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임종헌한의원 원장

▲ 임종헌 원장
한국에 처음 맥주가 들어온 것은 일제강점기이다. 한국 최초의 맥주공장은 1933년 영등포에 세워진 삿포로맥주(札幌麥酒, 조선맥주)와 쇼와기린맥주(昭和麒麟麥酒, 동양맥주)다. 이후 1999년까지 한국은 양조 재료의 구성비 중 맥아가 67.7%를 넘는 술을 맥주로 정의해 주세를 부과해왔다.

그런데 한국 맥주의 원조 일본 맥주업계가 맥아 구성비에 따라 주세를 차등 부과하는 편법을 따라 한국은 주세법을 개정해 2000년부터 맥아를 10% 이상만 쓰면 맥주로 인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맥아 구성비가 낮아질수록 맥주의 주세도 낮아진 건 물론이었다.

맥아 대신 첨가하는 재료는 무엇일까? 맥아보다 값이 훨씬 싼 옥수수, 타피오카(카사바 뿌리 전분), 쌀 등이다. 문제는 이런 저질 원료들이 맥아만큼 당질이 풍부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맥아보다 발효가 어렵고, 보리 특유의 맛과 향을 만들어 낼 수도 없다.

맥주회사들은 이 문제를 인위적인 당분 첨가와 식품첨가물을 통해서 해결했다. 맥주회사들이 어떤 종류의 첨가물을 쓰는지는 소비자들이 알 도리가 없다. 식품첨가물에 대한 표기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국산 맥주 소비자들은 무슨 첨가물이 들어가 있는지도 모른 채 맥주를 마시고 있는 것이다.

싸구려 저질의 원료로는 좋은 맛을 내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산 맥주회사들은 인위적으로 맥주에 탄산을 주입하는 방법을 썼다. 한국의 맥주회사들이 광고를 할 때 ‘톡 쏘는 맛’으로 ‘원샷’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산 맥주의 약점을 교묘하게 장점으로 둔갑시킨 광고라고나 할까.

또 한국 맥주회사들은 맥주잔을 차갑게 냉각시켜서 내놓는 것을 장려한다. 맥주가 순간적으로 냉각돼 결정이 생기면 목넘김을 좋게 하기 때문이다. 과거 영국의 저질 맥주회사들이 사기 치던 것처럼 한국의 맥주회사들은 소비자들에게 ‘무조건 차게, 탄산이 강하게, 원샷에 마신다’는 사고방식을 세뇌시키고 있다. 한국 맥주는 차갑게 냉각시키지 않으면 마실 수 없다는 것을 자백하는 반어적 광고인 셈이다.

국산 맥주가 물맛이 나는 이유는 또 있다. 대부분의 한국 맥주회사들은 미국의 저가 맥주회사들이 사용하는 하이 그래비티(high gravity) 공법으로 맥주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량생산에 적합한 이 공법은 발효 과정을 인위적으로 강화시켜 알코올 도수 9~10%까지 끌어올린 뒤 50%의 물을 섞어서 알코올 도수 4.5~ 5%의 일반 맥주를 만드는 방법이다. 희석식 맥주라고나 할까. 호프 사용량을 줄인 것도 한국 맥주의 품질을 떨어뜨린 중요한 원인이다.

한국 맥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한국의 거대 맥주회사들의 로비 때문인지 하우스맥주회사를 만들려고 해도 대규모 시설을 의무화해 맥주 제품의 다양화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하우스맥주의 판매도 매장 안에서만 하도록 제한해 왔다.

최근에 이런 제한들이 다소 완화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멀었다. 한국 소비자들은 이제 더 이상 바보가 아니다. 국내 소비자들을 봉으로 생각했다가는 큰코다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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