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준 사진부장

세월호 실소유주로 밝혀진 세모그룹 유병언 전 회장이 얼굴 없는 사진작가 ‘아해’ 란 이름으로 왕성한 작가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매스컴을 통해 들었다. 직업사진가 입장에서 그의 작품이 과연 어떠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사진을 찾아보기로 했다. 포털에 ‘유병언 사진작품’이라 자판을 누르자 이미 누리꾼들의 관심이 많았는지 관련검색어가 줄줄이 나온다. 그의 홈페이지를 어렵지 않게 찾아 들어갈 수 있었다.

처음 나온 화면은 어느 박물관장 출신의 아해 작품에 대한 평가였다. “자연을 어떤 시각으로 보아야 하는지…” 등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뉴욕과 프랑스 등지에서 호화스럽게 열린 개인전도 소개하고 있었다.

호기심에 그가 찍은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사진은 대부분 자연을 배경으로 삼았다. 구름 낀 하늘에 태양, 뛰어다는 고라니, 백로, 왜가리의 모습 등 주로 우리나라의 극히 제한된 공간에서 동·식물들을 촬영한 것으로 보였고 중요 피사체를 프레임 내가운데에 넣는 것이 특징적이었다.

그러나 순간 포착에서 나오는 자연의 경이로움이라든지 혹은 미학적인 접근에서 볼 때 구도와 색채감은 거리가 멀어 보였다. 누구나 봐도 극히 단순한 사진이었으며 또 누구나 장비와 여건만 갖춰진다면 찍을 수 있는 사진이라고 감히 생각되었다는 게 필자의 짧은 소견이다. 얼굴 없는 사진작가란 이름에 맞게 사진에도 무표정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왜 그런 사진이 수백 또는 수 천 만원에 거래가 되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 그가 늘 숨어서 창문 밖으로 몰래 망원렌즈로 찍었다고 자랑하는 영상이 쓴 웃음을 나오게 한다. <인터넷 갈무리>

그는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청해진 해운으로부터 매달 1500만원을 받았고 계열사로부터 그의 작품을 사도록 강요하는 등 유 회장과 청해진의 연결고리가 드러나고 있다. 그가 늘 숨어서 창문 밖으로 몰래 망원렌즈로 찍었다고 자랑하는 영상이 쓴 웃음을 나오게 한다. 잔인한 참사의 원인제공자 중 하나인 사람이 어떻게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는 사진작가였는지 그 연관관계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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