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락 청주시정신건강증진센터장

정신질환자에 대해 입원과 수용위주의 정책에서 사회복귀와 재활을 위주로 한 탈원화 정책이 더욱 공감을 얻고 있다. 이러한 탈원화 정책은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삶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꼭 필요한데 이를 위한 대비와 정신질환이 재발했을 때 다시 치료를 받게 할수 있는 준비는 매우 부족해 보인다. 2013년 국감자료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없는 정신요양원에 수용중인 정신질환자의 50%가 10년 넘게 장기 수용중인 것으로 보도되어 충격을 주었다.

최근 서울에서 발생한 카페에서의 정신질환자의 인질극과 송파구에서 발생한 세 모녀 자살 사건, 군산에서 발생한 자녀 살해 후 자살을 시도한 이혼 위기의 부인 이야기, 증평군에서 발생한 정신질환자의 경찰관 2명에 대한 흉기 난동 등이 끊이지 않으면서 과연 우리사회가 안전한가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되고 있다. 과연 정신질환자에 대한 대응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시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실제로 자해, 타해, 자살, 타살의 위험을 보이는 시기에도 정신질환자에 대한 응급입원은 매우 어렵다. 과연 언론에서 보도되어 심각성이 알려진 사람들조차도 현재 정신건강에 대한 치료를 받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부는 2015년에 정신보건법을 정신건강증진법으로 개정을 준비하면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위해 혹시라도 있을 억울한 입원을 막는 것은 당연한 조치이다. 그러나 자해, 타해, 자살, 타살의 위험시에도 보호자 2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정신건강에 대해 치료를 받기가 어려운 것이 현재의 실정인데 앞으로 생명이 위급한 사람들에 대해 치료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법이 추진될까 걱정이 앞선다.

청주시정신건강증진센터의 로비에는 A4 용지에 씌어져 동아줄에 걸려 있는 많은 위급한 사례들이 있다. 보호자의 거부로 더 이상 치료 개입할 수 없는 사례들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2명이 동의하면 3일 이내로 응급 입원을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치료가 3일을 넘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의 동의가 절대적이다. 응급치료비까지 지원할 수 있어 보호자는 서명만 하면 되는데도 정신질환자의 보호자는 다양한 상처와 책임에 대한 회피로 관여하지 않으려 한다.

현재의 정신보건법 55조는 정신질환자를 유기하고 보호자가 책임을 다하지 않았을 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도 적용된 사례가 없어 공무원조차 벌칙 적용을 피한다고 한다.

정신적 문제가 명확한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외래치료명령제 역시 유명무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외래치료명령제는 자해, 타해 위험이 있어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에 대해 정부가 외래치료명령을 할 수 있는 제도이다.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시행기록이 전무하며 2015년 개정을 앞두고도 보호자가 거부시 치료를 진행할 법적 근거가 없어 지속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이웃의 일본은 벌써부터 생명이 위급한 자살, 타살의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는 보호자 동의 없이 치료 개입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여 자살률까지 낮추고 있다. 현재 우리의 실정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개입도 치료 후 사회복귀도 어렵다.

연일 언론에서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보호자에게만 의지하는 정부의 제도적 보장 없이는 정신질환자에 치료개입과 사회복귀는 모두 요원해 보인다. 불을 지른 사람은 있어도 불을 지른 사람과 그의 보호자 동의 없이는 불을 끌 수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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