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균 취재1팀 기자

청주향교의 곪은 속살이 속속 들어나고 있다. 사유화 논란, 뇌물, 탈세 의혹 까지 드러난 사실만 보더라도 차마 교육기관이라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어질고 착한 마을을 가질 수 있는 인성을 함양해 청소년들에게 윤리와 도덕을 일깨우겠다는 향교 취지 모두가 무색해졌다.

이번에 확인된 탈세 의혹은 더욱 심각하다. 청주향교는 최근 6년 동안 이런 저런 명목으로 국민세금을 20억원 가까이 지원받았다. 청주향교 연수원을 신축하는 명목으로 9억 5천만원. 향교 시설을 보수하는 명목으로 6억 여원, 행사지원 명목으로 4억여원 이상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국민 세금을 지원 받는 기관의 속내는 달랐다.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연간 1억원 가까이 되는 임대 수입을 감췄다. 토지를 매각 할 때 발생한 양도차액에 부과되는 소득세를 내지 않기 위해 고의로 세무서에 신고하지 않은 정황도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조선시대 병역기피 수단이 됐던 향교의 폐해가 현대판으로 다시 살아난 것 같다고 꼬집는다. 조선시대 지배계층으로 군림하며 나라의 특혜를 받았던 양반 자제들이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향교를 이용했던 것과 비견된다는 것이다. 세금으로 특혜를 받는 집단이 납세를 거부하는 행위가 조선 양반의 그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국한되지 않는다. 경찰수사에 따르면 지방문화재 수리 건설업체 대부분이 불법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된 업체들은 단청보수 등 전문적인 자격증을 요하는 문화재 수리과정에서 돈으로 자격증소지자를 사고 공사는 무자격자가 수행했다. 도내 문화재 수리업체 대다수인 12개 업체가 적발됐다. 이들 업체가 수행한 공사 규모만 해도 연간 80억원에 다다랐다.

하지만 납득하기 힘든 것은 이들 업체의 태도다. 불법행위 업체 대표자 안 모씨는 사과는커녕 큰소리를 쳤다. 그는 “대한민국 건설업체 중 이렇게 안하는 곳이 어디 있느냐”며 “법대로 하라”고 말했다.

논란을 일으킨 청주향교 관계자도 이들과 틀리지 않았다. 동생에게 어린이집을 무상으로 임대해 줬던 청주향교 A 국장은 지금까지도 봉사와 희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뇌물을 제공한 사실을 부인하다 돈이 입금된 통장이 나오자 사실을 시인했다. 하지만 그는 “돈을 달라고 한 사람이 나쁘냐.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준 사람이 나쁘냐”며 궤변으로 일관했다.

사업면허가 없는 그가 건설업체의 면허를 빌려 건축행위를 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다. 문화재 수리업체와 청주 향교는 공생 관계다. 도내 18개 향교 모두 지방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모든 공사는 문화재 수리업체가 독점한다.

그렇다 보니 향교 관계자가 문화재 수리업체의 이사로 등재되기도 했다. 깊고 깊은 공생관계가 지속되다 보니 행동도 닮았다. 불법을 인정하지 않고 궤변으로 대응하는 것도 그렇다. 또 “불법이면 법대로 하라”는 막무가내 식 행위도 닮았다.

이대로 방치하기엔 국민의 손해가 너무 크다. 이들이 주무르는 국민 세금 규모가 너무 크다.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 내부 자정능력이 있다고 볼 여지는 눈 꼽 만치도 없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사법기관의 조속한 수사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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