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공약 파기’ 선거 쟁점화 … 새누리당 ‘상향식 공천’ 방어
통합신당 기초·교육감 후보 기호 제각각, 이름 알리기 선거 등장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신당 창당과 기초선거 공천폐지 방침으로 도내 정치권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기초 선거의 경우 맞대결 구도를 예상했던 새누리당 후보진영까지 혼란을 겪고 있다. 또한 공천폐지 대선공약을 이행하지 못한 책임론도 집중될 것으로 예상돼 선거판세를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여야 맞대결 구도 속에 군소정당·무소속이 참여하는 것이 공식이었다. 하지만 거대여당 - 다야·무소속으로 치러질 경우 과녁이 하나로 모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통합신당 '무공천' 선거로 민주당 한범덕 시장과 이종윤 군수의 후보 단일화 성사 여부가 통합시장 선거의 이슈로 떠올랐다. 사진/육성준 기자

대선공약을 지키지 않는 ‘여당만은 찍지말자’는 식의 단일 구호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것. 야권에서는 이 문제를 선거 쟁점으로 부상시키려 할 것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 나름의 정책 경쟁이 이번 선거에서 더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단 새누리당은 ‘공약 파기’ 역풍에 대해 ‘상향식 공천제’ 도입을 통해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당내 경선을 통해 선거 이슈를 선점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양당 맞대결 구도가 깨진 상황에서 공천이 어려운 일부 후보자가 무소속 출마 유혹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는 단점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청주시장 선거의 경우 통합신당의 후보단일화가 여의치 않을 경우 고정표를 갖고있는 새누리당 후보는 고심할 수밖에 없다.

통합신당 창당과 무공천 방침이 발표된 다음날인 지난 3일 민주당 소속 한범덕 시장과 이종윤 군수는 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 군수는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탈당해 통합시장에 출마 하겠다. 후보난립 막기 위해 단일화 협상기구 설치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후보단일화에 적극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같은 날 한 시장은 “인위적으로 야권 후보를 단일화할 필요가 없다. 새누리당 후보들도 모든 주자들이 선거에 나와 시민들의 선택을 받는 게 옳다”고 말했다. 이 군수는 단일화를 통한 여-야 양자대결 구도를 제시한 반면 한 시장은 판을 키워 ‘텃밭 지키기’ 전략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하지만 후보 지명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기초단체장의 경우 야권 후보 난립은 패배의 지름길이란 분석이다. 청주지역 정당인 J씨는 “새누리당의 경우 이승훈, 남상우, 한대수, 김동수 예비후보가 흥미진진한 경선전을 펼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여권 후보를 난립한 야권 후보들이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야권에서도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이벤트를 거쳐 유력후보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한 시장, 이 군수 이외에 새정치연합쪽에서 새 인물을 추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말했다.

원내 다수당인 새누리당은 모든 후보들이 기호 1번을 쓰게 된다. 통합 신당의 경우 서울시장, 인천시장, 경기도지사와 같은 광역단체장과 광역의원 선거에서는 정당공천이 이뤄지기 때문에 기존의 기호 2번 자리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기초 투표 2번 없고 비례대표만 있어

하지만 시장, 군수, 시군의원 등을 뽑는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는 얘기가 달라진다. 기호 2번 칸이 사라지게 된다. 통합신당이 공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부터는 1번 새누리당, 3번 통합진보당, 4번 정의당 순서로 후보자 이름이 나오게 된다. 그 뒤로 의석이 없는 정당들이 가나다순으로 배정되고, 이어서 통합신당을 포함한 무소속 후보들이 추첨에 따라서 기호를 배정받게 된다. 통합신당 후보자간에도 선거구별로 기호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이 지사부터 기초의원까지 통일된 ‘기호 1’을 유지하는 것과 달리 추첨에 따라 저마다 다른 기호로 출전해야 한다. 비례대표 투표용지에는 통합신당 2번 기호가 있다. 교육감 투표 용지는 ‘순환 표기’방식이다. 7장의 기표용지에 이런 구분을 하고 투표하기가 고령자들에겐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의 경우 4년 전인 2010년전 지방선거 때 충북 지역에 몰아친 ‘민주당 바람’으로 도내 12개 시·군에서 모두 다수당을 차지했다. 당시 ‘기호 2번’ 만 찍으라고 운동을 했던 민주당 후보들은 이번 선거가 막막하기만 하다는 반응이다.

청주시의회 K의원은 “기초정당공천제 폐지 결정은 이미 지난해 당론이 정해졌기 때문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렇게 혼란이 클 지 몰랐다. 막연히 과거 총선 ‘친박연대’처럼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알고보니 친박연대도 정당이라서 단일 기호를 받았더라. 정당에선 탈당하고 각자 알아서 하라는 식이니 난감할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난립할 경우 기호가 아닌 이름 알리기 경쟁이 치열해져 유권자들 사이에서 기호보다 이름으로 회자되는 새로운 경향이 생길 수도 있다”고 낙관론을 펴기도 한다. 아울러 도교육감 선거 후보자들도 투표용지가 ‘순환 표기’ 방식이기 때문에 이름 알리기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에 합류했던 기초선거 출마 희망자들은 후보 등록 전날인 5월 14일 전에 탈당을 먼저 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한다. 이럴 경우, 신당의 이름을 내걸 수는 없지만 과거 당적 기록을 적을 수 있고, 선거 지원또한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통합신당의 경우 선거구별 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을 경우 뚜렷한 지원수단도 없다는 점이다. 선거구별 단일화가 이뤄지면 후보연대 전술을 통한 집단홍보도 가능하지만 복수 후보가 출마하면 이마저도 막연하다는 것.

국민 67.8% “박 대통령도 공천폐지 약속 지켜야”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위원장의 기초선거 무공천 및 신당창당을 전격 발표한 가운데, 국민의 67.8%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대선 공약인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이행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언론 ‘팩트TV’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가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기초공천 폐지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응답이 67.8%로, 19.5%에 그친 ‘지킬 필요 없다’는 답변보다 48.3%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무응답은 12.7%로 집계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기초단체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기로 한 대선공약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성·연령?지역?정파를 불문하고 박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대선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30대(72.0%), 호남(77.9%), 남성(71.3%)에서 가장 높았다.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도 ‘지켜야 한다(44.8%) vs 굳이 지킬 필요 없다(35.8%)’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9.0%p 더 높았고, 지난 대선 박근혜 투표층에서도 ‘지켜야 한다(52.9%) vs 굳이 지킬 필요 없다(30.2%)’로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의견이 22.7%p나 더 높아 여권이 어떤 대응에 나설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는 3월 2일 전국 만19세 이상 휴대전화가입자 1천명을 대상으로 컴퓨터자동응답시스템을 이용한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조사했다. 표본은 2014년 2월말 현재 국가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라 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했고, 조사결과는 성별, 연령별, 지역별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했다. 이번 조사의 응답률은 4.5%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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