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앞 4차선도로는 혜원학교 장애학생 이외에 금천고 학생 1500명의 통행로가 되고 있다.
정신지체아 교육을 위한 특수학교인 청주 혜원학교가 수개월째 속앓이를 하고 있다. 용암2지구 택지개발에 따른 발파소음으로 학생들이 심한 정서불안 증상을 나타내자 학부모들은 청주시와 사업시행자인 대한토지공사에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장애인 학생들의 안전한 등하교를 위해 학교앞 4차선 도로에 지하통행로를 설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포장까지 끝낸 도로에 지하통행로를 개설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이며 예산확보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시와 토지공사의 입장이다. 장애인 학생들이 인권문제로 까지 비화된 혜원학교 사태의 전말을 살펴본다.
청주 혜원학교는 지난 80년 청주특수학교(정신박약아)로 설립인가를 받아 88년 현재 금천동에 교사를 새로 짓고 이전했다. 정신지체 공립특수학교로 유치부·초등부·중등부·고등부·전공과정이 설치돼 260명의 학생들이 교육을 받고있다. 특수학교의 경우 인근 주민들의 민원을 고려,주거지역과 동떨어진 입지를 택하는 것이 상례였다. 혜원학교도 금천동 구석자리에 몸을 숨기고(?) 둥지를 튼 셈이었다. 하지만 용암2지구 개발공사가 시작되면서 둥지의 평화는 위협받기 시작했다. 아파트 건설현장의 차량이 쉬지않고 학교앞 도로를 오갔고 암반작업의 소음이 정상적인 수업진행을 어렵게 했다.
6월로 접어들면서 학생들의 이상징후가 각 가정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중학생 김모군(14)의 어머니 박점순씨(47)는 “6월 중순께 학교 선생님이 우리 애가 웬일인지 밥을 잘먹지 않는다고 연락이 해왔다. 몸이 아픈 곳도 없는데 이상하다 싶어서 그냥 영양제를 사다 먹였었다. 그런데 밤중에 천둥치는 소리가 들리니까, 갑자기 애가 무섭다고 아빠에게 달려들면서 경기를 일으키는 것 아닌가? 전에 그런 적이 없었는데, 머리도 아프다고 해서 청주의료원 신경정신과에서 다시 약물치료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청주의료원이 지난 8월 발부한 김군의 진단서에 따르면 ‘정신지체, 경련성 질환으로 외래 치료중이며 1개월전부터 자극과민성(특히 큰소리에 대해) 불안, 놀람반응 등을 보이고 있어 신경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들은 김군과 같은 정서불안 증상으로 병원치료를 받은 학생들이 13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현직교사 A씨는 “올봄부터 암반작업을 하는 착암기 소음 때문에 학습분위기가 어수선했다. 한때는 발파진동 때문에 교실 유리창이 심하게 흔들릴 정도였다. 몇몇 교사들이 학교측에 얘기했지만, 개선되지 않다가 결국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6월부터 학생들의 스트레스성 불안증상이 나타났지만 자신들의 의사전달이 어렵다보니 학부모들은 영문도 모른채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7월 2일 학생들의 야영활동에 함께 참여했던 학부모들은 어수선한 학교 주변의 공사현장을 보고 감(?)을 잡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정서불안 증상이 상당수 학생들에게 공통적으로 드러난다는 점도 확인됐다. 학부모들은 인접한 건설현장인 부용아파트의 방효무본부장을 찾아가 이의를 제기했다.
