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도시산업선교회 조순형 전도사

지난 3월 15일 옥천 IC 인근 광고 철탑위에서 농성중인 이정훈 유성기업노조 지회장을 응원하기 위한 희망버스 행사가 열렸다. 팔순을 넘긴 재야민중운동의 원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정년퇴직을 마친 전 충북대학교 철학과 유초하 교수 등 70~80년대를 대표하는 노년의 민주투사들도 자리를 채웠다.

이 자리에 청주도시산업선교회 조순형(67) 전도사가 예의 그 환환 웃음으로 이정훈 지회장을 응원했다. 목에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을 상징하는 초록색 올빼미 스카프도 둘렀다. 소외받는 사람들이 있으면 언제나 함께 했던 조순형 전도사. 그의 이름 곁엔 항상 따라니는 이름이 있다.

바로 ‘낮은 곳’을 찾아 기도해 온 거리의 목회자 고 정진동 목사. 조순형 전도사는 1970년대 이후로 언제나 정 목사와 함께했다. 신학대를 졸업하고 정진동 목사와 도시산업선교회 활동을 함께 했다.

1974년 정진동 목사와 청주도시산업선교회는 청주시청 청소부 투쟁을 지원했다. 당시 청소부들은 해가 뜨면 출근해 해가 질 때 까지 일했고 처우는 매우 열악했다.

청소부들의 투쟁이 승리로 끝나자 정 목사가 속했던 대한예수교장로회에 압박이 가해졌고 교단은 정 목사에게 도시산업선교 활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교단의 지원도 중단됐다. 이때 정 목사는 “노동자를 통해서 예수를 보았다. 노동자가 예수다. 목회자가 예수를 떠날 수 없는 일”이라며 넝마주이를 해서라도 노동자에 대한 산업선교 활동을 지속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것은 조순형 전도사가 기억하는 정진동 목사만의 일이 아니다. 사실은 그의 일이다.
정진동 목사를 따라 넝마주이에 나섰을 때 인명진 목사 뿐만 아니라 같이 넝마주의에 나선것도 조순형 전도사였다.

신흥제분 투쟁도 청주시 청소부 투쟁도 오늘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응원하기 위한 희망버스에도 그는 항상 자리해 있었다. 이제는 고인이 되어 비어있는 정진동 목사의 바로 그 자리에서 조순형 전도사는 노동자에게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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