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노 충주담당 기자

▲ 윤호노 기자
지난달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에 대한 구조작업 및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며 잔인한 달 4월은 그렇게 지나갔다. 온 국민이 실종자가 구조자로 바뀌길 바랐지만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침몰사건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점이 많다. 무엇보다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승객들을 버리고 무책임하게 탈출한 점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제대로 된 선원들이었다면 지금보다 그 피해가 분명 크게 줄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발생된 문제점은 언론을 통해 자세히 드러났다. 선원들의 윤리의식 부재, 정부의 부실한 초기 대응, 부처 간 파열음 등등.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말이다.

그런데 그것을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먼저 속보 경쟁을 벌이다보니 사건당일 언론사들은 단체로 오보를 냈다. 경기도교육청이 오전 11시 9분경 출입기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고 통보했는데, 각 언론사는 이를 그대로 받아 속보를 내보냈다.

결국 ‘전원 구조’ 보도는 오보로 판명났고, 피해자 가족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
물론 사실과 다른 내용을 언론에 전한 경기도육청에 1차 책임이 있지만 사고 대책 관계자 취재를 거치지 않은 언론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이해를 할 수 없었던 것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는 가운데 언론은 이 사건을 두고 광고성 기사, 검색어 기사 등을 쏟아냈다는 사실이다.

조선일보는 온라인 판에 ‘세월호 보험, 학생들은 동부화재 보험, 여객선을 메리츠 선박보험 가입’ 기사를 올렸다. 기사에서 ‘안산 단원고의 학생 및 관계자 330명이 여행자보험에 가입했다’는 동부화재 관계자의 인터뷰 내용을 싣는가 하면, 보상 액수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기사 말미에는 ‘세월호 보험 그래도 다행이다’. ‘세월호 보험 여행자 보험의 중요성을 느꼈다’는 네티즌의 반응을 소개했다. 조선일보뿐 아니라 수십여 언론사가 보험가입 사실과 보상내역까지 설명하는 친절함(?)을 보여줬다.

물론 보험 수혜 여부가 피해자에게 중요한 문제일 수 있으므로 기사 가치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사건당일 실종자 가족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상품명까지 거론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JTBC 역시 방송사 앵커의 부적절한 진행으로 도마에 올랐다. 사건당일 뉴스속보로 세월호 침몰 소식을 전하면서 생존자인 안산 단원고 여학생을 인터뷰했다. 뉴스 앵커가 “혹시 알고 있습니까? 친구가 사망한 사실을…”이라며 이 학교 학생의 사망소식을 전했고, 친구의 사망사실을 안 여학생은 곧바로 울음을 터뜨렸다.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제대로 대처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거나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것이다.

언론에 부탁하고 싶다. 보도 경쟁도 중요하지만 언론이 피해자들에 대한 2차 피해의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보도를 신중하게 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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