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준 사진부장

색깔은 그 사람의 취향과 정체성을 알리는 듯하다. 특히 각 정당의 색깔은 그 존재감이 확연히 드러나 유권자들의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이 되곤 한다. 지방선거의 계절, 출마할 각 후보들과 선거운동원들은 소속된 정당의 특정색깔로 치장을 하고 유세를 펼치며 홍보하고 있다.

어떤 정당 행사에 가면 온통 빨간 색이거나 파란색, 녹색으로 물들어 있다. 혹시나 기자가 입은 옷이 그 정당과 같은 색깔의 옷이라면 “어, 노란색이네. 자네 지지하나봐.” “당원인가봐. 빨간색이네.” 등 뜻밖의 오해를 받기도 했던 기억이 종종 있다. 원래 원색의 옷을 좋아하긴 하지만 하필 그 때의 옷이 그해 특정 정당의 고유의 색깔이 됐을까? 그래서 선거철이면 어떤 색깔의 옷을 입을지 고민이다.

한번은 청주지역의 지지유세차 거물급 정치인이 청주에 왔을 때다. 여론상 선두를 달리고 있는 터라 삼엄한 경호가 이루어져 후보자에 근접한 앵글을 담기가 어려웠다. 수많은 인파와 보도진들에 둘러싸여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 연호를 외치는 지지자들에게 떠밀려 마지노선을 넘어왔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경호원들은 예상과 달리 오히려 후보자와 함께 안전거리를 확보하게 해주어 그림 같은 앵글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 한 거물급 정치인이 지지유세차 청주 성안길에 도착하자 당원들과 경호원들이 동선을 확보하고 있다.

상황을 판단해 본 결과 기자의 옷이 그 특정 정당의 옷과 같았던 것임을 짐작했다. 아마도 그 소속정당의 전속 사진 담당자인 줄 착각했던 모양이었다. 이유야 어떤 것이든 여유롭게 양질의 사진을 담고 부러움 속에 인파 속을 빠져 나왔다. 손해 볼 거라는 생각이 되레 득으로 나타난 결과였다.

그런 나름의 심리적 요인인지 요즘은 검정색 계열의 옷을 자주 입고 다닌다. 설마 검정색은 안 쓰겠지 하고 말이다. 지금도 옷걸이에 걸려있는 원색계열의 옷은 선거가 끝난 뒤에야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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