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련 충주YWCA 가정폭력상담소장

요즘은 거의 매일 가정폭력, 성폭력과 관련된 뉴스를 듣는다. 언제부턴가 우리사회의 가정폭력은 살인까지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서 부부싸움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본다.

‘한국여성의 전화’가 집계한 2012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남편이나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여성의 수는 120명이며 살인미수인 경우가 49건이다. 2013년 여성가족부 조사에 의하면 최근 1년간 부부폭력을 겪은 비율이 45.5%라고 나왔다. 두 가정 중 한 가정은 부부폭력에 노출돼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피해자들의 대처 방법을 보면 주위에 도움을 요청한 경우가 1.8%, 경찰에 신고한 경우는 고작 1.3%에 불과하다. 대부분(68%) 피해자는 그냥 있었다는 말이다. 이유는 가족이니까,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될 것 같아, 대화로 해결하기 위해, 자녀 때문에 그냥 있다는 것 등이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은 그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받아들이는 피해자는 이웃에게 알려질까 봐 창피해 집안일로 감추고, 가해자는 ‘맞을 짓을 했고, 때려서라도 배우자의 잘못된 점을 고쳐서 데리고 산다’라는 정당성을 주장한다. 또 사회는 그런 가정폭력에 대해 집안일이라 치부하고 개입하기를 꺼리며 나아가 너그럽게 생각한다.

가정폭력은 결혼 후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상담현장에서 본 가정폭력의 전조현상은 이성교제 기간 동안 이미 발생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교제기간 중 폭력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그 심각성을 민감하게 느끼지 못한다. 우리는 이것을 ‘데이트 폭력’이라 말한다.

이제 가정폭력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바로 보자. 박근혜 정부가 가정폭력을 4대 사회악의 하나로 선정하면서 이제 가정폭력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명백한 사회적 범죄행위이고 인권의 문제로 다룬다.

가정폭력의 부정적 영향중 대표적인 것이 폭력의 세대 간 전이다. 청소년 상담지원을 하다 보면 부모세대의 폭력을 경험한 아이들은 직·간접 성장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부모세대의 폭력이 자녀세대로 전이됐음을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가정에서 겪은 폭력의 경험이 성인기 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 심각성과 사회적 파장이 크다고 본다.

지난해 경찰대에서 발표된 논문은 이런 사실을 잘 보여준다. 교도소 수형자 4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가정폭력의 경우 응답자의 51.2%, 성폭력사범의 64% 및 살인범 60%가 성장과정에서 가정폭력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형자들은 아동·청소년기에 가정폭력을 직접 겪거나 부모 간의 가정폭력을 목격하는 간접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정폭력은 모든 폭력의 근간이다. 가정이 건강하지 못하면 분노가 학교에서 표출돼 학교폭력으로 이어지고, 그런 청소년들이 가정까지 이탈하면 성폭력, 성매매 등에도 쉽게 노출되게 된다. 가정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때문에 이제 더 이상 가정폭력을 쉬쉬할 것이 아니라 상담하고 주위에 털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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