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건강환경연구소 등 실태조사 결과 27개 제품에서 검출
위험성 확정하긴 일러…대형마트, 소비자 알권리 충족해야

▲ 식기와 프라이팬 등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에서 발암물질인 중금속이 포함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없다.

음식이 담긴 식기에 발암물질인 납과 카드륨 등이 포함됐다면 안심 할 수 있을까.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식기와 프라이팬에서 발암물질인 중금속이 다량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7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공동행동’은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장바구니 속 생활용품의 중금속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생활 속 화학물질 실태 파악을 위한 예비조사결과에 따르면  A 마트에서 구매한 총 12개 제품에서 납 5만5078 ppm, 비소 5504 ppm,  그리고 카드뮴이 1858ppm이 발견됐다. B 마트에서 구입한 제품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구매한 총 17개 제품에서 납 4만5520 ppm, 비소 3460ppm, 카드뮴 2327 ppm, 그리고 크롬이 1409ppm 발견됐다.

생활용품 뿐만 아니라 식기 등 조리기구에서도 중금속이 검출됐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국내 대형마트 A·B사에서 판매하는 13개의 식기류를 조사한 결과 최저 64ppm에서 최고 4만6990ppm의 납이 검출됐다. 4개 제품에서는 최대 1578ppm의 카드뮴이 검출됐다. 또 7개 제품에서 최대 2102ppm 수준의 비소가 검출됐다고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분석팀장은 밝혔다.

최 팀장은 검출된 중금속의 위해성에 대해 “납은 신경독성물질로 어린이의 IQ를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외에도 “간과 중추신경 등 신체기관에 생식독성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라고 경고했다.

카드뮴은 암을 유발하는 신경독성 물질로 유럽연합에서는 100ppm이 초과된 제품은 사용이 금지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린이 용품의 카드뮴 허용기준은 75ppm이다. 비소 역시 맹독성 1급 발암물질이다.

머그컵, 사기 그릇에서 검출

식기에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품목과 재질 별 검출량에 대한 궁금증도 커졌다. 이에 대해 조사 참여자들은 특정 품목에서 중금속이 첨가됐지만 위험성을 단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조사에 참여한 환경정의 이경석 사무국장은 “검출된 식기 중 사기 그릇 재질에서 중금속이 검출된 것은 맞다. 하지만 사기 그릇, 머그컵 등 조사한 제품에서 모두 발견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특정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도 아니라고 말했다. "사용한 그릇을 설겆이 하는 과정에서 수세미로 닦다 보면 마모가 생겨 제품 안에 든 납이 계속해서 조금씩 나올 수 있다"며 "사용할수록 발암물질에 노출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특정 재질 제품이나 국가의 제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 이번 조사는 소량의 제품을 대상으로 시행한 것이어서 일반화 하기는 이르다”며 “그렇다고 안전하다고 말하기는 더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정보공개해야’

생활 용품 속에는 다양한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지만 그 정보는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현재 생활 용품의 제질 표기나 성분 표기로는 어떤 화학물질이 사용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의 상품 구매는 안전보다는 가격이나 디자인, 상품의 광고 문구 등으로 선택될 수밖에 없다.

‘발암물질 없는 사회만들기 공동행동’ 관계자는 “소비자는 안전한 제품의 선택을 위하여 구매하는 제품의 기본적인 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현실에선 이런 권리가 전혀 보장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기본법 제2장에 규정하고 있는 소비자의 권리 실현을 대형 유통 업체에 직접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환경정의와 발암물질 국민행동은 생활 용품 속 유해화학물질을 직접 조사해 그 위험성을 알리는 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날 환경운동연합·환경재단·노동환경연구소가 참여하고 있는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공동행동’은 안심마트 만들기 캠페인 발족식을 진행했다. 이들 단체는 앞으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함유된 화학물질 자료를 공개할 것을 촉구하는 활동을 펼칠계획이다.

이들의 제안대로 전문성과 시간의 부족에서 벗어나 한 명 한 명의 시민이 보내는 작은 질문과 요청들로 이루어질 이 캠페인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평범한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 찾기에 대한 움직임이 기업의 자발적인 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독성가족을 아시나요?’ 프로젝트 시작
환경단체, ‘내 몸속, 우리집 독성 물질 찾기’ 참가자 모집

얼마나 많은 독성물질이 내 몸에 그리고 우리 주변에 있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위해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내 몸속, 우리집 독성 물질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현재 식기류의 안전기준은 식약청의 '기구및 용기 포장의 기준및 규격' 중 '유리제, 도자기제, 법랑 및 용기류'를 따른다. 납, 카드뮴, 그리고 비소에 대해 용출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납이 0.1%, 1000ppm 이상 함유되어서는 안되나 식기류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번 조사는 용출 실험이 아닌 식기류에 함유된 중금속의 함유량을 조사한 것이다. 따라서 용출 기준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현대인이 매일 사용하는 식기류에 납과 카드뮴 등 중금속이 다량으로 함유되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사실이다.  이러한 중금속은 식기류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음식으로 용출 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중금속에 오염된 음식을 섭취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납은 신경 독성물질로 어린이에게 매우 유해한 물질로 알려져 있다.

노동건강환경연구소는 프로젝트 신청자를 대상으로 몸속에 침입해 있는 유해 화학 독성 물질을 분석하고 개인별로 결과를 알려줄 예정이다. 연구소는 가정 등 일상생활공간에 퍼져있는 독성물질의 위험성을 경고해 독성물질의 생산과 소비를 줄이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내 몸과 집에 있는 독성물질을 확인하고자 하는 개인은 사연을 담은 신청서를 연구소에 보내면 된다.
(문의 :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분석실 02 490 2092 wi0ehp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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