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예비후보들, 박 대통령과 같이 찍은 사진 내걸며 '마케팅‘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설명회 때는 안철수 의원과 줄 서서 기념사진

선거 후보들은 통상 자신의 든든한 백 그라운드를 내세운다. 자신의 경력만으로 모자라면 ‘높은 분’과의 인연을 자랑한다. 이럴 때 등장하는 것이 ‘높은 분’과 찍은 사진이다. 한마디로 ‘인증샷’이 필요한 것이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주시내 선거사무실에 많은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높은 분’과 찍은 사진도 종종 볼 수 있다.

▲ 일부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은 건물 외벽에 플래카드를 걸며 박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선거 때마다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이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대표일 때부터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며 선거판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다. 박 대통령이 지원유세 한 번 하면 순위가 뒤집힌다는 말이 있어서 그런지 후보들은 ‘친박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그러다보니 전국의 새누리당 후보들은 앞다퉈 박 대통령과 인연을 강조하며 사진을 게시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현상이다.

충북지역 새누리당 후보들도 요즘 박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많이 내걸었다. 어떤 후보 사진은 박 대통령 사진과 본인 사진을 합성한 것처럼 부자연스러워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7일 충북지사 예비후보를 사퇴한 서규용 씨는 상당공원 왼쪽 청주상공회의소 옆 건물 전면을 플래카드로 덮었다. 그 중 한 쪽은 박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크게 확대해 걸었다. 윤진식 충북지사 후보도 분평동 BYC건물 전면에 박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크게 걸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충북을 살리겠습니다’라는 글귀까지 적었다. 육거리에 사무실을 낸 남상우 청주시장 예비후보도 한 쪽 면에 박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내걸었다. 청주시의원으로 출마한 김경식 씨도 함께 찍은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확대해 게시했다.

지역일꾼이 朴과 인연 왜 강조?
수도권과 영남권에서도 ‘박대통령 마케팅’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 중 영남권이 가장 심하다고 한다. 과거 ‘친이’쪽에 있던 사람마저 선거승리를 위해 ‘박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는 것. 정몽준 서울시장 예비후보도 박 대통령 사진을 캠프 내 접견실에 걸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김황식 예비후보는 사진을 걸지는 않았으나 “박 대통령 측근들이 출마를 권유했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친박계 인사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는 발언을 공공연히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설명회 때 관계자들은 안철수 의원과 줄 서서 기념사진을 찍는 광경을 연출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창당한지 얼마되지 않아 지켜봐야 하지만 지난 3월 7일 리호관광호텔에서 열린 창당 설명회 때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공식 일정이 끝난 뒤 사진촬영 시간이 되자 안철수 의원은 무대 위에 그대로 서있고, 관계자 및 선거 출마 희망자들이 줄을 서서 사진 한 장씩 찍고 내려가는 모습이 연출됐다. 충북도당 인준이 이뤄지고 후보들이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이름으로 출마하면 이들도 아마 이 사진을 걸을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모 씨는 “사진 한 장 그냥 보고 넘어갈 수 있지만, 생각해보면 이런 사진이 왜 필요할까 싶다. 지방선거는 지방이 중심이 돼야 한다. 중앙정치로부터 분리해 풀뿌리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우리지역 일꾼으로 출마하는데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을 왜 부각시키는가. 후보들은 지역을 걱정하고 지역을 위해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해야 한다. 이런 것이 유권자들에게 순간적으로 신뢰를 줄 수 있을지 몰라도 광고효과를 노린 것 외에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 것이다”고 분석했다.

‘반기문 총장 마케팅’도 인기상품

방미중인 윤진식 후보 ‘반총장과 사진찍으러?’ 의혹의 눈길
이기용 전 교육감, 도의회 예산심의 무시하고 미국행 ‘눈총’

▲ 이기용 전 교육감은 지난해 연말 도의회 예산심의를 앞두고 방미해 눈총을 받았다. 왼쪽부터 이기용 전 교육감, 반기문 총장.
반기문 UN 사무총장도 박근혜 대통령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이 같이 사진찍고 싶어하는 인물이다. 반 총장은 정치에 몸담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인보다는 일반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럼에도 정치인들도 종종 반 총장을 선거에 활용한다. 지난 3월 25일 충북지사 예비후보를 전격 사퇴해 지역사회에 파문을 던진 이기용 전 교육감도 ‘반총장 마케팅’에 나서 눈총을 받았다.

당시 도지사 출마설이 파다했던 지난해 11월 28일~12월 8일 이 전 교육감은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했다. 이 때는 마침 도의회 예산심의 일정이 잡혀있었다. 그럼에도 무시하고 그는 반 총장을 만난 뒤 함께 찍은 사진을 갖고 돌아왔다. 이 보도가 나가자 돌아온 것은 ‘예산심의를 해야 할 시기에 반 총장과 사진찍으러 미국 갔느냐’는 비아냥 섞인 말 들이었다. 이 전 교육감은 반 총장과 도내 학생들의 글로벌 마인드를 높일 수 있도록 UN 등 국제기구와 연계된 국제교육프로그램 운영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아울러 반기문 영어경시대회 등 교육프로그램에 큰 관심을 갖고 지원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표했다는 것이나 꼭 방미했어야 했느냐는 궁금증을 풀어주지는 못했다.

8~12일까지 미국을 방문중인 윤진식 새누리당 충북지사 후보도 같은 소리를 듣고 있다. 윤 후보는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인문사회대에서 수여하는 ‘자랑스러운 동문상’을 받기 위해 방미하는 길에 반 총장을 면담한다고 밝혔다. 이 상은 지난해 11월 결정돼 대학측과 약속이 돼있어 선거운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방문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반 총장과의 만남이다. 윤 후보 측은 “반 총장과는 충주중학교 선후배 사이로 평소 돈독한 유대 관계를 유지해 왔다. 반 총장과 만나 국내외 현안 등을 비롯해 충북발전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반 총장 고향인 충주·음성에 추진 중인 ‘UN 세계평화․비전 창조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후보 역시 ‘반총장 마케팅’을 시도하고 선거에 활용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반 총장과의 인연을 유독 강조한 부분이 의심을 살 만 하다는 것. 1시간을 금쪽같이 써야 할 선거운동 기간에 5일씩 해외에 나갈 때는 뭔가 의도한 게 있지 않겠느냐는 게 시민들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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