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액관리제위반 진정, 조사도 않고 반려 …
“과태료 처분 정당” 판결불구“재판에 영향” 핑계

택시운송수익금 전액관리제란?
택시기사가 운송으로 벌어들인 수입을 전액 회사에 납부하는 제도다. 대신 회사는 최저임금 이상의 기본 급여를 보장한다. 일정한 성과에 따라 성과급도 지급된다. 반면 ‘사납금제도’는 일일 운송수입과 관계없이 회사에 일정한 액수를 납부하는 제도다. 물론 고정급여도 없다. 지난 2002년에는 회사와 노조가 짜고 사납금을 인상했다며 청주 한 택시회사 기사가 노조 위원장을 살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사납금제 철폐를 요구하며 분신한 택시노동자만 지금까지 수십여명에 이른다.

▲ 지난 1월 9일 청주지방법원은 전액관리제를 위반한 혐의로 청주시가 21개 회사에 부과한 500만원 과태료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청주시는 택시노조가 제기한 2차 진정에 대해 “재판에 영향을 줄수 있다”며 조사도 않고 반려 처분해 빈축을 사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모범이라는 평가를 받던 청주시 교통행정이 삐걱거리고 있다. 청주시는 지난해 도급택시 신고포상 조례를 제정하고 전액관리제를 위반한 21개 업체 전체를 상대로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해 ‘비정상의 정상화’의 모범사례로 꼽혔다.

대전과 인천광역시 등지에선 택시노동자들이 청주시의 사례를 들며 전액관리제에 대한 단속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청주시 교통과가 전액관리제 위반 사업장에 대한 택시기사들의 진정을 조사조차 하지 않고 반려 하자 상황은 급변했다. ‘비정상의 정상화’ 모범사례라던 칭송은 비난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11월 전국공공운수노조택시지부(지부장 이삼형, 이하 택시노조)는 관내 21개 업체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금지하고 있는 사납금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청주시에 진정 민원을 접수했다.

하지만 청주시는 5개월이 경과한 최근까지도 관련 사실에 대해 조사 조차 하지 않았다. 급기야 3월 18일 청주시는 택시노조가 제기한 진정 민원을 반려 조치 했다. 이 과정에서 청주시는 황당한 사유를 내세웠다.

2013년 11월 27일 청주시 전 김종욱 교통과장은 전결권한을 내세워 “재판이 진행중인 사안에 대하여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정처분은 할 수가 없다”며 전액관리제 위반 진정에 대한 조사를 거부했다.

청주시 전 교통과장, 국토교통부 해석에 반기

<광주광역시 북구청이 국토교통부에 질의한 내용 >
 “○○교통에 대해 2013년 5월 22일 전액관리제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하였고 당사자가 이의 제기함에 따라 2013년 6월 15일 법원에 이송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다시 신고를 접수한 경우 2차 처분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법원 처분을 해야 하는지?”

<국토교통부가 광주시 북구청에 회신한 내용>
“사업자가 전액관리제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후 당사자가 소송 중에 있는 상황에서 행정처분 이후의 건으로 다시 전액관리제 위반 신고가 접수된 경우 관할 관청이 확인 결과 위반사항이 발견되었다면 관련 법령에 따라 행정처분을 하는 것이 타당 ”

<청주시 전 김종욱 교통과장의 전결 답변 내용>
“우리시는 재판이 진행중인 사안에 대하여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정처분을 할 수 없음”

청주시 교통과가 내세운 사유는 국토교통보의 해석과도 정면 배치됐다. 청주와 동일한 상황인 광주광역시 북구청의 ‘전액관리제 위반에 대한 질의’에 대한 회신에서 국토교통부는 명확한 입장을 내렸다. 이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재판중인 사항이더라도 위반사실이 있으면 계속해서 행정처분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제시했다.

당시 광주광역시와 각 구청은 2013년 6월 11일부터 8월 1일 까지 관내 76개 택시회사를 상대로 합동 점검을 진행했다. 점검 결과 북구청 관내 3곳이 전액관리제를 위반한 사실을 적발했다. 청주시의 경우처럼 이들 택시 회사는 이미 전액관리제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또 이들 회사는 광주시의 과태료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광역시 북구청은 국토교통부에 질의했고 국토교통부는 행정처분을 하라는 답변을 보냈다.

이에 따라 광주광역시 북구청은 국토교통의 회신에 따라 2013년 9월 11일 적발된 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북구청은 11월에도 3차 행정처분을 내렸다.

또 청주시의 손을 들어주는 청주지방법원의 판결도 나왔다. 지난 1월 9일 청주지방법원(판사 이수현)은 전액관리제를 위반한 혐의로 청주시가 21개 회사에 부과한 500만원 과태료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법이 정하고 있는 전액관리제 시행여부를 노사 간의 협의에 의해 정할 수 없다”며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할 사항이라고 명시했다.

법원은 “전액관리제로 인해 여객운송사업을 포기할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보이지 않고 이것이 국가가 기업에 대한 부당한 통제로 볼수 없다”고 명시했다. 

또 “전액관리제 시행으로 기업의 경영투명성이 확보되고 이용자들에 대한 서비스 질 향상등 공익적 목적을 달성할수 있다”며 “공익적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택시업계의 관행이란 이유로 사문화 시키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청주시 교통과의 황당 궤변

반면 청주시는 광주북구청의 사례와 국토교통부의 질의회시 내용도 알고 있었지만 재판중이 사항이라며 택시업계의 법 위반 사항을 묵인했다. 청주지방법원의 판결도 시의 손을 들어줬지만 오히려 청주시는 외면했다.

이런 청주시 교통과의 행태에 법률 전문가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모 변호사는 “청주시가 내세운 논리가 어떤 법률에 기반했는지 나도 궁금하다”며 황당해했다. 그는 “법이 명시적이지 않고 판례로 확정되지 않았다면 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기다려 볼수 있다. 하지만 전액관리제는 법이 명시하고 있는 내용”이라며 “이런 식이면  주차위반을 하고 법원에 소송을 내면 그 기간 동안 수없이 주차위반을 해도 과태료를 매길 수 없다”고 말했다.

진정을 제기했던 택시노조도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택시노조 김관식 청주지회장은 “진정 접수 당시 21개 업체의 법 위반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까지 첨부했다. 그리고 국토교통부의 질의회시 내용가지 전달했지만 교통과는 막무가내였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교통과는 전액관리제를 하면 택시회사가 망한다며 회사만 두둔했다. 반면 우리가 낸 진정은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교통과는 택시기사는 사람으로도 치지 않는다”고 시 행정을 비판했다.
한편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이후 전액관리제 시행을 확대하는 정책을 폈다. 이 결과 택시기사들의 고정급여가 230여 만원으로 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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