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대상 조례 살펴보니…소상공인•지역 업체 보호 조항
논리는 더 해괴…‘경쟁, 고통스럽지만 보호하면 혁신 안해’

▲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장면 TV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는 육거리시장 상인.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육거리 시장을 수차례 방문해 지지를 호소한바 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대형마트의 영업규제를 제한하는 조례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육성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방정부의 조례를 ‘경쟁제한적 차별 조례’로 보는 논리는 무엇일까. 공정위는 경쟁 제한적인 차별의 유형을 다섯 가지로 분류했다. 세부 유형은 진입 제한, 가격 제한, 사업 활동 제한, 차별적 지원 그리고 기타이다.

‘청주시 대규모점포 등의 등록제한 및 조정 조례’는 재래시장과 같은 소규모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의 허가와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조례를 ‘진입 제한’과 ‘사업 활동 제한’ 두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공정위가 내세우는 논리는 단순하다. 공정위는 대규모 점포 등을 전통상업보존 구역 내에 설치하려는 경우 상생협력계획서 등의 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단체장의 타당성 검토를 받도록 되어 있는 것을 지적했다. 따라서 대규모 점포의 신규입점과 관련해 협의회의 협의가 성립하지 않은 경우 단체장이 등록을 제한함으로써 진입자체를 봉쇄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당연하다. 애초에 경쟁상대가 되지 않는 재래시장 자영업자와 대형마트의 불균형한 경쟁력을 감안해 규제를 통해 균형을 맞추는 것이 조례의 취지이기 때문이다.

반면 공정위는 이 규제가 단기적으로는 기존 사업자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을지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들 사업자의 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경쟁은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이를 통해서만이 새로운 서비스나 상품을 만들어 낸다. 경쟁상황에 놓인 시장참여자들이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업방식을 고수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규제 역시 단기적으로는 소상인이나 전통상업구역 내 기존 상인의 보호를 이루어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대규모 점포에 비해 떨어지는 이들의 시장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공정위는 영업시간 규제에 대한 부분에서도 판단의 지렛대는 오로지 경쟁이다. 공정위는 “ 대형마트와 소상공인, 전통시장은 서로 경쟁시장이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런 경쟁을 통해서만이 전통시장과 자영업자가 살수 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경쟁관계에 있는 시장 주체에 누구에게 불리한 규제를 정부가 나서서 하면 안된다는 논리다.

공정위는 또 다른 측면에서 이들이 경쟁관계가 아니라고 하는 해괴한 근거를 제시했다. 공정위 보고서에는 “규제의 도입 후 시장의 결과를 보면 이들 시장은 경쟁시장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즉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시장 규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2012년 한 해 동안 전통시장의 매출은 여전히 감소했고 소상인도 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즉 2012년 전통시장의 일일 평균 매출은 4502만원으로 2010년에 비해 10%가 줄었고 점포당 평균 일평균 매출은 19% 감소했다. 즉 동 규제는 그 도입을 통해 보호하려는 대상의 보호를 이루지 못한 것”이라 해당 조례를 폄하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

공정거래위가 개선 혹은 폐지 대상으로 선정한 지방정부의 조례 대부분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과 관련돼 있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현재 지역선설산업 활성화 지원 조례를 통해 공사의 발주에서 지역건설업체의 공동수급제를 권장하거나 지역사업의 장비나 노동자의 우선 구용을 강제하는 방식으로 지역업체 우대정책을 펴고 있다.

청주시는 조례를 통해 시장은 다른 지역 건설업체가 지역건설사업에 참여하는 경우 지역건설산업체와의 공동도급비율을 49%까지, 하도급 비율을 70% 이상 높이도록 권장할 수 있다. 반면 공정위는 이런 조례가 다른 지역의 사업자의 진입을 제한하는 규제로 판단했다. 지역건설업체에 대한 보호조항은 지역사업자에 대한 사업영역을 공고히 해 지속적인 건설용역의 보급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한다. 또 시장경쟁체제가 무너지면 기업의 경쟁력이 거꾸로 약화된다며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공정위의 논리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건비 지원등 직접생산과 관련된 경비 지원도 삭제대상에 포함됐다. 공정위는  “사회적 기업의 행태는 여러 가지로  중소기업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란 이유만으로 정부에서 간접지원을 넘어서 세재해택, 시설비 지원, 우선구매, 민간위탁사업 우선기회 부여를 정당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에 속하는 중소기업이라도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는 시장 경쟁에서 결과적으로 열위에 처할 수밖에 없고 정부의 공적인 도움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경우로 국한되어야 한다고 공정위는 주장했다.

공정위 논리는 일면 그럴 듯 했지만 개선방안에선 사실상 지원을 중단하라는 것으로 결론 냈다.

공정위는 “교육훈련 지원 등은 간접생산비에 해당하는 것으로 일견 가능”하지만 “시설비 지원, 재정지원, 우선구매 촉진, 민간위탁사업에 우선적 기회의 부여, 시세의 감면, 지역공동체활성화 목적 사업에 대한 우선지원 등은 모두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같은 지원은 직접생산비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지원을 받은 기업과 그와 경쟁하는 그렇지 못한 기업은 시장경쟁에서 결정적인 불균형에 놓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사유를 적시했다.

또 이같은 지원이 계속된다면 사회적기업이 시장에서 가격경쟁 및 품질경쟁을 왜곡시킬 것이기 공정위는 주장했다.

우수농산물을 급식 명문화도 차별규제
지역농산물 우선 구매 담긴 학교급식조례도 폐지

청주시 ‘학교 급식에 관한 지원 조례’는 학교급식에 우수식재료를 쓰도록 하는 근거규정을 마련해 급식의 품질을 높여 학생들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까지 공정위는 경쟁제한적 규제로 선정했다.

공정위는 급식조례에 대해 “경쟁제한성의 관점에서 분석하면 우수식재료와 사실상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우수식재료 이외의 농산물과는 차별적인 대우를 하게 되는 경쟁제한적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또 “ 이 조례로 인해  학교급식 시장이라는 매우 큰 시장에 우수식재료 이외의 식재료는 제도적으로 진입이 어려워진다”며 “조례로 학교급식에 명시적으로 우수식재료를 우선적으로 공급하도록 규정을 하게 되면 정부에 의해 인위적으로 친환경 식재료가 아닌 식재료는 진입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우수식재료가 아니라고 해서 건강에 위해한 것은 아니며 단지 식재료의 품질의 차이만 있을 뿐이기 때문에 시장의 자율적 선택의 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고 것이다.

지역농산물을 우선 구매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역의 생산자에게 경쟁우위를 명시적으로 두고 있다”며 “이런 조항은 자칫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특정한 업체를 우수식재료 업체로 인증해 주고 이들에게 학교급식 식재료 납품에 우대해 주는 경쟁제한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지역의 농산물, 축산물, 가공품을 지자체장이 우수식재료로 인증하고 이에 대해서만 학교급식에 대해 우대해주는 조항은 당연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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