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곤 작곡가, 충북민예총 국제교류위원장

지난 3월 20일 청주예술의 전당 대공연장에서는 베트남 호아빈학교에 도서관을 지어 주기 위한 기금마련 공연이 열렸다. 객석을 가득 매운 1200여 관객들은 원모어찬스와 정태춘, 박은옥 그리고 이승환의 노래를 들으며 공연을 만끽했고 지역 예술계의 두 거장 도종환, 이철수의 토크쇼를 들으며 도서관건립의 취지를 공감하게 되었다.

이 공연이 마련된 의도는 한국이 베트남에 도서관을 지어주자는 것이다. 왜 베트남이고 도서관일까? 한국에서 베트남이라는 나라는 낯설지 않다. 현재 우리 주변에는 이미 많은 이주여성과 노동자, 유학생들이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다문화 지원 정책도 마련되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아직도 다문화에 대한 배타적인 인식에서 비롯한 문화적 충돌과 노동, 인권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베트남과 한국의 역사적 사실관계로 보면 문제는 더욱 더 심각 해 진다. 정확히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한국정부는 전후복구와 경제개발에 힘겨움을 호소하며 미국의 냉전정책에 편승, 많은 젊은이들을 월남의 전쟁터로 내몰았다. 10년간 무려 30만 명이 넘는 인원이 월남전에 투입되어 5000명이나 전사하고 2만여명의 부상자가 속출하였던 참혹한 전쟁이었다.

참전군인에 대한 관심도 한참 지나서야 파악되고 고엽제로 인한 국제적 보상도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로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월남전 수행중에 발생한 한국군에 의한 월남 민간인 피해에 대해서는 조사는커녕 아무런 책임을 못 느끼고 있다.

오히려 한국정부는, 베트남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우리 정부에 자제를 요청한 월남파병 50주년 행사를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충고는 우리가 일제에게 던지는 공허한 구호로 남아서는 안 된다. “영토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있어도 역사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한국은 과거사를 인정하고 요구하는 떳떳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호아빈의 리본’이라는 말은 ‘평화의 이음’이다. 베트남 남중부 작은 마을의 학교에 짓게 될 작은 도서관에서부터 ‘평화의 이음’이 시작되고 그 이음이 한반도와 주변에도 이어져 거대한 아시아 평화의 리본이 묶여질 것이다.

‘호아빈의 리본’ 공연에 기꺼히 참여한 3색 음악인들의 노래속엔 세가지 음색을 반영한다. 한국전쟁과 월남전에 참전한 할아버지, 아버지세대 그리고 다문화세대와 함께 살아가는 어른, 청년세대. 미래를 이끌어나갈 어린세대의 음색이 한데 어우러져 평화의 하모니를 이루자. 3대에 얽힌 우리 역사의 매듭을 풀어갈 ‘호아빈의 리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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