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교조 교육감후보 단일화 무산, 갈등만 증폭
추진위 결정 불복할 명분에 대해선 주장 엇갈려

전교조 충북지부장 출신의 김병우 예비후보를 겨냥해 이른바 보수교육감 예비후보들이 단일화를 시도했으나 오히려 갈등만 키우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5월3일 장병학 예비후보를 단일후보로 확정했음에도 결선에서 탈락한 홍순규 예비후보가 결과에 불복해 출마를 선언한데다, 컷오프에서 탈락한 김석현 예비후보도 사실상 출마결심을 굳혔기 때문이다. 홍 후보는 단일화를 중재했던 위원회를 경찰에 수사의뢰한 상황이다.


당초 6·4지방선거 충청북도교육감 출마를 선언했던 예비후보는 모두 8명. 이 가운데 보수후보로 분류되는 후보는 7명이었다. 이 가운데 손영철, 임만규 예비후보는 처음부터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고 강상무, 김석현, 장병학, 홍득표, 홍순규 예비후보 등 5명을 대상으로 단일화가 추진됐다.

단일화의 촉매역할을 자임한 사람들은 ‘비전교조 출신 교육감 후보 단일화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라는 틀로 묶였다. △곽정수 전 교육위원회 의장(위원장) △박원규 전 대성고 교장 △신인순 전 청주시변호사회 회장 △장상례 제천시학부모연합회장 △최미나 청주대 교수 △신남철 전 충북교원단체협의회장 △성웅경 서원대 겸임교수 △김홍무 학교아버지연합회 회장 등 8명에다 후보 측 대리인 5명을 더해 13명으로 구성됐다.

추진위는 4월26일과 27일, 한국리서치와 갤럽에 의뢰해 유효표본 총 3000명을 대상으로 연령별, 선거구별 전화대면 방식으로 여론조사로 벌여 장병학, 홍순규 후보를 최종 단일화 대상으로 선정했다.

당시 추진위는 “컷오프를 위해 진행한 여론조사이기 때문에 순위는 발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각 후보 측에 순위와 지지율은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 단일화 방식은 두 후보가 협상을 통해 1명을 추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5월2일까지 마무리가 되지 않으면 청문회 등의 절차를 거쳐 추진위원 투표로 확정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기류는 컷오프를 발표하는 당일부터 감지됐다. 강상무, 홍득표 후보가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해 예비후보 사퇴를 선언한 반면, 김석현 후보는 “여론조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통계표와 분석표에 대해 검토한 뒤 최종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추진위에 자료를 요구한 것이다.

3일 추진위원 투표까지 가는 끝에 탈락한 홍순규 후보도 이튿날 기자회견을 열고 “추진위가 장병학 후보를 단일 후보로 결정하는 절차에 중대한 문제가 있어 승복할 수 없게 됐다”며 출마강행 의사를 밝혔다. 이대로라면 6.4 충북교육감선거는 6파전이 될 전망이다.

어찌 됐든 단일화 논의와 절차에 참여해 여론조사까지 벌인 마당에 결과를 수용하지 않는 것은 약속위반이다. 물론 절차상에 하자가 있다면 무작정 따를 수만은 없다. 그런데 불복하는 이유는 정당한 것일까?

원치 않는 단일화에 끌려갔다?

아직까지 불복에 따른 출마선언을 하지 않은 김석현 후보도 사실상 출마결심을 굳힌 것으로 확인됐다. 김 후보는 “어제(6일) 우리 캠프 안에서 깊숙하게 논의한 결과 참모들로부터 강력하게 출마를 종용받았다. 출마를 선언하는 문안까지 만들었는데, 발표 여부만 결정하지 못했다. 충북교육에 대한 역할론 차원에서 모든 것을 걸머지고 가야할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출마선언의 시기만 조율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김 후보는 이에 대해 “단일화의 목표는 한 사람으로 좁히는 게 목적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사람을 선정하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언론 등에서 발표한 여론조사도 들쭉날쭉했고 추진위가 실시한 여론조사도 믿을 수가 없다. 그래서 분석표, 통계표를 달라는 것인데 ‘줄 수 없다’고 했다”고 운을 뗐다.

김 후보는 또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역(逆)선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막기 위한 장치도 부족했다. 그리고 여론조사 100%가 아니라 능력과 정책에 대한 검증도 10~20% 반영하라고 요구했는데 이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의 말대로라면 단일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래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지 않았는가, 또 단일화 추진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여론조사 이전에 이탈했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후보는 이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서명은 교육청 기자실에서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 직전에 받았다. 기자들이 보고 있는데 거부할 수가 없었다. 또 추진위에 ‘나는 단일화 논의에서 빠지겠다’는 의사표현도 했다. 그런데 ‘그런 소리는 하지도 말라’고 해서 죽기 살기로 나오겠다고 할 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불복이 멍에인 것은 안다”

최종 결정에서 탈락한 홍순규 후보는 추진위를 ‘경찰에 수사의뢰하겠다’며 초강수로 나오고 있다. 홍 후보는 7일 보도자료를 내고 “비전교조 출신 교육감 후보 단일화 추진위원회의 최종 후보 선정과정과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 3일 단일화 추진위의 최종 후보 결정과정에서 당사자 투·개표 참관인(대리인)이 참석하지 않은 채 투·개표가 진행된 점, 최종 발표 전 개표결과에 대한 후보들의 서명이 없었던 점, 추진위원 13명중 9명만이 참여해 단일화 후보를 만장일치로 선정했다고 선언하는 등 밀실에서 석연찮게 결정된 점이 많다”는 것이다.

