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사회문화부 차장

로컬푸드 관련 취재를 하는 일주일 동안 나는 매일 무엇을 먹고 있는가 체크하게 됐다. 친환경 먹을거리에 대한 인식도 돼 있고, 관심도 많지만 정작 나의 밥상을 보면 시간에 쫓겨 가공식품을 선택하고, 입맛에 홀려 트랜스지방을 가까이하고 있었다. 고백하건대 친환경 먹을거리를 매장에서 구매하고 있지만, 직접 요리하기 보다는 한 끼니를 바깥에서 해결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로컬푸드 취재를 통해 만난 생산자들을 신념을 갖고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지만, 소비자는 정작 어떠한 모습으로 어떻게 있는 지 잘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또한 로컬푸드 운동을 해왔던 시민단체 관계자 또한 머리로는 알지만 정작 음식을 거부하거나 가려서 먹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로컬푸드 운동은 분명 기존의 유통질서를 흩트려야 되는 문제다. 가까운 곳에 난 농산물을 먹는 게 왜 이리 어렵게 된 것은 이제 농사는 효율의 가치를 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앙물류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더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이렇게 농민들은 더 값싸고 좋은 물건을 공급하기 위해 경쟁해야 했다. 그리고 이제 이 경쟁은 우리나라를 넘어서 수입산 농산물과도 겨뤄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그러다보니 농민들은 소품목 대량생산을 통해 농업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농약과 비료를 많이 써도 자본과 다국적 기업의 경쟁력을 쫓아가기 어렵다.

다시 생각해보자. 농업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농민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로컬푸드로 홈런을 날린 완주군 사람들은 로컬푸드는 소외된 자들을 위한 농업정책이었다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완주군은 소농이 전체 농가 인구의 70%였고, 그들을 위한 사업을 고민했다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농촌출신의 군수가 어느 날 고향에 가보니 친척들이 모두 연로해 있고, 더 이상 시장에 물건을 팔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목격하고, 로컬푸드 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쳤다는 점이다.

여기서 잠깐. 완주군과 청원군의 상황이 다를 바가 무엇이 있겠는가. 그렇다면 청주시와 청원군도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로컬푸드 운동을 전개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오늘 식탁에 어떠한 음식이 올라왔는가. 청주, 청원에 있는 농부들이 생산한 농산물은 과연 단 한 개라도 있었을까. 마트에서 파는 대다수의 먹을거리는 누가 생산해냈는지조차 알 수 없다.

과거에는 옆집 아주머니가 생산하는 고추를 먹었고, 앞집 아저씨가 직접 짠 참기름을 먹었다. 많이 생산하면 모자라는 것과 나누며 순환했지만 이제는 그 순환을 되찾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되돌려야 한다. 로컬푸드는 어찌보면 시민운동이다. 농촌과 도시의 끊어진 관계를 되찾고, 자원의 순환을 통해 지역과 지역민이 윤택해질 수 있게 있도록 해야 한다.

청주청원 통합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오는 6월이면 첫 통합시장이 선출된다. 통합시장은 보기 번듯한 로컬푸드 매장을 내겠다는 생각 전에 무엇이 진정한 로컬푸드인지 고민해보고 공부했으면 좋겠다. 우선 청원군 농민들이 벌이고 있는 협동조합의 가치를 염두해 두시라. 그래서 청주청원이 진정 로컬푸드를 통해 ‘하나의 밥상’을 갖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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