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을 흡입하는 시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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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을 흡입하는 시간 행복했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14.03.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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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에서의 1년을 매력적인 필치로 기록한 <히말라야에서 차 한잔>
순례자 가께목(覺暟木)


<히말라야에서 차 한잔>. 부제는 ‘신비의 나라 부탄에서 온 편지’라 붙어 있고. 문학의숲에서 2011년 펴냈다. 이 책은 1997년 스물 여섯의 나이로 부탄 동부지역에 있는 몽가르의 동부 위탁 병원에서 재활치료사로 1년 동안 자원활동을 하며 기록한 결과물로써 거대한 히말라야의 설산들이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거의 훼손되지 않은 본연 그대로의 땅에서 겪어야 했던 어려움과 행복했던 경험을 매력적인 필치로 기록하고 있다. 부탄의 시골 벽지에 1년 동안 자원봉사를 하면서 저자가 마음에 품었던 열정과 선한 의도는 상상도 못했던 악조건들로 시험대에 오른다.

첫째 줄곧 비만 내리는 계절이 2~3개월 계속된다. 회색빛 하늘, 습기 농도에 따라 점등하는 짜증스러움과 불쾌감. 그럼 건기는 괜찮을까? 몽가르는 해발 고도 3,000에 위치하고 있다. 내가 경험했던 네팔 고래파니 산장에서의 하룻밤은 악몽 그 자체였다. 방안이나 밖이나 해가 떨어지고 밤에는 0도~영상 5도 정도였다. 입을 수 있는 옷을 (상상착용까지 포함해서) 모두 꺼내 입고서 침낭에 들어갈 수밖에. 그래도 뼈속까지 파고드는 냉기 때문에 두 세번을 깨어나야 했는데, 몽가르라고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둘째 벼룩이다. 시도 때도 없다. 인간이 가는 모든 곳에서 자신의 식량창고를 기다리다가 출현 즉시 활동한다. 물리고 긇고 피가 나고 약간 아물고, 다시 물리고 쳇바퀴 돌듯 계속 대면해야 한다. 또 하나는 외로움이다. 함께 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유리된 상황, 그래서인지 사랑이란 감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지도 모른다.

▲ 제목: 히말라야에서 차 한잔 지은이: 브리타 다스 옮긴이: 이은숙 출판사: 문학의숲
전기와 물은 수시로 나가고 끊겨서 그냥 일상이려니 하며 생활 한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 속에서도 그녀는 히말라야 기슭에 있는 집들을 방문하는 중에 삶과 하나된 믿음, 가난과는 별개로 나타나는 인간애를 경험하게 되면서 부탄이라는 나라가 그녀의 영혼을 매혹시킨다.

지금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녀가 일했던 곳, 만났던 사람들, 방문했던 사원과 집들.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바르곰파에 살고 있는 페마-그녀의 조수-와 그의 남편 카르마, 그리고 아이들 침미와 니마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라모, 우겐, 초덴은 병마를 떨쳐내고 멋진 삶을 채워가고 있을까? 린진 쇼케이는 구멍가게를 계속 하고 있을까?

눈이 보이지 않는 톱게이 뎁둡이 고를 입고 흰색 스카프를 길게 늘어 뜨린 모습으로 좌정한 채 보이지 않는 눈으로 종-부탄이 통일을 이룬 17세기에 티베트의 침략을 물리치기 위해 세운 요새, 지금은 종교시설과 행정시설로써 기능- 안마당 컴컴한 구석에서 아직도 기도 바퀴를 돌리고 북을 쳐서 기원의 뜻을 세상 밖으로 내보내고 있을까? 15년이 지났다. 그의 나이 환갑이다.

부처님은 어떤 모습으로, 파드마삼바바-연꽃에서 태어난 사람, 곧 구루 린포체-는 어떤 모습으로, 삽둥 나왕 남겔은 어떤 모습으로 부탄사람들의 경배를 받고 있을까? 초르텐-사리탑, 초르텐의 모양은 부처님의 마음을 상징하고, 공양을 하는 곳은 성스러운 장소-과 기도 깃발은 바람에 어찌 날리고 주변 풍광과 조응하고 있을까?

이곳 도로는 사람들의 길이라는데, 어쩌다 지나는 차량은 사람들이나 심지어 동물들이 길을 내줄 때까지 속도를 줄이고 뒤따라야 한다는데. 이곳 산길도 내가 걸었던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구역의 마을길처럼 소똥, 물소똥, 나귀똥, 노새똥, 염소똥, 개똥으로 분칠되어 있을까? 그 유명한 부탄의 민속주 아라, 에마 다치-고추와 신선한 치즈로 만든 부탄 대표음식, 툭빠-국수요리, 자오와 텡마를 석어 먹는 버터차는 어떤 맛일까!

편지 왕래는 짧게는 2주 길게는 8주 정도 걸린다는데, 그마져도 종종 중간에서 사라져 버린다는데, 지금은 어떨까! 타시앙체 지역에서 월동하는 검은목두루미를 보려면 몽가르에서 타시강까지는 차량으로, 타시강에서 초르텐 코라까지는 기차로, 초르텐 코라에서 붐델링까지는 트레킹으로 접근해야 한다.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두근반 세근반이다. 기대감에 콩닥콩닥 뛴다, 몸으로 직접 부딪치고 싶다, 온 몸으로 이 과정 모두를 호흡하고 싶다.

“ 대부분의 나라가 경제발전을 위해 전통문화, 정체성, 영성의 가치를 희생해야 했다. 우리는 비록 늦게 출발했지만, 인간의 기본 가치를 잃지 말자는 의식이 분명하다. 이런 우리의 성장철학이 자랑스럽다. 많은 선진국들을 돌아보며 ‘외로움’을 읽는다.

외로움은 부탄에서는 드문 일이다. 잘살아도 슬플 때 기댈 어깨가 없고, 함께 큰 소리로 웃을 수 있는 이가 없다면 행복할까?” 부탄 총리 직메 틴레이가 한국 방문 때 한 말이다. 그들에게 한수 배우러 갈 것이다. 부탄을 흡입할 것이다, 폐부 깊숙이, 나 또한 행복해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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