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래 위원장 “실무자 실수이며 폐지 않겠다”사과
소상공인‧ 시민사회… 안도감 속 ‘의혹 눈길은 여전’

▲ 본보 820호 표지이야기 사진. 본보는 공정거래위가 추진하고 있는 ‘경쟁제한적 지방자치 조례에 대한 공정위 개혁안’의 내용에 대해 3면에 걸쳐 보도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지방자치조례 폐지를 추진(본보 820호 표지이야기)했던 공정거래위원화가 한발 물러섰다. 공정거래위원장이 직접 나서 사과했고 인천광역시에는 공문을 보내 사회적 기업·협동조합에 대한 지원이나 장애인·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등 경제·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지자체 조례·규칙은 개선 권고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충북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 관련 단체는 일단 안도감을 보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가 규제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로서 대기업 우대 논란과 약차 차별, 지방자치 침해 논란을 불러왔던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경쟁제한적 지방자치조례 폐지’ 계획은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하는 모양을 띄게 됐다.

지난 13일, 인천광역시 중소상인과 사회적기업 등 관련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공정위가 ‘착한 조례’를 폐지하겠다던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면 환영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의 성명에 따르면 11일 공정위가 인천시에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는 공정위가 사회적 기업·협동조합에 대한 지원이나 장애인·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등 경제·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지자체 조례·규칙은 개선 권고대상이 아님을 밝히는 내용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또 이후 개선대상 과제를 선정할 때에도 ‘착한 조례’는 제외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지난 8일 공정위는 해명자료를 내고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분야와 중소기업 등 사회적 약자 지원 내용을 폐지·개선 대상에 포함하기로 결정하거나 지자체에 폐지를 압박하지 않는다. 

사회적 경제 육성과 사회적 약자 지원 관련 규제는 대부분 상위 법령에 근거가 있다.  그동안 사회적 합의를 거쳐 도입된 만큼  상위 법령이나 해당 조례의 폐지·개선 여부에는 지자체(이해당사자, 주민 포함), 안행부·총리실 등 관계 부처와 충분한 토론과 합의를 거처 신중하게 결정할 사항”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날 공정위 노대래 위원장이 직접 사과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의하면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8일 세종시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규제완화를 할 때는 규제의 정책목적과 경쟁제한에 따른 득실을 잘 따져야 한다”며 “사회적 경제 분야와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은 경쟁촉진 대상이 아니라 경쟁력을 높여서 공정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지난해 규제학회에 용역을 주어 경쟁제한적 자치법규 개선과제를 발굴할 때부터 이런 점을 반영했어야 하고, 이후 지자체에 2134건의 경쟁제한적 조례를 보낼 때도 미리 걸렀어야 하는데 그렇게 못했다”며 노대래 공정위원장이 사과한 것이라고 한겨레신문은 보도했다.

충북도, ‘함부로 폐지하겠나’

공정위가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한 것에 대해 지역의 관련단체들도 안도하는 모습이다. 충북사회적경제지원센터 이인선 국장도 “공정위가 사회적 기업에 대한 조례 폐지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사회적기업 전국 협의기구에 알려왔다”며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이 국장은 “이사회에서 공정위가 한발 물러선 만큼 일단 지역차원의 공식 대응은 뒤로 미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부터 공식 활동에 들어간 충북도규제개혁추진단 관계자도 공정위의 계획이 현실화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4월 2 충청권 지방자치단체 합동으로 공정위가 주관한 공청회가 진행됐다”며 “이때 충북도 및 지자체의 관련 조례 내용을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공정위의 실행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의구심을 가졌다”며 “ 지역 중소 상인과 약자를 보호하는 조례를 폐지하겠다는 것에 대해 어떤 지자체가 동의를 하겠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공정위 계획은 현재 추진되는 것이며 6월 30일까지 폐지 대상에 포함된 해당 조례에 대한 도의 입장을 정리해 제출 하게 끔 돼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기간동안 충북도는 지역의견을 수렴하고 다른 지자체의 대응 추이를 지켜보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착한 조례 손 들어준 법원 판결

공정위가 일보 후퇴하는 동안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과 관련된 지방자치조례에 손을 들어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주목을 끌었다. 

서울행정법원은 (주)코스트코코리아가 서울 영등포구청을 상대로 낸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영등포구청의 조례에는 지자체장이 대형마트 등에 대해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까지의 범위에서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매월 1일 이상 2일 이내의 범위에서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법원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진 대규모 점포로 인해 중소유통업자들이 시장에서 퇴출될 경우 유통업 시장이 독과점 구조로 고착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중소유통업자들이 경쟁에서 밀려 시장에서 퇴출 될 위기라면 경쟁력 강화만으로는 건전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대규모 점포가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을 하면 근로자들이 적정한 휴무일을 보장받지 못한다"며 "의무휴업일도 매월 최대 이틀까지만 지정할 수 있으므로 과한 제한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법원의 판결과 지역 중소상인과 사회적기업 등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제‧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조항을 폐지하겠다던 공정위의 최종 행보가 어떻게 귀결될지 여전히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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