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누출사고, 한번 터지면 ‘사회적 재앙’… 준비가 정답
위험 매뉴얼도 알아야 유용…‘알권리 조례’운동 시작돼

▲ 지난 4월 25일 진행된 ‘오창/청주지역 유해화학물질 문제와 지역사회 알권리 조례 제정에 관한 토론회’ 모습. 토론회 참석자들은 6.4지방선거에서 알권리조례 제정을 위한 공동캠페인을 열고 출마예정자에게 공동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제안키로 결정했다. 사진/육성준 기자
▲ 본보가 제공한 유독물질 배출통계를 활용해 충북발전연구원 배명순 박사가 지도를 작성했다. 미국과 캐나다 주요도시는 구글 앱 지도에 화학물질 사용기업과 물질종류등 관련 지도를 작성해 기관 홈페이지에 24시간 공개하고 있다.

1984년 12월 인도 보팔에 있는 유니언 카바이드 공장. 직원들은 당황했다. 섭씨 0도로 유지돼야 하는 610번 탱크의 온도가 갑자기 올라가기 시작했다.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시간만 흐를 뿐 탱크의 온도는 내려가지 않았다. 직원들은 바빠졌지만 세상은 고요했다. 바깥 세상은어떤 사실도 알지 못했다.

탱크에 균열이 생기고 결국 폭발했다. 독가스가 유출됐다. 공기보다 무거은 이 유독가스는 지상에 낮게 깔려 보팔 구석구석을 휘감았다. 경보장치는 작동되지 않았다.  잠에 빠져있던 시민들은 갑작스런 고통이 다가온 후에야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알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하루 만에 사망자가 8000명이 발생했고 시내는 동물 사체로 가득했다. 후휴증으로 2만명이 넘게 사망했다. 인도 보팔은 1979년부터 크고 작은 유사한 사고가 있었다. 내부로부터 위험신호도 보냈다. 그러나 무시했다. 더 나아가 강력한 누군가의 힘에 의해 위험신호는 은폐됐다.

2012년 9월 27일 3시 23분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마을 건너편에 있는 공장에서 뿌연 연기가 피어 올랐다. 마을의 소들이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소들의 입에선 침이 흐르고 눈은 초점을 잃었다. 봉산리 이장 박명석씨는 직감으로 느꼈다. 단순한 화재가 아니라 무엇인가 불길한 사고임을 느낀 박씨는  곧장 마을 방송 마이크를 잡았다. 4시 20분 봉산리 이장 박씨는 마을 주민 대피방송을 시작했다. 박씨는 트럭에 주민들을 태운뒤 영화속 장면처럼 몰려오는 연기를 피하기 위해 지그 재그로 운전했다.

이 사고로시 5명이 사망하고 마을주민 1만2000명이 검진을 받고 300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구미시는 사고 발생 4시간이 지나서야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화학사고 매뉴얼은 있었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 정부의 매뉴얼은 작동하지 않았다.  

주민 알 권리 보장하라

지난 4월 25일 ‘오창?청주지역 유해화학물질 문제와 지역사회 알권리 조례 제정에 관한 토론회’라는 긴 명칭의 행사가 진행됐다. 행사를 준비한 단체는 오창유해화학물질감시단(이하 감시단)과 녹색당충북도당. 이들 단체는 이 자리에서 ‘청주시 화학물질 관리 및 지역사회 알권리 조례(안)’(이하 알권리조례)를 공개했다.

알권리조례 초안을 공개한 감시단 이재영 씨는 “조례의 주요 내용은 우리 주변 공장에서 지역사회에 배출되는 화학물질의 종류와 양을 주민들이 인지할수 있도록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씨는 “지역 주민이 참여하고 동의하는 화학물질 관리 비상 대응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지역별 화학물질 관리위원회를 두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토론회 주 발제를 맡은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이윤근 부소장은 “우리 일상에서 쉽게 노출되어 생활하고 있는 화학물질 문제에 대해 지역주민들과 현장 노동자들에게 화학물질의 위해성에 대해 알려주어야 한다. 그래야 위험을 알고 사고 발생시 적절한 대음을 신속하게 취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소장은 “지역에서 많이 사용하는 화학물질에 대해 적절하게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알권리조례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이 영업비밀이라면서 공개하기를 꺼렸던 국내회사가 사용하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정보공개를 알권리법이 시행되고 있는 미국 현지 공장에서 정보를 청구하면 바로 관련정보가 모두 공개 된다”며 “기업의 영업비밀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또  주부 장 모씨는  행사에 참가한 6.4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에게 “그동안 뭐하시느라 오창지역이 3년 연속 발암물질 배출 1위가 계속유지 되도록 지켜만 보셨느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도경 도의원, 이의영 청원군의회 의장, 신언식 군의원, 박정희 군의원과 이명락 예비후보 등이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함께 했다.토론회 참석자들은 이번 진행되는 6?4지방선거에서 알권리조례 제정을 위한 공동켐페인을 진행하고 출마예정자에게 공동공약으로 채택할 것은 제안할 것을 결정했다.

한편 4월 17일에는 녹색청주협의회와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공동으로 ‘충북 유해화학물질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했다.


충북지역 불산 배출 사업장

(주)동부하이텍, 음성군 감곡면 상우리 / (주)신성솔라에너지, 증평군 증평읍 미암리 / (주)제니스월드, 진천군 이월면 신월리 / (주)지디, 청주시 흥덕구 송정동 / (주)하이닉스반도체, 청주시 흥덕구 향정동 /  매그나칩반도체(유), 청주시 흥덕구 향정동 / 베올리아워터산업개발,도 청주시 흥덕구 외북동  / 에스피텍(주), 청원군 옥산면 남촌리 / (주)이엔드디, 청주시 송정동 / (주)에이텍정밀화학,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 삼보도금,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 이원특수도금, 청주시 흥덕구 신봉동 / 디에프텍, 청주시 흥덕구 송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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