홍 후보가 이처럼 반발하는 것은 자신이 여론조사에서 단일화 대상 후보 중 1위를 했음에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탈락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홍 후보는 “여론조사가 도민의 뜻이다. 그걸 추진위원 몇 사람이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내가 출마하는 데 특별한 하자가 없다면 1위를 밀어야지 그걸 뒤엎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여기에서 ‘특별한 하자’라는 발언에 주목하게 된다. 이는 홍 후보와 관련해 항간에 떠돌고 있는 몇 가지 풍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도 이를 의식한 듯 7일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는 보도자료에서 “표결이 있기 전 공개토론과 개별질문 등이 진행된 후 추진위원들 간의 난상토론에서 유언비어 등에 관한 내용들이 배제되고 진행됐는지, 항간에 떠돌고 있는 결탁 문제 등에 대해 명명백백히 수사해 줄 것도 요구하겠다”고 적시했다.

홍 후보는 이밖에도 “추진위원이 13명인데 9명만 참석했으며, 그 중에서도 1명은 사람이 바뀌어 대리인이 참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병학 후보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힌 것은 잘못됐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홍 후보는 특히 “단일화 여론조사 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여론조사 결과도 말해주지 않느냐. 결과에 불복하는 것이 멍에가 된다는 것은 안다. 그렇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고 힘줘 말했다.

“다자구도면 보수 필패”

김석현, 홍순규 후보의 말대로라면 추진위는 특정인을 밀어주기 위해 집요한 공작을 벌인 셈이다. 곽정수 위원장은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곽 위원장은 먼저 두 후보의 자질에 대한 비판부터 쏟아놓았다. “애들도 손가락 걸고 약속하면 지켜야한다. 안 지키면 비겁자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교육감선거 아닌가. 교육계 수장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유·불리 따져가면서 말을 뒤집으면 되겠는가. 실력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기본은 부족한 사람들이다.”

곽 위원장은 ‘역(逆)선택을 막기 위한 장치가 부족했다. 단일화 과정에서 빠지려고 했다’는 김석현 후보의 주장에 대해 “역선택을 막기 위해 김병우 후보와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는 후보 8명까지 포함시켜 여론조사를 했고, 후보자 이름도 질문하는 순서를 바꾸는 ‘교호순번’의 원칙을 적용했다. 대한민국 1,2위 여론조사기관에 조사를 의뢰했는데도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면 모든 여론조사를 다 믿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곽 위원장은 또 “김 후보로부터 ‘단일화 과정에서 빠지겠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그럴 거면 여론조사비용은 왜 냈겠냐. 후보자들이 비용을 갹출해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었다”고 반론했다.

곽 위원장은 홍 후보가 ‘여론조사 1위인 자신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배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여론조사는 일단 2명을 대상에 올리기 위한 컷오프 개념이었다. 여론조사로 다 결정할 거였다면 처음부터 하나를 고르지 왜 2명을 대상으로 했겠나. 그 다음부터는 백지상태에서 같은 자격으로 봤다. 일단은 둘이서 알아서 단일화하기를 바랐던 것이고 그게 안돼서 추진위원들이 명예를 걸고 양심적으로 결정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 위원장은 “사람에게 이런 표현을 써서 미안하지만 처음부터 ‘개체수를 줄이는 게 목표’라고 얘기했다. 다자구도면 보수 필패다. 거꾸로 전라도에서는 전교조 출신 후보들끼리 단일화를 하는 상황이다. 최소한 국가정책이 정치교육감(진보교육감)에 의해 왜곡되는 것은 막아야한다는 소신으로 단일화를 추진했다. 누군가는 해주기를 바랐던 것인데, 몇몇 원로들이 등을 밀어서 여기까지 왔다”고 밝혔다.

단일화 추진에서 무산까지

보수 후보들의 단일화 추진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34.2%를 득표했던 김병우 후보가 진보 후보로 나선 가운데 보수 후보 10여명이 출마채비를 갖췄기 때문이다.

후보군에 올랐던 박상필, 하재성 교육위원이 단일화를 촉구하며 사퇴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표면으로 드러난 것은 2월16일 기자회견이다. 강상무, 김학봉, 장병학, 홍순규 예비후보가 참석했다. 손영철, 임만규 후보가 가세할 것이라고 했으나 대신 김석현, 홍득표 후보가 가세했다. 3월 11일 김학봉 후보가 사퇴해 단일화 대상은 최종 5명으로 압축됐다.

3월 27일에는 단일화 추진위가 구성됐다. 여론조사시기를 놓고 좌초 위기를 맞았던 단일화 추진은 4월19,20일 실시하려던 조사를 26,27일로 연기하면서 가까스로 봉합됐으나 컷오프 대상인 김석현 후보의 반발, 5월 3일 최종 후보를 발표한 뒤 홍순규 후보가 불복 출마를 결정하면서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