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송 현 (신우기획 대표)

학교가 즐거우면 사람들이 모두 즐겁다. 오래도록 학교 옆에 살면서 담 너머로 학교를 지켜보고, 학교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깨달은 것이다. 학생들이 즐겁고, 선생님들이 즐겁고, 학부형들이 즐거운 학교.

그런 즐거운 학교를 위해 무엇인가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하였는데, 막상 하는 일이 없다. 학기초에 한번 소집되어 수많은 안건들을 자세히 알아보지도 못한 채, 뚝딱뚝딱 통과시켜 놓고는 여름방학이 다가오도록 소식이 없다.

학수고대, 학교만 바라보고 있는데, 드디어 아이가 흰 봉투를 내민다. ‘윤송현 운영위원님’ “드디어 회의가 열리는구나” 하고 봉투를 열어보니, 회의 소집이 아니라 ‘학교 운영위원 연수’ 안내문이었다.

연수라도 제대로 받고, 연수에 가서 다른 학운위원들도 만나보고 싶었다. 비가 오는 가운데도 연수에는 많은 분들이 와 계셨고, 곧바로 강당이 꽉 찼다. 학교 운영위원회를 조금이라도 잘 해보려는 마음들은 이렇게 넘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학교운영위원협의회장의 인사에 앞서 혼란이 있었다. 학교운영위원협의회가 임의단체이고, 학교운영위원들의 의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 하고 있기 때문에 인사를 받을 수 없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이다. 어리둥절했지만 학운위원 활동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하고 이어진 학운위원협의회장의 인사를 경청했다.

학운위원협의회장이라고 소개된 사람은 목에 힘을 준 채, ‘교육장님을 모시고’ ‘학운위원의 고유한 권한인 심의권을 지켜내고’ ‘한목소리로’ 등등 뜻 모를 말들을 토해내며 결의문을 낭독하듯 인사를 하였다. “즐거운 학교를 위해 학운위원으로서 할 일이 무엇인가?”에 도움이 될만한 말은 하나도 없었다.

알고보니 교육청과 전교조의 0교시 수업 금지 합의에 대해 학운위원협의회가 반대의견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0교시 수업이 무엇인가? 학교를 즐겁게 만들기보다는 학교를 살벌하게 만드는 것이다. 학운위원은 누구인가? 학교를 즐겁게 만들고, 학교에서 살아있는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힘써야 할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학운위원은 누구보다 0교시 수업을 반대하고,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주장해야 하지 않은가? 그런데, 학운위원협의회장은 거꾸로 된 결의를 주창한 것이다. 학운위원협의회를 통해 학교 운영위원회를 좀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얻으려던 기대가 안개 걷히듯 사라졌다.

연수라도 제대로 받아야지 하고 자세를 고쳐잡았는데, 충북도 교육감이 강사로 나섰다. 반가웠다. 충북도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수장이 학교운영위원회의 활성화를 위해 직접 연수강의를 한다니 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도교육감은 먼저 지난 선거에서 자신을 뽑아준데 대한 감사의 인사로 시작했다. 선거후 처음이니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계속 감사의 인사가 이어졌다. 자세를 여러 번 고쳐 앉아도 계속 ‘고맙다’는 말이 이어진다. ‘인사도 여러 번 받으면 욕이 되는데…’. 하고 생각할 무렵 이야기가 바뀌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교육감으로서의 치적자랑이 이어졌다. ‘오지학교를 모두 다녔다’, ‘화장실을 모두 고쳤다’ 등등…. 끝날 무렵에야 교육자료라며 자료를 꺼내놓고, 2004년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 및 대학입학 현황 자료를 내보이며 충북이 매우 뛰어났음을 강조했다. 오전 연수에는 초등학교 운영위원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수많은 학교운영위원들이 귀중한 시간을 내어 학교 운영위원회를 좀더 잘해보려고 연수에 참석했는데, 도교육감은 학교운영위원회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없이 당선사례와 실적자랑만 늘어놓다니…. 충북도의 교육감도 학교운영위원을 잘 다독거렸다가 선거때나 써먹는 ‘교육감 선거인단’. 교육청에 잘 보여서 ‘학교 예산 따내는 로비스트’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임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아, 학교운영위원회 활동을 잘 하고 싶다. 학운위 활동을 잘 할 수 있는 방법도 알고 싶고, 학운위가 잘 되어서 즐거운 학교 이야기도 듣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나눌 사람들은 어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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