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사회문화부 차장

대한민국의 총체적 부실을 보여주는 세월호 참사. 연일 보도되는 뉴스와, 보도되지 않는 뉴스들을 찾아가며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은 먹먹하다. 간혹 터져 나오는 위정자들의 행동 또한 공분을 샀다. 대형참사는 일상의 활동마저 위축되게 만든다.

세월호 참사가 있던 날 지역 대학가에서는 폐과 통보를 받은 학생들이 있었다. 바로 청주대 사회학과와 서원대 미술학과 학생들이다. 이후 일주일 가까이 천막농성과 총장실 점거 등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다 동원해 저항해보고 있지만 학교 측의 반응은 오지 않는다. 청주대는 학생들의 총장실 점거를 우려해 발빠르게 철문으로 막아놓았다.

서원대 미술학과 복학생 3명은 지난 17일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공사장 건물에 올라가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 중 한 학생은 “뭔가 후배들에게 전략을 짜서 얘기해줘야 하는데 무기력감만 느꼈다. 아무리 외쳐도 우리를 모두 외면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우발적으로 공사장 건물 위에 올라갔다고 한다.

물론 그 행위를 옹호하는 게 아니다.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학생들은 수갑이 채워진 채 경찰에 연행됐다. 농성에 참여한 재학생들은 그 광경을 고스란히 지켜봤다. 1학년 여학생들은 그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수갑을 채워져 가는 데도 학교 측은 말리지 않았다.

청주대에서는 지난해 회화과 폐과 농성 때 과대표인 여학생이 총장의 자동차 보닛 위로 뛰어올랐다. 학생들이 총장의 차를 에워 감쌌고, 직원들과 대치를 벌이기도 했다. 위치 추적을 통해 총장을 찾아내자 과대표는 절박한 심정으로 보닛 위에 올라간 것이다. 대학의 폐과 문제를 놓고 학생들은 연일 대책회의를 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 그들이 왜 갑자기 투사가 돼야 하는지, 만나주지도 않는 총장을 만나 눈물로 호소해야 하는지 누구도 속 시원히 답해주는 사람이 없다.

수업을 잘 받고 있는 학생들은 어느 날 갑자기 폐과 통보를 받는다. 폐과 통보를 받는 절차나 과정, 그리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유 자체는 서로 많이 닮아있다. 결과적으로 20대 학생들이 폐과 투쟁을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어른들에 대한 불신이 아닐까 싶다.

폐과 위기가 있는 과임에도 알리지 않고 신입생을 뽑은 대학 본부와 교수. 그리고 학생들을 만나주지 않는 대학총장. 대학은 입학정원을 채우기 위해 온갖 달콤한 말을 하지만 바로 2개월 뒤 매몰차게 등을 돌린다. 대학의 심정도 이해는 간다. 정부의 구조조정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폐과 위기가 있는 과에 대해서는 폐과 위기라고 공고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20대 시작하는 청춘들에게 사회에 대한 불신을 몸소 체험하게 하는 것은 잔인하다. 몇 백만 원의 등록금을 내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학교 측은 학생들을 위해 서비스해야 곳이지만 동전 앞뒤처럼 태도가 바뀐다. 폐과가 됐다는 통보 외에 왜 폐과가 됐는지 알리고 설득하고 대화하는 기본과정은 아예 생략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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