특히 (주)부영이 인접한 금천고교에 기숙사 시설을 건립해 무상기증하는 문제가 거론됐다. 학부모들은 “건설회사가 금천고에는 20억원을 들여서 3층 기숙사를 지어주면서 인접한 혜원학교를 아예 제외시킨 것은 특수학교를 우습게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집단반발했다. 또한 발파작업을 벌인 현대산업개발 현장사무소를 방문해 중요한 단서를 포착하게 됐다. “현대측은 방학기간을 이용해 암반 발파작업을 하려고 했는데 청주시가 국제테니스대회를 앞두고 진입로 확보를 위해 빨리 공사를 끝내라고 독촉하는 바람에 발파작업을 6월부터 할 수밖에 없었다고 실토했다. 시청 행사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권을 포기한 무책임한 처사아닌가?” 학부모들은 청주시청, 도교육청을 찾아가 농성을 벌였다.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자 8월말 청주시의 주선으로 혜원학교, 학부모회, (주)부영, 현대산업개발, 토지개발공사가 참여하는 대책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청주시는 학생들의 학습권 피해에 대한 보상책으로 인접한 공원부지 600평을 혜원학교에서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또한 학교앞 신설 4차선 도로에 무인카메라, 속도방지턱등을 설치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도시공원을 학교만 사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지체장애 학생인 점을 감안한다면 4차선 도로에 지하통행로를 설치해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청주시의회 최명수의원(금천동)은 “택지개발지구 지역주민의 편익시설인 공원부지를 특정학교만 사용하는 것은 공익을 위배한 처사다. 집행부가 나는 물론 금천동사무소와도 아무런 사전상의없이 제안한 것은 유감이다. 혜원학교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지 않도록 원만한 해결책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시공회사 관계자는 “학교인근에 거주하면서 평소 걸어서 등교한 학생이 20여명 정도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지하통행로를 만들더라도 학교 정문까지 경사도가 심해져 결코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예산도 수십억원이 추가되는데 업체에서 더 이상 부담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학부모회는 24일 대책회의를 열고 ‘지하통행로·방음벽 설치’ 요구가 관철될 때가지 차량시위등 옥외집회를 계속하기로 결의했다.


금천고·혜원학교 기숙사 놓고 ‘신경전’
(주)부영의 아파트건설공사가 본격화되면서 지반강화를 위한 파일박기 작업이 시작됐다. 금천고와 인접한 현장에서 벌어진 파일작업의 소음은 학생들의 수업에 큰 지장을 초래했다. 학교측의 항의와 함께 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해 각급 기관에 피해를 호소했다. 이에따라 (주)부영은 지난 5월 금천고에 20억 상당의 건축비를 투자해 기숙사를 무상건립해 주기로 약속했다. 학교측과 원만한 합의를 이뤘지만 문제는 건립부지가 마땅치 않았던 것.
금천고 부지내에 여유공간이 마땅치않아 결국 혜원학교와 경계선이 물린 위치를 정할 수밖에 없었다. 금천고측은 지난 6월 도교육청을 통해 혜원학교 부지 ?평을 내줄 것을 요청했다.하지만 공사소음에 따른 학생들의 이상증세로 감정이 격앙돼 있던 혜원학교 학부모들의 반대가 거셌다. 학부모들은 ‘특정 학교만 수십억들인 건물 지어주기로 하고 거기다 우리 학교 땅까지 달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보상의미로 기증하는 것이라면 우리 학교 것도 별도로 짓거나, 아니면 최소한 1층이라도 혜원학교에서 사용하도록 배려해야 할텐데, 그것마저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금천고 학부모들은 ‘특수학교 학생과 동일건물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대했고 (주)부영도 1개층을 추가로 건립하는 문제에 난색을 나타냈다는 것.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한채 기숙사 예정지를 금천고 부지안으로 변경한뒤 11월중 옹벽공사를 끝내고 3층 기숙사 건립공사를 (주)부영에서 직접 시공할 예정이다. 청주시와 도교육청은 혜원학교의 민원을 감안해 기숙사가 완공되면 1개층을 혜원학교에 내주도록 중재하고 있으나 금천고 학부모들의 설득이 여의치않은 상황이다. (주)부영은 도교육청의 중재결과를 기다린채 건물 설계를 미루고 있다.(주)부영은 용암2지구 개발현장과 경계를 둔 청석고에도 지난해 12월 3층 규모의 기숙사(우정학사)를 지어 기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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