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의 충청리뷰 편집국장

신행정수도 이전 이슈가 국론은 물론 지역여론을 갈기갈기 찢고 있다. 현재의 논란들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고약한 아전인수식 말 바꾸기, 꼼수, 낯간지러운 표변, 소지역주의적 이해의 백화제방식 분출 등 혼돈의 아귀다툼 속으로 함몰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역시 압권은 높은 분들의 현란한 말씀과 태도 바꾸기이다. 대선 직후 행정수도 이전문제를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대통령 발언이 현 정권 최고 서포터스로 인식되었던 네티즌들에 의해 폭로된 것은 건망증 심한 우리에게 놀람과 함께 다른 의미에서 충격파를 던졌다. ‘인심’(인터넷 민심)은 어느 때고 바뀔 수 있음과, 그 변심이 정향성없는 돌변이 아니라 진실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명징하게 드러났다.

또 “(국민투표 회부여부를)국회에서 결정해야 할 일”이라거나 “16대때 국회가 관련특별법을 통과시킴으로써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느닷없는 국회 존중론은 16대를 반국민적, 반개혁적으로 내몰았던 기존의 인식과 정면 배치하는 것이어서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한나라당은 더 고약하다. 그들 역시 총선을 앞두고 ‘정략적’으로 특별법을 통과시켜놓고 뒤늦게 딴지를 거는 것은 치졸하기 짝이 없는 기회주의적 처신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통렬한 사과와 반성의 말만 없었더라도 한나라당은 영원히 딴나라당으로 낙인찍혀도 할 말이 없을 뻔했다.

그런 면에서 박 대표의 무거운 언행은 책임의식이란 찾아보기 힘든 정치권의 행태에서 분명 놀랄만한 고해성사다. 느닷없이 궁예와 이성계가 운위되고 박 대표를 겨냥해 박정희 대통령의 임시행정수도 건설 검토사실을 상기시키는, 말장난과 복선이 깔린 얕은 역사지식의 현란한 부활을 보며 고약한 뒷맛을 씹던 때였기에 더욱 그렇다.

물론 이것으로 분분한 국론이 조기에 수습될 것 같지 않다. 게다가 내부, 즉 충북의 지역 여론 역시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갈수록 들끓고 분열하는 현상은 걱정스런 주목대상이다. 오송 탈락을 전후해 충북도와 신행정수도건설충북연대가 보인 석연찮은 언행은 무책임과 말바꾸기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 때문에 이들에게, 또 열린우리당 지역구 의원들에게 “당신들은 무엇하는 사람들이냐”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도대체 누가 말을 바꾸고 ‘부정직’으로 일관했는가 뻔하지 않은가.

이런 가운데 오창·오송에선 오송 탈락을 소위 스필오버(spill-over:개발핵심부 주변에 떨어지는 혜택)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결과로 환영하거나 기대하는 엄연한 현실, 진천·음성은 뒷전이고 나아가 청주권 중심 시각의 일방적 논의구조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충주 등 북부지역 여론의 냉소와 이탈도 주목해야 한다. 이런 여론분열을 소지역주의적 이해와 관점의 무분별한 분출로만 치지도외 할 수 있을 것인가.

설령 그렇다면 누가 이런 상황을 만들어 냈는가. 상황이 이 지경이면 비 충청권의 반대여론에 의한 행정수도 이전불발보다 ‘내부’의 지리멸렬을 먼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형국 아닌가. 아니 이 시점이 온통 행정수도에만 함몰할 때인가. 그런데도 책임있는 자들의 책임 있는 자세는 찾아볼 길 없고, 그래서 비이성이 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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