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경환 조흥은행 충북본부 차장

   
최근 최고의 유행어는 단연 ‘웰빙’이다. 신종 웰빙 상품들이 연달아 출시되고, 각종 매스컴에서도 연일 웰빙 족의 생활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90년대 X세대, 신세대, 보보스족처럼 2000년 초 불어닥친 ‘웰빙’이 새로운 문화코드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국내에 웰빙 개념이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대략 2002년 말부터로 파악된다. 외국 라이선스 계열 여성 잡지들이 미국 등지에서 불고 있는 이 라이프스타일을 앞서 소개하면서 퍼지기 시작했다.

`웰빙의 사전적 의미는 `안녕`,`행복`,`복리`를 의미한다. 생활방식으로서의 의미는 여러 의견이 있으나 가장 적합한 말로 정의한다면 `쿨(Cool)한 건강문화`라고 할 수 있다. 또 문화적으로 해석하면 물질적 가치에 매달리지 않고 정신과 신체의 조화를 통해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에 사회적으로는 `상업주의가 가공해 낸 정체불명의 변종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웰빙족들은 도심의 공해와 바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몸의 평화를 추구하고 패스트푸드보다는 유기농 야채와 곡식으로 만들어진 신선한 건강식을 섭취한다. 또 몇 만원짜리의 값비싼 레스토랑 식사 대신 가볍게 생식을 즐기고 그 값으로는 향긋한 스파 마사지나 발 마사지를 즐기는 것이다.

매일 저녁 이어졌던 술자리 모임을 피하고 퇴근 후 곧바로 헬스클럽을 찾거나 요가 센터를 찾아 하루 동안의 스트레스를 말끔히 날려버리는 것 또한 웰빙의 일환이다. 짭짤한 야근 수당이나 휴일근무에 대해선 털끝만치의 미련도 없는 주말이면 자신에 대한 봉사에 소홀히 하지 않는다. 문화 행사를 즐겨 찾는 것은 물론 다양한 레포츠,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근교로 떠나는 주말 여행을 시도한다. 신문 하단에 가득 실린 패키지 투어를 끔찍이도 싫어하고 휴가 때면 남들과는 다른 여행을 계획한다.

하지만 이같은 웰빙의 이면에는 상업주의에 너무 물들어 있다는 폄하의 이견도 있다. 웰빙은 상업주의가 만들어낸 허무 일뿐 아니라 오히려 각자 추구하던 건강한 삶의 양식을 특정한 틀 안에 가둬 획일화 시키고 있다는 생각이다. 시중에 출시되는 많은 상품의 상표 앞머리 마다 웰빙이라는 단어가 판박이로 표기돼 있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가.

이런 표기가 있다고 정말로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보장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단순히 유행처럼 퍼져나가는 유행의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혹시 유행하는 운동과 식단만을 따라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요즘 광고 멘트 중에 “한 걸음 늦게 간다해도 그리 늦는 것은 아냐”라는 게 있다. 나는 이 멘트가 우리가 추구하는 웰빙의 참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웰빙을 추구한다면서 뒤질세라 경쟁심에 조바심을 낸다면 그건 이미 웰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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