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균 취재1팀 기자

▲ 김남균 기자
우리가 살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법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개인의 자유와 시장을 통한 경쟁의 자유를 강조하는 시민법. 그리고 인간의 평등과 사회적 조화를 목적으로 일정한 규제를 골자로 하는 사회법이 있다.

19세기 국가는 야경국가(夜警國家)였다. 한편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할수록 빈부격차와 독점은 심화 됐다. 경쟁은 독점으로 이어졌다. 끝내는 극소수의 승자가 모든 것을 독점하는 대기업 독점시대로 연결됐다.

빈부의 격차는 사회불안을 야기했다. 농촌에서 밀려난 농민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었고 노동시장의 과잉을 불러왔다. 수요에 비해 과도하게 불어난 노동자는 일자리를 위해 더 싼 임금을 감수해야 했다.

결국 기아 직전의 영국 노동자들은 폭동을 일으키고 공장 기계를 부수기 시작했다. 폭동에 위협을 느낀 국가는 일정한 양보를 한다. 양보의 결과 탄생한 것이 사회법이다.

국가는 최소 임금을 보장하는 최저임금을 설정했다. 자본가와 개별 노동자들 사이에 공정한 협상이라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봤다. 기울어진 협상력을 보완하기 위해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을 결성해 힘의 균형을 맞추도록 했다.

사회법적인 보완장치가 마련되자 자본주의 사회는 안정을 찾아갔다. 빈부격차와 계급대립 등 사회적 병폐는 줄어들었다. 역사적으로 봐도 사회법은 계급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주의법이 아니다. 사회법은 경쟁중심의 자본주의에서 발생한 사회 갈등을 완화하고 조정하기 위해 생긴 사회 시스템에 불과했다.

박근혜정부의 공정거래위원회가 결국 사고를 쳤다. 공정위는 경쟁을 최고 미덕으로 판단해 세상을 재단했다.

공정위 눈에는 대형마트 입점을 규제하고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재래시장에 대한 특혜로 보였다. 장애인을 고용하고 저소득층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이 대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특혜로 보였다.

공정위는 경쟁은 고통스러운 과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경쟁을 통하지 않으면 혁신은 없다고도 했다. 공정위는 경쟁을 통한 혁신에서 밀려난 자들이 사회적 약자가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서 대기업에 대한 차별을 없에야 된다고 결론졌다. 공정위는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대형마트의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방정부에 요구했다.

지역건설사의 장비와 인력을 의무비율에 맞춰 사용하도록 한 조례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요구는 무책임하다. 과연 재래시장의 구멍가게와 대형마트의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기는 한가.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해 건강을 지키겠다는 급식 문제를 대형유통상들의 시장 경쟁 문제로 보는 것이 타당성이 있는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은 명칭에서부터 규정돼 있다. 이름그대로 공정위는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것이 고유 임무다. 공정위에 묻는다. 기울어진 경기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가. 누가 봐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공정위에 또 묻는다. 혹시 공정위는 폭동과 방화를 선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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