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기준 18대, 인허가는 12대, 운행은 4대
노동자 월급도 착복 … 청원군, ‘알고도 묵인’

▲ 청원군 6개 청소업체가 폐기물관리법에 의거해 확보해야 할 차량기준은 18대, 하지만 이들 업체가 확보하고 있는 차량은 6대에 불과했다. 이중 2대의 차량은 녹슬어 방치돼 있었다. 사진은 청원군 생활폐기물수집운반 업체 차고지 전경

알고도 묵인했을까. 아니면 관리를 소홀히 했던 것일까.

청원군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 업체는 계약을 어기고 신고한 차량의 3분의 1만 운행하는 등 편법으로 일관했다. 6개업체가 지정된 구역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했으나 2개 업체는 아예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 반면 청원군 관계자는 일부 편법 사항을 인지한 정황도 확인됐다. 청원군이 관내 청소업체의 탈법 행위를 묵인한 것인지 혹은 방조한 것인지 논란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본보는 청원군 청소업체가 차량을 축소 운영하고 있다는 제보에 따라 옥산면 소로리 차고지 주변에서 차량 입?출입 현황을 밀착 취재했다. 3월 24일 새벽 5시, 청소노동자의 것으로 보이는 차량 10여대가 어둠을 헤집고 차고지로 들어왔다.

어둠이 마지막 몸부림 치는 6시. 육중한 덤프트럭이 환하게 전조등을 밝히며 새벽길을 나섰다. 첫째 차량이 출발하고 녹색의 생활폐기물 차량 4대가 연이어 출발했다. 그 뒤에는 노란색 음식물 폐기물 수거 차량 2대가 길을 나섰다.

소로 3거리에서 6대의 차량은 옥산과 오창 방향으로 길을 나섰다. 아직 거리 신호등은  녹색과 붉은색을 감추고 노란색만 깜박 거리고 있었다.

수거차량이 공동주택이 밀집한 오창읍 신시가지에 도착하자 차량 뒤쪽에 매달린 2명의 노동자들은 분주해졌다. 노동자들은 반쯤 뛰는 모습으로 도로 사이에 도열된 쓰레기 봉투를 담았다. 거리에는 상가의 현란한 조명도 꺼져 있었고 취객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새벽 길을 나선 생활폐기물 차량은 합계 6대와 12명의 노동자. 그러나 거리의 적막함과 새벽을 깨우는 청소 노동자들의 고단한 노동과는 별개로 이것은 명백한 계약위반에 불과했다.

청원군과 6개 청소업체가 체결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 계약’에는 행정구역을 6개로 나눠 수거업무를 진행하기로 돼 있다. 계약에 따르면 이들은 현도‧북이면 지역, 내수‧문의면 지역, 남일‧남이면 지역, 오송지역, 오창‧옥산 지역, 가덕‧강내면 지역으로 최소 6대의 차량이 수거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날 2개 업체 차량은 운행을 하지 않았다.

본보는 정보공개를 통해 확보한 최근 2년간 청주시광역소각장 입출입 현황자료를 확인해 봤다. 결과는 동일했다. 이를 월별로 분석한 결과 청원군 관내 6개 업체 차량 중 청주시광역소각장을 실제 출입한 차량은 3대와 4대에 불과했다.  
이들 업체는 이런 방식으로 수년 동안 계약을 내용을 어기고 편법으로 운행했던 것이다.

사라진 차량은 어디로?

청원군 관내 생활폐기물 수집 운반 업체의 법적 확보 기준은 5톤 차량기준으로 각 3대. 6개 업체로 합산하면 18대 차량이 확보돼야 한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각 업체별 2대만 확보하고도 인허가를 취득했다. 하지만 이 차량 중 절반인 6대의 행적도 묘연했다. 이에 대해 모 업체 대표자는 “차고지에 모든 차량이 확보돼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취재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6개 업체 공동 차고지에는 방치돼 있는 2대의 차량과 운행 중인 4대의 차량만이 존재했다.

