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 화랑문화축제 참가 외국인들 원더풀 연발
태권도와 우리 전통문화와의 만남…부가가치 가능성

말 많던 축제의 끝은 그래도 초라하지 않았다.
지난 18~24일까지 ‘짧은 만남 긴 감동…’이란 슬로건 아래 열린 2004세계태권도화랑문화축제는 지역축제의 세계화 가능성을 확인하며 막을 내렸다.

비록 장마철에 행사가 치러지는 바람에 계획이 축소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주민들로부터 예년에 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진천군 자체행사로는 최대 규모인 41개국, 1400명의 선수단(해외 804명)이 참가, 외형적인 면에서 국제행사로 손색없다는 것이 후한 점수를 받는 배경이 된다.

진천군 입장에서는 충청대의 행사와 겹쳐 동네잔치로 끝날 것이란 우려를 보란 듯이 극복했기에 기쁨이 두 배이다.조직위 한 관계자는 “해외 인사들의 경우 숙박시설 등 행사 수용인원이 800명이라 뒤늦게 참가를 요청하는 이들을 거절하느라 진땀을 흘릴 만큼 외형적인 면에서 성공작이었다”며 “비행기 티켓 지원 없이 전 세계 태권도인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것은 그동안 군에서 태권도에 들인 공이 크다는 반증”이라며 환한 표정을 놓지 않는다.

   

전통문화와 접목 차별화
행사 기간 내내 조직위 캠프가 차려진 화랑관 주변에는 오락가락하는 빗줄기에도 아랑곳없이 발차기 등 연습을 하는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흰색 도복을 입어 더욱 검게 보이는 아프리카 참가자들부터 벽안의 금발 아가씨까지 이들은 피부색, 인종을 떠나 태권도 정신 아래 하나가 됐다.

이들에게 태권도 종주국 한국은 성지(聖地)나 다름없다. 때문에 진천군은 태권도대회 자체보다는 우리 문화를 알리는데 포커스를 두고 축제를 준비했고 이 컨셉이 제대로 맞아떨어진 것이다.

진천이 낳은 신라시대 명장 김유신 장군의 탄생지에서 진행된 성화채화 봉송행사에서는 각국 대표들이 전통 한복을 입고 제례를 올렸고, 우리 전통 문화를 제대로 알리려는 다채로운 이벤트도 마련됐다.

진천군 자원봉사센터 수지침 봉사대원(팀장 김규식)들의 무료 시침, 세계 최고 문화유산 중 하나인 도자기 체험 학습장 등이 그것이다. 특히 인기를 끈 것은 김치 담그기 체험. 덕산면에 위치한 (주)한성김치(대표 김순자)에서 마련한 이 행사에는 200여명의 외국인들이 직접 양념을 버무리고, 자신들이 담근 김치를 맛보며 ‘원더풀’ ‘베리굿’을 연발했다.

감동적인 드라마도 연출
진천 축제에는 드라마틱한 감동도 이어졌다. 그 주연은 베트남의 응오 수안 진(Ngo Xuan Chin)과 호앙 반 서 (Hoang Van So). 우리 나이로 예순인 응오 선수는 전쟁도중 부상을 당해 오른쪽 다리를 절단한 장애인임에도 불구, 외발로 창작 품새 시범을 보여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또 하나의 주인공인 45살 호앙 선수는 전투 중 오른발 부상을 입은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타고 무예부문에 출전하여 품새 시범과 함께 주먹 격파를 선보였다. 두 제자의 모습을 지켜본 하노이대표팀 노광엽 사범(34)은 “장애인이지만 열심히 태권도를 배우는 선수들”이라고 칭찬한 뒤 “전쟁 없는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이번 화랑문화축제에서 시범을 보이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제행사 노하우 축적
겹치기 축제, 혈세 낭비 등 비난 속에 치러진 이번 축제는 태권도에 우리 고유전통 문화와 지역의 순수한 정을 접목시킴으로써 성공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외국인들에게는 태권도 종주국에서의 소중한 추억을, 그리고 행사를 준비한 진천군 공무원들에게는 동네잔치 아닌 국제행사를 체계적으로 치러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노하우를 축적했다는 것이 큰 소득이다.

행사장에서 만난 윤성로씨(진천군 문화체육과)는 “충청대와 공동 주최할 때는 국제행사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하다 보니 끌려 다니는 사례가 많았다”며 “지난 1년 동안 국제행사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적용한 것이 더 나은 행사를 치를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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