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음성 26개교, 특정 회사 동일제품 무더기 구입
교육지원청, 공문보내 구입 압박…‘짬짜미의혹’ 대두

▲ 진천군 관내 10개 초중교와 음성군 관내 19개 초중교가 500만원 이상 주고 구입한 ‘T'사 건습식 진공청소기. 이를 두고 업체와 공무원 사이에 짬짜미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진천교육지원청이 관내 학교에 고가 청소장비를 조달청을 통해 구매하도록 했지만 이면엔 특정회사 물품을 내정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진천 뿐만 아니라 음성교육지원청도 지난해 같은 방식으로 동일 회사 물품을 대량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구입된 청소장비를 사용하는 일선 학교 급식 시설 종사자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량이 50KG이나 되는 청소기를 사용하기도 버겁고 의자와 식탁이 있는 비좁은 공간에서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알려지자 교육계 주변에선 불용예산을 털기 위한 예산낭비 사업이라는 비판이 제기 됐다. 또 조달청 시스템을 교묘하게 이용해 특정 회사의 물품을 짬짜미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지난 1월 진천교육지원청은 관내 초등학교 7개교와 중학교 3개교를 대상으로 ‘기타학교운영재정지원금’ 5500만원을 교부했다. 각 학교별 55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진천교육지원청은 지원한 교부금을 급식시설 개선사업에 사용하도록 했다.

또 교육청 회계관련 법규에 의거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집행해 업체선정 관련 비리를 사전에 예방할 것을 지시했다. 이를 위해 진천교육지원청은 각 학교에 정부 물품 구매 대행 기구인 조달청의 ‘나라장터’시스템을 이용해 공개입찰 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과 2월 교부금을 지원받은 각 학교는 학교회계전출금 각 550만원으로 고가의 ‘건습식 진공청소기’를 구입했다. 이들 10개교는 각 학교 별로 조달청 나라장터를 이용해 물품구매를 대행해 표면상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공개입찰은 허수아비

취재 결과 이들 10개 학교가 구입한 장비는 모두 특정 T사 제품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이들 10개 학교가 구입한 청소기가 어떻게 특정 T사 제품으로 동일 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 진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별로 적정한 물품을 비교평가하면서 발생한 우연의 일치”라고 설명했다.

과연 특정 회사의 제품을 10개교가 구매한 것이 진천교육지원청 관계자 주장대로 우연의 일치였을까. 취재 결과 진천교육지원청이 발송한 공문을 통해 석연치 않은 부분을 발견했다. 지난 1월 9일 진천교육지원청은 ‘2014년도 학교회계전출금 총액교부’라는 제목의 공문을 일선 학교에 발송했다. 이 공문에는 “각급 학교는 2014년 2월 28일까지가 2013년 회계이므로 2014년도 사업비는 3월 이후에 교부해 2013년 불용액이 과다하게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각급 학교에는 불용액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더 강경한 표현을 사용했다.  진천교육지원청은 “각급학교는 결산 불용액 과다 발생 시 학교운영기본경비 감액산정”이라는 문구까지 공문에 포함했다. 이렇게 진천교육지원청은 일선 학교에 지원된 교부금이 남지 않도록 강조했다.

교육청요구는 사실상 T사제품

교육청은 공공기관으로서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제5조의 2 및 시행령 제9조의 3에 따라 수요물자의 계약을 체결할 때 우선 조달청장에게 구매를 요청해야 한다. 따라서 물품을 구매할 때 우선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필요한 물품이 있는지 조회를 하고 구매요청을 하게 된다. 조달청에 유사품목이 등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사양을 발주해 수의계약을 추진할 수는 없다.

