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준 사진부장
처음 나온 화면은 어느 박물관장 출신의 아해 작품에 대한 평가였다. “자연을 어떤 시각으로 보아야 하는지…” 등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뉴욕과 프랑스 등지에서 호화스럽게 열린 개인전도 소개하고 있었다.
호기심에 그가 찍은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사진은 대부분 자연을 배경으로 삼았다. 구름 낀 하늘에 태양, 뛰어다는 고라니, 백로, 왜가리의 모습 등 주로 우리나라의 극히 제한된 공간에서 동·식물들을 촬영한 것으로 보였고 중요 피사체를 프레임 내가운데에 넣는 것이 특징적이었다.
그러나 순간 포착에서 나오는 자연의 경이로움이라든지 혹은 미학적인 접근에서 볼 때 구도와 색채감은 거리가 멀어 보였다. 누구나 봐도 극히 단순한 사진이었으며 또 누구나 장비와 여건만 갖춰진다면 찍을 수 있는 사진이라고 감히 생각되었다는 게 필자의 짧은 소견이다. 얼굴 없는 사진작가란 이름에 맞게 사진에도 무표정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왜 그런 사진이 수백 또는 수 천 만원에 거래가 되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청해진 해운으로부터 매달 1500만원을 받았고 계열사로부터 그의 작품을 사도록 강요하는 등 유 회장과 청해진의 연결고리가 드러나고 있다. 그가 늘 숨어서 창문 밖으로 몰래 망원렌즈로 찍었다고 자랑하는 영상이 쓴 웃음을 나오게 한다. 잔인한 참사의 원인제공자 중 하나인 사람이 어떻게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는 사진작가였는지 그 연관관계가 의심스럽다.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