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가 왜 지방자치 조례 손보나 … 발상부터 문제
경쟁 ‘만병통치약 아냐’…약자 돌보는 것이 국가의 기본"

▲ 2012년 청주의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은 한 대형마트에서 의무휴일제 준수를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경쟁 제한적 차별규제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방자치조례 폐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예상외로 거셀 전망이다. 일부 단체에서는 “지방자치를 하지 말자는 것이냐”며 중앙정부가 지방자치조례를 폐지하겠다는 것에 대해 심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 충북경실련은 성명을 내고 저항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회적기업 관계자도 연합단체 차원의 대응을 모색하겠다고 밝혀 지방선거에서 정치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대형마트의 입점제한 및 영업시간 규제 및 의무휴일제 등이 담긴 조례를 대표 발의했던 청주시 육미선 시의원. 육 의원은 공정위가 해당 조례 폐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자 “지방자치 하지 말자는 거냐”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중앙정부가 폐지할 권한도 없으면서 왜 약자를 보호하는 것에 딴지를 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단체 관계자는 더 격한 반응을 보였다. 사단법인 충북사회적경제지원센터 하재찬 지원국장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이럴 거면 사회적기업을 왜 만들었나”며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 국장은 사회적 기업을 일반기업과 경쟁 관계로 설정한 것 자체부터 문제 삼았다. 그는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잉여까지 지원한다”며 “일반기업이 취약계층을  고용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하 국장은 “취약계층을 고용한다는 것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는 것”이라며 “일반 기업에 비해 생산성이 부족한 사회적기업에 지원하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기울기를 맞추는 최소한의 보완장치”라고 주장했다.

또 “현재 있는 조례조차 시행되는 것이 적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그래도 조례가 있어 사회적기업에 대한  당위성을 확인하는 근거가 되는 것인데 이것을 허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 국장은 “현재 사회적경제협의회가 구성돼 있고 이곳에 참가하고 있는 사회적기업들로 ‘공공조달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이 사회적 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할수 있도록 한 조례가 폐지가 된다면 사회적 기업은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8일 사회적경제협의회 대표자회의가 열린다”며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 도내 100여개의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차원의 공동 대응방안을 마련 할 것”이라고 밝혔다.

2주전 박근혜정부의 지방분권정책 평가 토론회를 개최했던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도 공정위의 지방자치조례 폐지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선영 사무국장은 “공정위 계획은 수도권 규제완화보다 더 큰 폐해가 예상된다”며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국장은 “중앙정부가 지방자치조례를 폐지한다는 것은 반지방자치 폭거”라며 “시민사회 전체가 모여 대응해야 될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저항운동 나설 것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오경석 국장은 “암을 유발하는 원인이 무엇이냐”며 “암 유발인자를 규제하는 것이 환경 규제인데 이것을 암 덩어리 취급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충북시민재단 송재봉 대표도 정부를 비판했다. 송 대표는 “지역민들의 욕구를 가장 잘 아는 지역의원들이 자율적으로 만든 것이 자치조례”라며 “지자체의 의견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자치조례를 손 본다는 것은 지방자치의 근본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가경복대시장 상인 이 모 씨는 “대형마트가 추가로 하나 생기면 매출이 10% 떨어진다”며 “그나마 2주에 한번 쉬는 것도 없어지고 새벽까지 영업을 허용하는 것은 재래시장 상인들은 망하라는 말 밖에 안 된다”고 한탄했다.

7일 충북경실련과 ‘충북지역경제살리기 네트워크’는 도내 사회단체 중 가장 먼저 성명을 발표하고 저항운동에 나설 것을 경고했다. 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 모든 규제를 ‘제거해야 할 암덩어리’ 혹은 ‘악’으로 규정하고 꼭 필요한 규제까지 철폐할 것을 요구하는 최근의 경향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산업 발전 혹은 지역건설업 지원이나 여성기업인과 사회적기업 등 특정계층, 협동조합, 전략산업, 친환경농업, 녹색산업 지원을 명목으로 진입을 제한하거나 경쟁을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은 실상 노골적인 대기업 편들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특히  「청주시 대규모 점포 등의 등록제한 및 조정 조례」가 제정되기까지 수많은 상인들이 생업을 팽개치고 거리로 나섰던 사실을 강조하고 정부의 폐지 움직임에 맞서 중소상인과 연대할 뜻을 비췄다.

충북경실련 최윤정 사무국장은 “3일 성안길번영회 사무실에서 소상공인들과 이 문제를 토론했다” “폐지 움직임을 자영업자들이 앉아서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자영업자의 여론을 종합해 봤을  박근혜정부의 자치단체 조례 폐지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코앞에 다가온 6?4 지방선거에 이 문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다면 한다’. 이것이 박근혜정부 스타일
충북발전연구원 원광희 박사, 공정위 계획대로 추진 예상

“꼼꼼하고 치밀하다. 그래서 낙관적이지 않다”. 충북발전연구원 원광희 박사는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개혁 추진 전망을  이렇게 분석했다. 원 박사는 박근혜정부의 규제개혁 움직임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오석 부총리가 말한 “깜짝 놀랄 정도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뿐만 아니라 안전행정부 등 정부의 모든 기관이 총 동원돼서 추진하고 있는 정부 최대 시책이라고 보면 된다”고 원 박사는 설명했다.

원 박사는 정부가 추진하는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보다 서민 생활에 더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공정위의 플랜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는 건물 입점 규제 완화 계획에 의하면 같은 건물에 빵집이 3개든 5개든 무한대로 들어 올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주요 상권 골목에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으로 채워 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박사는 “수도권규제완화도 모자라 공정위가 나서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과 사회적기업 등에 대한 지원을 폐지한다는 것은 국가가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등 기본적인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원 박사는 이 문제에 대해 지역차원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는 당근책을 제시하면서 교묘하게 지방의 공동전선을 교란시키기도 한다”며 현재 상황이 만만치 않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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