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준 사진부장
각각의 후보들은 이맘때쯤 공약을 내 놓는다. 공약발표를 하는 청사진에 사람은 없고 교통망을 표시하는 색깔과 거대 기업 로고만 보인다. 그 공약은 도민들의 삶이 높아질 거라고 장담한다. 수천억이 들어가는 예산도 당연히 끌어 올 수 있다고 큰소리 한다.
주위에는 병들고 약한 이들이 많다.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노점상, 구부정한 허리로 폐지를 줍는 노인, 빚에 허덕이는 농촌,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 등 아직 살리지 못한 이들이 우리 주위엔 많다. 그런데 왜 모두들 경제라는 말만 하는 것일까? 15년 전에도, 지금도 ‘경제를 확 바꾸겠다.’는 선거 공약 문구는 늘 눈에 들어온다.
한 지방 국도에서 주유소나 식당 등을 운영하는 주민들은 새로 길이 뚫리면 지나는 차량이 드물어지므로 장사를 포기해야 한다고 한다. 그 수천억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만든 도로가 정작 우리에게 어떤 실제적인 이득을 주었을까?
가끔은 먼 길 출장 갈 때 새로 뚫린 도로보다 옛길로 가보곤 한다. 길은 구불지고 못났지만 운전하는 맛이 나며 사람 사는 냄새를 느낄 수 있어서이다. 바싹 따라붙는 차량도 없이 천천히 가며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다음에 공약발표 기자회견장에 갔을 때는 경제를 살린다는 공약보다 병들고 나약하고 소외된 이들을 살리겠다는 공약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
육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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