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복 청주노동인권센터 노무사

▲ 조광복 노무사
이정훈. 유성기업에서 27년의 청춘을 보낸 그는 지금 충북 옥천 나들목 광고탑, 22m 상공에 있다. 전국에서 희망버스가 모인 3월 15일이 154일째 되는 날이다.

2012년 국정감사에서는 유성기업의 노조 파괴와 관련한 문건과 자료들이 공개되었다. 그 중 노조 파괴 전문 업체로 악명이 높던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유성기업이 맺은 계약서가 있었다. 내용은 2011년 5월부터 컨설팅 비용으로 월 5000만 원을, 1년 간 도합 6억 원을 유성기업이 창조컨설팅에게 지급한다는 것이다.

나도 노무사인지라 이 계약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잘 안다. 유성기업처럼 1000명 남짓한 회사는 1년 동안 월 100~200만 원이면 차고 넘친다. 무엇이 이토록 허황된 계약을 맺도록 했단 말인가?

2011년 5월 6일자 ‘성공보수’라는 명목으로 맺은 계약서도 공개되었다. “금속노조 산하 유성기업 지회 소속 조합원 수가 2011년 5월6일 기준 50%로 감소된 시점에 일금 8000만 원(부가가치세 별도), 금속노조 산하 지회 소속 조합원 수가 2011년 5월6일 기준 20%로 감소된 시점에 또다시 일금 8000만 원(부가가치세 별도)을 7일 이내에 지급해야 한다.”

그렇다. 창조컨설팅과 유성기업이 맺은 계약은 노조를 파괴하기로 공모하고 그 대가로 거액의 고정보수와 성공보수를 주고받기로 한 계약이었다.

노조 파괴 기획 문건과 회의자료도 공개되었다. 직장폐쇄, 용역 경비 투입, 정문 봉쇄, 제2노조 설립, 기존 노조 조합원 징계를 통해 제2노조 조합원 확대, 제2노조와 임금 타결 및 노조 간 차별 임금 지급, 제2노조 확대를 위해 관리직도 조합원 가입 등 단계적으로 노조 파괴 전술을 기재하고 있다. 심지어 제2노조 설립 신고서, 회의록, 노동조합 선포식 보도자료 문구까지 일일이 작성해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파업하자마자 용역 경비가 투입되었고 정문은 봉쇄되었고 제2노조가 만들어졌다. 용역 경비가 차량을 몰고 돌진하여 조합원 수십 명이 병원에 실려 갔다. 그것이 발단이 되어 충돌은 시작되었고 노조원 17명이 구속된 데다 27명이 해고되었다. 이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오자 또 다시 해고되었다.

2012년 12월 유성기업의 유모씨가 우울증으로 자살하였다. 유씨는 노사문제로 우울증이 발병한 것이 인정되어 산재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또 신모씨가 자살을 시도하였다. 2013년 유성기업 조합원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을 조사한 결과 36%가 ‘정신건강 고위험군’상태인 것으로 진단받았다.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자 창조컨설팅은 노무법인 설립인가 취소를, 공인노무사 2명은 노무사 등록 취소 처분을 받았고 법원도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하였다. 그러나 검찰은 아니라고 한다.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기소처분으로 끝냈다. 어떻게 사업주가 처벌받지 않을 수 있는가? 이정훈 씨는 옥천 광고탑 상공에서 이것을 묻고 있는 것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창조컨설팅의 노조 파괴 문건 중 현대자동차 보고용으로 작성한 것이 공개되었다. 파업 현장에 있던 현대자동차 총괄이사가 보관하던 노조파괴 시나리오 문건도 나왔다.

게다가 문건 중에는 협력자로 류○○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 정○○ 국가정보원 처장, 김○○ 경찰청 경정, 정○○ 노동부 사무관, 이○○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등의 전자우편 주소까지 적힌 것이 있었다. 그래서 의혹을 갖는 것이다. 2~3년 동안 너무나 유사한 방식으로 노조 파괴 활동이 벌어졌는데 현대자동차의 제1차 부품업체에 집중되어 있다. 혹시 현대자동차와 정권의 기획된 노조 파괴 활동이 아닌가? 그래서 처벌 못 하는 것 아닌가?

검찰은 옥천 광고탑 상공에서 묻고 있는 이정훈에게 책임 있는 답을 해야 한다. 검찰은 이제 그만 이정훈을 내려오게 하라.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