이는 청렴한 계약문화를 위한 각 교육청이 지침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항이다. 진천교육지원청도 이 법령에 따라 각 학교에 조달청 ‘나라장터’ 종합 쇼핑몰을 이용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문제는 ‘나라장터’에 있었다. 4월 2일 현재 ‘나라장터’ 종합 쇼핑몰을 검색한 결과 건습식진공청소기 제품 중 진천교육지원청이 발주한 금액에 근접한 제품은 T사의 제품밖에 없었다. T사 제품 중 모델 명 '○○-7550W'의 구매 가격은 538만4700원. 나라장터 상품 중 최고가 였다. 다음은 역시 같은 T사 제품 모델명 '○○-5050W'으로 489만2000원이었다.  그 다음이 G 회사의 제품으로 388만원에 불과했다.

진천교육지원청이 교부한 550만원에 해당하는 제품은 최고가 제품인 T사 제품밖에 없었다. 불용액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라는 진천교육지원청의 지시가 사실은 T사의 제품을 구입하라고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 제품을 구입한 일선 학교 관계자들도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모 학교 관계자는 “우리가 원해서 산 것은 아니다. 학교 물품 선정위원회에서 T사 제품 구매를 결정했지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고 했다. 또 다른 학교 관계자도 비슷하게 말했다. “학교에서 이 물품을 구매 할 수 있게 지원을 요청 한 것이 아니다. 교부금을 지원한 뒤 불용액이 발생하지 않게 하라고 요구됐다”며 “사실상 특정 제품을 사야만 하는 현실이었다”고 말했다.

구입된 제품이 학교 급식 시설에 적합하지 않아 방치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모 학교 급식시설 직원은 “직원 대부분이 여성인데  너무 무거워  끄는 것 조차 힘에 부치다”며 “식당과 의자로 가득한 공간에서 이 큰 장비를 사용하기엔 너무 안 어울린다”고 말했다.

청소용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전문 영업상의 충격적인 고백도 나왔다. 그는 “이런 경우 구입 이전인 예산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사실상 특정 제품이 결정된 경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행처럼 굳어진 것이고 우리 업계의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부분이라 자세한 내용은 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를 반증하듯 모 학교 관계자는 상급자가 회의를 다녀온 뒤 T사 제품 팜플릿을 보여준 뒤 “이걸 사라는 얘기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진청교육지원청 뿐만 아니라 인근 음성교육지원청도 지난해 같은 사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음성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지난해 19개교에 건습식진공청소기를 구입하도록 교부금을 지원했다”며 “지원한 금액은 각 학교별 540만원이며 T사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석연치 않은 과정을 거쳐 학 학교가 특정 제품을 구입한 액수만 해도 2억6000만원. 예산 낭비는 없었는지, 구매과정에서 공무원과 업체 사이에 짬짜미는 없었는지 관계당국의 확인이 시급해 보인다.

경기교육청 물품 공동구매, 50억원 예산절감
진천•음성, 개별학교 구매로 할인 기회 조차 포기
 
경기도교육청이 2013년 한 해 동안 ‘물품 공동구매 제도’로 49억8000만원의 예산을 절감했다고 밝혀 진천•음성교육지원청과 대비를 이뤘다.

경기교육청에 따르면 각급 학교를 대상으로 총 14종의 물품을 공동구매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고 밝혔다. 절감액 49억 8000만원은 데스크탑 컴퓨터(모니터포함) 4487대를 신규 보급할 수 있는 금액이다.

경기도교육청은 2012년부터 물품공동구매 제도를 도입했다. 물품 공동구매는 일선기관에서 공통적으로 다량 구입하는 컴퓨터 등 14개 품목에 대해 수요를 조사한 후 교육청에서 통합 발주•구매하는 제도다. 경기도 교육청 재무과 주영우 과장은 “물품 선정 과정에서 업체 비리를 사전 예방하고 같은 사양의 물품을 학교마다 계약하는 번거로움 감소했다”며 “조달청 대량구매 가격할인제도 활용으로 효율적 예산 운용 등의 효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반면 진천과 음성교육지원청은 대량구매를 토해 가격할인을 받을 수 있음에도 각 학교에 개별 구매를 하도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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