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이어 5월 중으로 2차 행사 예정

▲ 조장우 충북평등학부모회 사무국장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온 나라가 슬픔으로 가득하다. 모두가 실종자들의 구조와 생환을 간절하게 염원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 정부의 재난대응체계,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무책임, 언론의 거짓 보도 등을 접하며 분노도 함께 커져만 간다. 실종자 가족들의 눈물과 울분을 접하면서 떠오른 얼굴이 있다. 지난 해 10월 13일부터 옥천의 광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 이정훈 지회장이다.

3년 전 ‘노동자도 밤에는 잠좀 자자’고 주장하던 유성지회는 노사간 합의사항을 이행하라는 합법적인 2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회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직장폐쇄, 용역깡패 투입, 심야 뺑소니 교통사고까지 일으켰다.

당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한 시나리오에는 청와대, 국정원, 노동부, 경찰, 경총,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등장했는데, 이는 노조탄압을 위해 그들이 공모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재난에는 각 기관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도 노조파괴를 추진할 때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는 17명이 구속되고 27명이 해고됐다. 부당해고 당한 27명은 법을 통해 승소했지만 시간이 지난 뒤 사측은 다시 11명을 해고했다. 그리고 회사와 정부는 각각 12억원, 1억2000만원의 손배가압류까지 청구했다.

그 뒤 국회청문회와 국정감사를 통해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와 노동탄압의 실체가 드러났고 노동부와 검찰이 몇 차례에 걸쳐 특별근로감독과 압수수색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3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감옥에 있는 노동자도 있다. 하지만 유성기업 사업주를 비롯한 사측 관리자는 어느 누구도 구속되지 않았고 지금까지 책임지는 자가 아무도 없다.

지난 3월 15일 1차 ‘유성 희망버스’ 때 이정훈 지회장을 응원하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옥천 고공농성장으로 모였다. 참가자들은 이정훈 지회장이 하루 빨리 건강히 내려올 수 있기를 바라며 마음을 모았고 회사가 성실교섭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설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유성기업의 노조탄압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5월 안으로 2차 ‘유성 희망버스’가 다시 출발을 한다. 1차 희망버스가 진행된 후 회사는 자신들이 만든 노조에만 격려금 600만원과 일 2500원 임금 인상을 약속했다. 노조 파괴는 단지 유성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2차 유성 희망버스의 제안 구호는 ‘포위하라 야만의 공장. 저들을 구속하라!’로 정해졌다. 1차 희망버스가 이정훈 지회장을 응원하고 유성기업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다면 2차 희망버스는 분노를 넘어선 강력한 사회적 항의행동을 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희망버스는 작은 희망이 모이면 그 어떤 것으로도 전해줄 수 없는 큰 감동과 용기를 만들어 준다. 이정훈 지회장은 동료들과 후배들에게 “걱정마. 다 잘 될거야!”라고 자주 말하곤 했다. 부끄럽지 않기 위해 책임을 다하고 오늘도 묵묵하게 투쟁하고 있는 사람들을 이번 ‘희망버스’에서 만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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