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준 사진부장

“제가 충북경제를 살리겠습니다!” 선거철만 되면 나오는 유행어다. 실제로 경제가 살면 우리의 삶의 질은 어떻게 좋아질까? 지난 지방선거, 총선 이후를 관찰하면서 삶의 변화보다 땅의 변화를 느낀다. 땅에 붙어 숨쉬고 사는 사람들은 그대로이고 땅의 질만 바뀐다는 것을 알았다. 공장이 들어선 땅, 아스팔트가 되어버린 흙, 그 땅에 살았던 사람들은 또 같은 삶을 계속 살아가게 된다.

각각의 후보들은 이맘때쯤 공약을 내 놓는다. 공약발표를 하는 청사진에 사람은 없고 교통망을 표시하는 색깔과 거대 기업 로고만 보인다. 그 공약은 도민들의 삶이 높아질 거라고 장담한다. 수천억이 들어가는 예산도 당연히 끌어 올 수 있다고 큰소리 한다.

주위에는 병들고 약한 이들이 많다.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노점상, 구부정한 허리로 폐지를 줍는 노인, 빚에 허덕이는 농촌,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 등 아직 살리지 못한 이들이 우리 주위엔 많다. 그런데 왜 모두들 경제라는 말만 하는 것일까? 15년 전에도, 지금도 ‘경제를 확 바꾸겠다.’는 선거 공약 문구는 늘 눈에 들어온다.

한 지방 국도에서 주유소나 식당 등을 운영하는 주민들은 새로 길이 뚫리면 지나는 차량이 드물어지므로 장사를 포기해야 한다고 한다. 그 수천억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만든 도로가 정작 우리에게 어떤 실제적인 이득을 주었을까?

▲ 지난 14년 전 선거벽보에 경제를 살리겠다는 문구가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다.

가끔은 먼 길 출장 갈 때 새로 뚫린 도로보다 옛길로 가보곤 한다. 길은 구불지고 못났지만 운전하는 맛이 나며 사람 사는 냄새를 느낄 수 있어서이다. 바싹 따라붙는 차량도 없이 천천히 가며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다음에 공약발표 기자회견장에 갔을 때는 경제를 살린다는 공약보다 병들고 나약하고 소외된 이들을 살리겠다는 공약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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