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관광 지입차주의 한숨…한 달에 이틀만 쉬고 일했는데
월급은 서류로만 … 법망 피하려 4대보험도 본인 부담해

▲ 관광버스 지입차주 민경태 씨는 “18개월 일했는데 손에 쥔 건 마이너스 300만원에 불과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 달에 이틀 만 쉬며 일했고 결행하면 그 비용까지도 본인이 부담했다며 민 씨는 자신을 현대판 노비에 비유했다.

“월 370만원 벌이가 된다는 말에 18개월 일했지만 수입은 거꾸로 마이너스 300만원이었다.” 청주시 사직동에 위치한 ‘B 투어’ 주식회사 지입차주 민경태 씨는 깊은 한숨만 내셨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지난 2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남 신안군 염전 노예노동 희생자들도 마이너스는 아니었다.

하지만 민 씨가 보관하고 있는 ‘수입‧지출 내역서’는 이 모든 것을 설명했다. 이 서류는  ‘사무실에서 내가 받을 것’, ‘사무실에 내가 줄 것’으로 나뉘어 세부 항목이 기재돼 있다. 민 씨는 “이 서류는 회사가 작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서류에 따르면 민 씨는 2013년 1월에 30일을 근무했다. 딱 하루만 쉰 것이다. 그는 통근버스 운행수입으로 720만원과 특근비 20만원, 삼성화재보험에서 지급된 129,490만원 등  총 729만2490원을 기록했다. 반면 지입료(관리비로 기재) 30만원, 유류대 424만원, 정비료와 4대 보험 등 725만8490원을 지출했다.

2013년 1월 한 달 동안 딱 하루 쉬고 민 씨가 가져간 수입은 67만1000원에 불과했다. 민 씨가 총 수입에서 지출 경비를 제외하고 가져 가는 실집 수입이 많을 때는 월 200만원을 넘어 설 때도 있었다. 2013년 11월에는 216만원 가량을 민 씨가 가져갔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2013년 한 해 동안 딱 하루밖에 없었다. 그해 3월에는 30일 중 29일을 일했지만 민 씨가 손에 쥔 것은 46만7100원이었다. 이렇게 민 씨가 이 회사에서 일한 18개월 동안 벌어들인 총 소득은 1700만원에 불과했다.

2013년 당시 법정 최저임금은 시급 4860원이었다. 이를 월급으로 환산해 계산하면 1주당 소정근로시간이 40시간인 노동자는 최저임금시급과 주휴 수당 등을 계산해 보면 월 101만원 가량이 된다. 하지만 민 씨는 고용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 등 4대보험을 가입한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지만 법정 최저임금 조차 받지 못했다. 

노비문서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지입차주 민 씨는 개인사업자가 아니다. 민 씨는 엄연히 국민건강보험도 B 주식회사 명의의 직장 가입자다.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가 아니면 가입할 수 없는 고용보험과 산재보험도 가입돼 있다. 세무서에는 최저임금 정도의 급여를 받고 있다고 신고 돼 각종 세금이 월 급여에서 자동으로 원천 징수된다. 법률상으로 민 씨는 완벽한 노동자인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법으로 포장된 서류상의 것이었다. 2012년 6월 청주 소재 모 고속버스 회사를 정년 퇴직한 민 씨는 아는 지인으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는다. 지인의 소개로 민 씨는 B관광회사의 문을 두드렸다. 민 씨는 “월 370만원 정도의 수입은 보장된다. 회사 차량을 구입해 지입으로 들어오라”고  “회사 대표가 나를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민 씨는 2006년 식 45인승 버스를 6000만원을 주고 구입해 B 회사의 지입차량으로 근무하게 됐다고 밝혔다. 민 씨는 회사에 매월 30만원의 지입료를 관리비 명목으로 납부하기로 했다. 이 외 운행에 필요한 모든 경비는 민 씨가 부담하기로 하고 수익에서 이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수입으로 가져가기로 하는 방식으로 지입계약을 맺었다. 물론 서류상으로 체결하지 않고 구두로 체결했다. 

