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 판결나자 전주에서 보은 공장으로 발령
사무직에서 생산직으로… 중장비 면허 취득 강요

▲ 임미영 씨는 회사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했다. 회사는 해고도 모자라 전주지사에서 보은 공장 생산직으로으로 발령 내고 중장비 면허를 강제로 취득하게 했다.
▲ (주)KTGO연협농업회사법인이 임미영 씨에게 보낸 공문. 중장비 면허를 취득하지 않으면 해고와 같은 불이익을 줄 것을 암시하고 있다.

(주)KTGO연협농업회사법인이 사무직 여성 직원을 해고하기 위해 생산직으로 발령 내고 중장비면허 취득을 강요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회사는 경영이 어렵다며 한 명의 여성직원을 해고 했지만 생산직보다 많은 관리직 사원을 두며 억대에 가까운 연봉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돼 최소한의 윤리마저도 저버렸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보은군 삼승면에 위치한 (주)KTGO연협농업회사법인. 이 회사는 담배농사를 짓고 있는 연초생산농가들로 구성된 ‘KTGO연협중앙회’(회장 이해권, 이하 중앙회)가 설립한 자회사다. 정부지원금 100여억원과 중앙회 자부담금 등 재원을 합쳐 1994년 설립됐다. 담배경작농가에 공급하는 유기질 퇴비가 이 회사의 주 생산품이다.

임미영 씨는 1997년 (주)KTGO연협농업회사법인 전주지사에 입사했다. 임 씨는 회계장부 처리등을 하는 사무 경리업무를 맡았다. 입사 후 15년이 되던 2012년 까지 임 씨의 직장생활은 순탄했다. 하지만 평범했던 임 씨의 직장 생활은 하루 아침에 통보된 회사의 해고 통지 한 장으로 꼬이기 시작했다.

2012년 6월 30일, 회사는 경영이 어렵다며 임 씨 한명을 해고 했다. 해고 당시 회사 대표를 포함해 28명 내외의 직원들이 소속돼 있었다. 생산 업무를 맡는 노동자는 11명에 불과한 대신 관리직이 훨씬 더 많은 역 피라미드와 같은 기형적인 구조였다.

하지만 경영상 정리해고 명단에는 임 씨 한명에 불과했다.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임 씨는 즉각 전북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접수했다. 당연히 전북노동위원회는 회사가 임 씨를 해고한 것은 ‘부당한 해고’라며 ‘원직복직’을 결정했다.

그러나 임 씨는 이때 "복직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복직한지 일주일째 되던 11월 7일 회사는 임 씨를 보은 공장으로 출근하라는 전근 명령을 통보했다. 두 아이의 엄마였던 임 씨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출퇴근만 하루 4시간이 소요되는 장거리 전근 명령은 사실상 나가라는 소리나 진배없었다"고 임 씨는 당시 심경을 밝혔다.

임 씨는 "회사의 부당함을 인정하는 것 같아서 사표를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 씨는 자식에게 나약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 먹고 보은 공장으로 출근했다.

하지만 회사의 비인간적인 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회사는 사무직이었던  임 씨를 생산직으로 발령을 냈다. 보은 공장의 생산 현장의 근무 조건은 열악하기 그지 없었다. 3만여 제곱미터의 부지에 생산직 근무자는 단 4명. 모두가 남자였다. 닭 똥과 기타 재료를 발효시켜 비료를 만드는 생산 공장은 악취가 진동했다. 모든 작업은 중장비가 동원돼 진행됐고 20kg 가까운 비료를 상하차 하는 등 남성 노동자들도 힘겨워  하는 일이었다.

임 씨는 생산공정에서 비료를 포장하는 기계를 조작하는 업무를 맡았다. 서러워도 참고 이겨 내겠다고 이를 악물고 업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임 씨를 상대로 회사가 벌인 비인간적 행위는 이것도 끝이 아니었다. 
보은공장으로 출근한지 이주 째 되던 2012년 11월 19일. 회사는 임 씨에게 한 장의 공문을 전달했다.

‘중장비 면허 취득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에는 임 씨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공문에는 “생산직 근무에 따른 중장비 운행을 위하여 2013년 3월 31일 까지 관련 면허를 취득하시기 바라며 기한 내 면허 취득을 하지 않을 경우 그에 따른 조치를 할 예정입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임 씨는 이때 절망을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이상 물러 설 곳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임 씨는 당시 심경을 밝혔다. 15년 동안 사무실에서 경리업무만 수행했던 임 씨는 지게차 운전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임씨는 회사가 정한 마감 기한인 3월 30일 이전인  3월 30일에 지게차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그리고 2013년 5월 1일,  회사는 결국 임 씨를 원 근무지인 전주지사에 다시 발령을 냈다. 시련에 굴하지 않는 임 씨의 행동에 회사가 굴복한 것이다.


생산직보다 많은 관리직

(주)KTGO연협농업회사법인은 1994년 정부 ‘잎담배 생산기반구축사업 중장기 계획’에 의거 양질의 부산물비료(퇴비)를 연초경작농가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이를 위해 정부는 100억원 가량을  엽연초생산협동조합중앙회에 지원했다. KTGO연협은 이를 바탕으로 자회사인 (주)KTGO연협농업회사법인을 설립했다. 주식회사이지만 정부의 공적 자금이 들어간 사실상의 공기업인 셈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조직 구성은 매우 기형적이다. 생산 공정에 근무하는 생산직 노동자는 11명에 불과하다. 이 외에 임 씨와 같은 경리 업무 2명을 제외하곤 모두가 관리직이다. 이 회사 노동자들에 따르면 생산직과 관리직의 임금은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 회사에 근무 한지 15년이 됐다는 한 남성노동자의 지난해 연봉은 3500만원. 반면 이 회사 관리직 중 실장급은 연봉 8000만원, 과장급은 7000만원에 달한다고 임 씨는 전했다.

(주)KTGO연협농업회사법인의 사장은 별도로 있으며 연협중앙회 회장은 비상근직인 대표이사를 수행한다. 하지만 비상근직인 대표이사도 연간 1800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이 회사의 매출도 놀랍다.  생산직 노동자가 11명에 불과하지만 매출액은 20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이 회사는 2011년 적자를 이유로 경영상의 위기를 극복한다며 여성 노동자인 임 씨의 해고를 수단으로 선택했다. 관리직원의 인건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는 임 씨를 제물로 삼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생산직 노동자의 임금도 삭감했다. 임 씨에 따르면 2012년 1인당 월 15만원을 정액 삭감했다고 한다. 반면 고임금을 받는 관리직원의 임금은 인상했다. 임 씨는 생산직원의 임금을 삭감했던 2012년에 회사는 관리직원의 임금을 4.3% 인상시켰다고 밝혔다.

현재 (주)KTGO연협농업회사법인에 근무하는 11명의 생산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임 씨 등 생산직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불평등한 임금체계를 개선해 달라는 것이다. 연간 700%의 상여금을 받는 관리직처럼 똑 같은 직원인 생산직에게도 같은 상여금을 지급해달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생산직 사원은 현재 500%의 상여금만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주)KTGO연협농업회사법인 장세천 사장은 정부정책에 맞추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장 사장은 임 씨를 해고한 것에 대해서는 중앙회에서 총무부서를 없애라고 해서 이뤄진 이일라고만 답했다. 임금 구조가 불평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차츰 차츰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 사장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부지원을 받아 설립된 회사가 사무직 여성노동자를 전주에서 보은공장으로 전보시키고 중장비 면허 취득을 강요한 것은 심각한 인권 유린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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