북한과 안보를 빌미로 철성(鐵城)을 쌓았다. 또 서울에 성곽을 쌓으라고 진리(眞理)의 보루, 언론에 명령했는데, 이때 도올이 이 소식을 듣고 글을 보내 이렇게 말하였다.

“현 정부는 사도의 원리로써 생사람까지 죽이고 있다. 주류 언론들은 책임소재가 있는 모든 기관과 조직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사태의 본질적 해결이 아니다. 오히려 대통령에게 독재자가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을 부여해주는 것이다.”

*도올 김용옥의 5월3일 한겨레신문 기고문 중에서

예로부터 성은 외적의 침입을 막고, 정권의 안위를 지키려는 목적으로 쌓았다. 현대의 위정자들은 권력의 안보를 위해 진실의 눈을 가리는 왜곡의 성을 쌓는다. 이성적 판단을 가로막는 지연, 학연, 혈연의 성곽은 공고하다. 분단의 철조망은 안보의 철조망이 되어 권력을 지키고 있다.

“정치와 교화가 밝으면 풀밭에 선을 그어도 넘지 않는다”는 의상의 말은 명철하다. 왜곡의 성곽도 모자라 전경버스로 산성을 쌓고 인의 장막으로 청와대를 방어할 이유가 없다. 도올은 성곽을 넘으라고 선동하고 있다. “경건한 몸가짐에 머물지 마라. 국민들이여, 분노하라. 거리로 뛰쳐나와라. 정의로운 발언을 서슴지 말라!”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