하지만 민 씨가 6000만원을 주고 구입한 45인승 승합버스는 여전히 B 회사 소유로 등록돼 있었다. 바로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에서 민 씨와 B회사가 체결한 ‘지입계약’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법에서 ‘전세버스’ 사업은 10대 이상의 차량을 소유한 법인만이 면허를 취득할 수 있고 개인에게는 전세버스 사업 면허를 허가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것이 민 씨에게는 커다란 족쇄가 됐다. 애초 설명과는 달리 월 100만원도 안 되는 수익에 실망한 민 씨는 지입차량 운전을 그만 두기로 마음먹었다. 민 씨는“ 운전을 그만두면 차량을 언제든지 회사가 구입해준다”는 B관광버스 대표의 말을 굳게 믿었다.

하지만 민 씨의 이런 믿음은 실현되지 않았다. 민 씨가 1년 6개월전 6000만원을 주고 구입한 버스에 대해 B 회사는 4000만원만 지불하겠다고 나왔다.

B 회사의 이런 태도에 대해 민 씨는 분노가 치밀었다. 민 씨가 18개월 동안 벌어들인 소득이 1700만원인데 차량에서 2000만원을 손해 보면 오히려 300만원을 손해 보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민 씨는 그동안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고 말했다. 아침 7시에 나와 왕복 6회 운전을 하고 퇴근을 하면 밤 10시가 훌쩍 넘는다고 민 씨는 밝혔다. 그는 이렇게 18 개월  동안 한 달에 쉰 날은 평균 이틀 밖에 쉬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몸이라도 아파 차량을 운행하지 못하면 대신 차량을 운행하는데 들어간 모든 경비도 민 씨가 부담했다고 했다.

현재 민 씨는 자신 소유 차량을 마음대로 처분 할 수도 없다. 6000만원을 지불했지만 차량은 여전히 회사 명의로 돼 있기 때문에 B 회사 동의 없이는 민 씨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18개월 동안 월급 없이 일하고 최종에는 300만원을 회사에 주면서 일한 셈이 됐다. 이것을 뭐라고 설명하나. 결국 나는 밥만 먹고 일한 노비에 불과했다”며 민 씨는 긴 한숨을 내셨다.

사업주 황당 궤변, “법 다 지키는 사람 누가 있나”
‘비정상의 정상화’ 말 뿐… 물렁한 사법처리가 불법 조장

노비노동으로 지입기사를 부렸다는 민경태 씨의 주장에 대해 해당사업주는 “법대로 하라”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B 회사 대표 성 모 씨는 “지입 차량이 불법인 것은 맞다. 민경태 씨도 알고 이 일을 시작했다”며 “불법을 나 혼자 했나. 민 씨도 했으니 같이 처벌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성 모 사장은 “관광버스 90%가 불법지입이다. 정부도 이를 알고 있다. 법대로 해봤자 차 한 대 감차명령 뿐이다. 난 손해 볼 것이 없다”며 “민경태 씨에게 억울하면 법대로 하라고 전해달라”고 말했다.

B 회사 사장 성 모 씨의 이런 주장은 행정관청의 느슨한 법 적용에서 기인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12조 ‘명의이용 금지’ 조항은 “운송사업자는 자기나 다른 사람의 명의로 자동차운송사업을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을 위반했을 경우 국토교통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등록을 취소 할 수 있다.  또 2년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운수업체 종사자 김 모 씨는 “제 아무리 법률이 있어봤자 소용없다. 법대로 처벌하지 않으니 힘없는 지입차주의 피해만 양산 된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 대부분의 행정기관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B 회사를 관리하는 청원군은 2011년 45대와 2012년 15대의 위반 차량을 적발했지만 사업면허를 취소한 적은 한 건도 없었다.  결국 불법을 방치하는 행정기관의 행태가 ‘비정상의 정상화’를 가로막는 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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