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준 노동당 충북도당(준) 사무처장

힘없고 ‘빽’ 없는 사람에게 대한민국 법정은 공포의 공간이다. 오죽하면 법정 주변에는 아직도 ‘6조지기’란 말이 흘러다닌다. “형사는 패 조지고, 검사는 불러 조지고, 판사는 미루어 조지고, 간수는 세어 조지고, 죄수는 먹어 조지고, 집 구석은 팔아 조진다”는 것이다. 아마도 법의 이름 아래 오랫 동안 자행되어 온 부당함을 비웃는 이야기일 것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제1항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조항을 믿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힘없는 사람이 돈과 권력을 가진 자에게 짓밟히고 빼앗겨도 법은 눈을 감는다. 법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는 일은 너무도 흔해 뉴스도 되기 어렵다.

지난 3년 간 충청권의 유성기업, 보쉬전장, 콘티넨탈은 노조파괴사업장으로 전국에 유명했다. 해당 사업장의 사업주들은 법원에서 각종 부당노동행위, 노조파괴 공작, 폭력과 협박 등의 명백한 범죄행위가 드러났다. 그러나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았다. 그런데 노동자들은 법원 판결 이후 오히려 부당노동행위에 시달리고 갖은 차별과 대량징계를 당하며 계속 피해를 입고 있다.

법정은 사회가 호소할 최후의 심판대이다. 여기가 불공평하고 부당한 일을 자행한다면 민중은 직접 수사와 기소, 판결의 주체로 나서는 행동을 하게 된다. 어느 경우에도 법적 기준은 바뀌며 더 심각한 경우는 격렬한 싸움을 거쳐 새로운 사회로 나아갈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절박한 문제이다.

전태일 열사 분신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피땀 흘려 이룩한 노동3권은 노동현장에서 무너지고 있다. 노동자들이 노조설립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도입된 복수노조 조항은 이제 노조파괴 공작의 무기로 바뀌었다. 이를 감독해야 할 노동부, 불법 행위를 수사하고 처벌해야할 경찰과 검찰은 사업주의 뒤만 봐주고 있다는 이야기 또한 무성하다.

오는 5월 말경 희망버스기획단은 기자회견을 통해 ‘노조파괴 책임자 처벌을 위한 민중희망법정’ 사업의 대강을 밝힌다고 한다. 미리 예단할 수는 없지만 한국에서 새로운 저항운동 양식을 일깨운 사람들이 또 하나의 민중행동을 시작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한민국 전체를 법정 삼아 온갖 부당노동행위와 노동탄압을 일삼았던 사업주들만이 아니라 정부기관들의 역할들을 밝혀낼 수도 있을 것이다.

‘민중희망법정’이기 때문에 사업주와 검찰, 경찰, 고용노동부가 무조건 유죄라는 결론을 낼 것이라는 짐작은 섣부르다. ‘민중희망법정’ 추진 주체들은 이미 사업주와 검찰 등의 기소대리인에게 패할 수도 있다는 가정 아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재판과정에서 투명한 공방, 공명정대한 재판진행 속에서 그동안 노조파괴 사업장들이 갖고 있던 문제점이 드러날 것으로 본다.

노동자의 삶을 지키고 사회정의를 다시 세울 ‘민중희망법정’의 성공을 빌며 지역에서도 많은 관심과 연대가 함께 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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