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제 한얼경제사업연구원장

쥘 베른이 1869년 발표했고, 1902년 세계 최초의 SF영화를 만든 조르주 멜리에스에게 영감을 주기도한 작품 “지구에서 달까지”는 미국의 군산복합 자본가들과 기술자들이 어마어마한 대포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사람이 들어 있는 포탄을 달을 향해 발사 한다는 내용의 공상과학소설이다. 글자 그대로 ‘문샷(Moon shot)’이다.

92년이 흐른 1961년 뉴 프론티어 정신을 주창하며 미국의 제35대 대통령에 취임한 존 F. 케네디는 같은 해 소련이 유리 가가린을 태운 세계 최초의 유인우주선 보스토크 1호를 발사하자 의회연설에서 미국은 10년안에 사람을 달에 보내겠다고 공언한다.

불가하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불과 8년 만인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라는 명언과 함께 달에 첫 발을 딛는다. 쥘 베른이 소설을 출간한 후 공교롭게도 100년만이다.

다시 45년이 흐른 2014년 3월 7일 대한민국. 현오석 부총리는 제1차 창조경제민관협의회를 주재하는 모두 연설에서 ‘문샷씽킹(Moonshot Thinking)’을 언급한다.

‘달을 더 잘 보려고 사람들이 망원경 성능경쟁을 벌이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은 “직접 가서 보지 뭐”라며 달나라로 가는 탐사선(moon shot)을 만들 생각을 한다. 망원경에서 탐사선으로 목표가 바뀌었기 때문에 생각도 다르게 하고, 도입해야할 혁신의 크기도 달라진다.

이처럼 남들과 전혀 다른 새로운 접근방식, 즉 ‘문샷씽킹(Moonshot Thinking)’이 대우받고, 이런 생각이 현실화되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우리 창조경제민관협의회의 역할이다‘라는 것이 연설의 요지인 것 같다.

그 전 문샷씽킹은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가 2013년 11월 미국 실리콘 밸리의 견문을 다룬 자신의 저서 '파괴자들'을 통해 현대 미국의 발전동력중 하나로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실리콘 밸리의 진화가 혁신‧창조‧파괴를 경쟁하는 과정의 수확물이이며 그 번영기반은 문샷씽킹과 같은 급진적이고 파괴적인 도전을 거리낌없이 수용하는 공동체 구성원간 사고의식과 이를 보장하는 사회시스템이라고 진단한다.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현오석 부총리는 일반적으로 보수‧안정‧질서를 상징하는 공무원 조직의 최고 수뇌중 1인이다. 그래서 문샷씽킹의 언급자로서 적절치 않다는 말이 아니다. 속성적로는 배치되지만 현실적으로는 문샷씽킹이 보장되는 생태계 조성에 가장 강력한 칼자루를 쥔 기획재정부의 수장이라는 점이 오히려 반갑다. 그의 문샷씽킹론은 적절한 시점, 적절한 장소를 잘 골랐다.

다만 의문이라고 하는 것은 부총리가 이해하는 문샷씽킹이 그것을 구현하는 자와 지원하는 자간의 역할 분담이 있어, 지원하는 자의 경우 돈과 시스템과 규정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문샷이라는 당시로는 터무니없는 상상력의 씨가 뿌려진 후 100년이 흘러서야 인류는 글자 그대로의 문샷을 구현하였다. 다시 45년을 파괴하고서야 실리콘 밸리를 통해 문샷씽킹의 생태계를 그것도 미국중심으로 주류화하는데 성공하였다. 하루아침에 이루어 진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가 아무리 압축성장의 대가라고는 하나 문샷씽킹은 4대강과 같은 삽질경제가 아닌 의식체계와 행동패턴 그리고 그 토양을 구조적으로 바꾸는 살벌한 전쟁이다.

토양에 뿌리를 박고 하늘로 커가는 꿈을 꾸는 자나 토양의 규격을 관리하는데 노심초사하는 자나 모두에게 문샷씽킹류의 끊임없는 자기혁신‧창조‧파괴와 재탄생은 똑같이 중요하다. 아니 오히려 145년의 간격을 메우기 위한 압축기술을 사용한다고 할 때, 토양관리자의 소양이 더 큰 관건일 수도 있다.

이 점에 관한 부총리의 소양은 어떤 것이며, 부총리의 문샷씽킹을 들으면서 창조경제민관협의회 참여자들이 어떤 각성과 의지를 가다듬었을지 궁금하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