이런 가운데 이들 업체 중 2곳은 신규로 음식물 폐기물 수거업무 허가를 신규 취득했다. 폐기물 관리법에 따르면 생활폐기물 수거‧운반업과 음식물폐기물 수거‧운반업은 엄연히 면허가 다르게 규정돼 있다. 따라서 새로이 면허를 얻으려면 음식물 전용 수거차량을 회사별로 3대씩 확보해야 했다. 하지만 이들 두 업체는 각 회사별 1대의 차량만 확보한 상태에서 면허를 취득했다.

이에 대해 청원군 환경과 관계자는 “폐기물 관리법상 동일한 면허이기 때문에 신규로 면허를 발급해준 것이 아니어서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2대 차량 용적기준 10톤에 신규로 음식물 차량이 들어와 5톤이 확보돼 15톤을 충족했으니 현행법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환경부 관계자는 상반된 해석을 내렸다. 이 관계자는 “음식물과 생활폐기물은 전혀 다른 각각의 면허다. 청원군의 주장은 맞지 않다”고 일축했다.

청주시의 사례도 청원군과 상반됐다. 청주시는 수년전 음식물 수거업체 면허를 발급 할 때 생활폐기물 수거차량과 상관없이 음식물 수거차량의 용적기준이 15톤을 확보된 회사에만 발급했다.

청소노동자 임금도 착복했나!

청원군이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하는 사이 그 피해는 청소 노동자들이 입었다 . 취재 결과 이들 청소 노동자는 받아야 할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업체와 군이 맺은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계약’에 따르면 청소업체는 환경부 고시에 따라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노임단가의 87.745%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이를 월로 환산하면 청소노동자에게 최소 월 250만원 이상은 지급해야 했다.

하지만 청원군에 확인한 결과 이들 청소노동자들이 지급 받은 급여는 월 180만원에서 200만원. 명백한 계약 내용 위반이었다.

그러나 군은 이런 위반 사실을 확인해주면서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또 청원군 환경과는 업체로부터 매년 임금 대장을 신고 받았던 사실도 확인됐다. 그렇다면 청원군 환경과는 알고도 이를 묵인해 온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 청소 노동자들이 과중한 업무에 동원됐을 가능성도 높다. 업체 관계자는 18명을 고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차량 1대당 운전사 1인과 상차업무 2인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 고용인원은 차량4대에 12명일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인원 6명은 생활폐기물 수거업무가 아니라 음식물 수거업무로 배치됐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줄어든 인원 만큼 청소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는 가중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편 본보는 지난호에 청원군 청소 행정이 불법으로 얼룩진 실태를 보도했다. 하지만 이 외에도 청원군의 청소행정이 편법과 불법으로 얼룩진 사실이 추가로 발견됐다. 관계당국의 조사가 절실해 보인다. 

본보 816호 보도 주요 내용

<폐기물관리법 14조위반>

청원군 청소행정이 불법으로 얼룩진 가장 큰 원인은 독립채산제 방식. ‘독립채산제’란 쓰레기봉투는 군청에서 제작하지만 봉투 판매는 용역계약을 맺은 대행 업체가 수행한다. 폐기물 수입운반 업체는 종량제 봉투 판매를 통해 이익을 남긴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불법이다. 폐기물 관리법 제14조 6항 1호에는 각 지자체는 환경부령으로 정해진 기준에 따라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원가를 계산하도록 돼 있다.

<지방재정법 34조 위반>

청원군은 쓰레기종량제 봉투 판매대금을 세입조치 하지 않았다. 지방재정법 34조는 예산총계주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자치단체는 회계연도의 모든 수입과 지출을 세입과 세출로 해 모두 예산에 편입해야 한다. 하지만 청원군은 이것 역시 지키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14조 위반>

 청소용역업체와 체결한 대행계약서에 계약금액을 명시하지 않는 것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14조 1항 위반이다. 청원군과 업체 사이에 맺어진 ‘생활폐기물 수집 운반 대행계약서’에는 계약금액이 명시돼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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