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예비후보들, 박 대통령과 같이 찍은 사진 내걸며 '마케팅‘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설명회 때는 안철수 의원과 줄 서서 기념사진
이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대표일 때부터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며 선거판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다. 박 대통령이 지원유세 한 번 하면 순위가 뒤집힌다는 말이 있어서 그런지 후보들은 ‘친박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그러다보니 전국의 새누리당 후보들은 앞다퉈 박 대통령과 인연을 강조하며 사진을 게시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현상이다.
충북지역 새누리당 후보들도 요즘 박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많이 내걸었다. 어떤 후보 사진은 박 대통령 사진과 본인 사진을 합성한 것처럼 부자연스러워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7일 충북지사 예비후보를 사퇴한 서규용 씨는 상당공원 왼쪽 청주상공회의소 옆 건물 전면을 플래카드로 덮었다. 그 중 한 쪽은 박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크게 확대해 걸었다. 윤진식 충북지사 후보도 분평동 BYC건물 전면에 박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크게 걸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충북을 살리겠습니다’라는 글귀까지 적었다. 육거리에 사무실을 낸 남상우 청주시장 예비후보도 한 쪽 면에 박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내걸었다. 청주시의원으로 출마한 김경식 씨도 함께 찍은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확대해 게시했다.
지역일꾼이 朴과 인연 왜 강조?
수도권과 영남권에서도 ‘박대통령 마케팅’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 중 영남권이 가장 심하다고 한다. 과거 ‘친이’쪽에 있던 사람마저 선거승리를 위해 ‘박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는 것. 정몽준 서울시장 예비후보도 박 대통령 사진을 캠프 내 접견실에 걸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김황식 예비후보는 사진을 걸지는 않았으나 “박 대통령 측근들이 출마를 권유했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친박계 인사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는 발언을 공공연히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창당한지 얼마되지 않아 지켜봐야 하지만 지난 3월 7일 리호관광호텔에서 열린 창당 설명회 때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공식 일정이 끝난 뒤 사진촬영 시간이 되자 안철수 의원은 무대 위에 그대로 서있고, 관계자 및 선거 출마 희망자들이 줄을 서서 사진 한 장씩 찍고 내려가는 모습이 연출됐다. 충북도당 인준이 이뤄지고 후보들이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이름으로 출마하면 이들도 아마 이 사진을 걸을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모 씨는 “사진 한 장 그냥 보고 넘어갈 수 있지만, 생각해보면 이런 사진이 왜 필요할까 싶다. 지방선거는 지방이 중심이 돼야 한다. 중앙정치로부터 분리해 풀뿌리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우리지역 일꾼으로 출마하는데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을 왜 부각시키는가. 후보들은 지역을 걱정하고 지역을 위해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해야 한다. 이런 것이 유권자들에게 순간적으로 신뢰를 줄 수 있을지 몰라도 광고효과를 노린 것 외에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 것이다”고 분석했다.
‘반기문 총장 마케팅’도 인기상품
방미중인 윤진식 후보 ‘반총장과 사진찍으러?’ 의혹의 눈길
이기용 전 교육감, 도의회 예산심의 무시하고 미국행 ‘눈총’
반기문 UN 사무총장도 박근혜 대통령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이 같이 사진찍고 싶어하는 인물이다. 반 총장은 정치에 몸담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인보다는 일반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럼에도 정치인들도 종종 반 총장을 선거에 활용한다. 지난 3월 25일 충북지사 예비후보를 전격 사퇴해 지역사회에 파문을 던진 이기용 전 교육감도 ‘반총장 마케팅’에 나서 눈총을 받았다.
당시 도지사 출마설이 파다했던 지난해 11월 28일~12월 8일 이 전 교육감은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했다. 이 때는 마침 도의회 예산심의 일정이 잡혀있었다. 그럼에도 무시하고 그는 반 총장을 만난 뒤 함께 찍은 사진을 갖고 돌아왔다. 이 보도가 나가자 돌아온 것은 ‘예산심의를 해야 할 시기에 반 총장과 사진찍으러 미국 갔느냐’는 비아냥 섞인 말 들이었다. 이 전 교육감은 반 총장과 도내 학생들의 글로벌 마인드를 높일 수 있도록 UN 등 국제기구와 연계된 국제교육프로그램 운영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아울러 반기문 영어경시대회 등 교육프로그램에 큰 관심을 갖고 지원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표했다는 것이나 꼭 방미했어야 했느냐는 궁금증을 풀어주지는 못했다.
8~12일까지 미국을 방문중인 윤진식 새누리당 충북지사 후보도 같은 소리를 듣고 있다. 윤 후보는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인문사회대에서 수여하는 ‘자랑스러운 동문상’을 받기 위해 방미하는 길에 반 총장을 면담한다고 밝혔다. 이 상은 지난해 11월 결정돼 대학측과 약속이 돼있어 선거운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방문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반 총장과의 만남이다. 윤 후보 측은 “반 총장과는 충주중학교 선후배 사이로 평소 돈독한 유대 관계를 유지해 왔다. 반 총장과 만나 국내외 현안 등을 비롯해 충북발전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반 총장 고향인 충주·음성에 추진 중인 ‘UN 세계평화․비전 창조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후보 역시 ‘반총장 마케팅’을 시도하고 선거에 활용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반 총장과의 인연을 유독 강조한 부분이 의심을 살 만 하다는 것. 1시간을 금쪽같이 써야 할 선거운동 기간에 5일씩 해외에 나갈 때는 뭔가 의도한 게 있지 않겠느냐는 게 시민들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