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사회문화부 차장

▲ 박소영 차장
청주시내 도심은 아름다운가. 그렇지 않다면 왜인가. 건물이 지어질 때마다 조형물이 법에 따라 설치되고, 이를 미술품장식위원회가 심의한다. 옥외광고물에 대해서도 규제가 있다. 하지만 정작 거리를 보면 불법광고물이 버젓이 서 있고 형형색색의 간판들이 목소리를 높인다. 그 또한 아름다움이라고, 그것이 우리들의 정체성이라고 규정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거리는 공공의 공간이다. 공공의 공간에 무언가 건축되거나 설치될 때 일종의 합의과정이 필요하다. 어쩌면 아름다운 것 뒤에는 불편함이 따를지 모른다. 파리나 이태리의 문화재 건축공사가 수십 년에서 100년을 넘게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은 소음과 먼지를 참고 기다려야 한다. 개인주택일지라도 마음대로 창문을 내지 못하고, 시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분명 아름답기 위해 불편을 감수할 것이다.

청주시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고, 올해 6월 통합이 되면 83만 인구를 자랑하게 된다. 곧 100만 도시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쯤에서 우리는 도시의 디자인에 대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드웨어를 바꾸는 오세훈 식 디자인 도시를 말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시각적으로 아름다운가? 이 고민을 진지하게 해봤으면 좋겠다. 청주시에서 진행하는 공공건축물, 표지판, 조형물 모두가 고려 대상이 돼야 한다. 통합시가 되면 바꿀 것이 많다.

주민센터 엠블럼부터 시작해서 거리에 있는 기관명까지. 통합이 되면 헌 간판을 떼고 새 간판을 분주하게 달아야 할지 모른다. 그런데 이러한 고민이나 심의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되지도 않고, 언제 이뤄졌는지도 알지 못하는 것 자체가 슬픈 현실이다.

민선 5기 청주시가 공간의 질, 삶의 질을 내세운 것은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단체장이 더 이상 성장 프레임에 갇혀서 도시를 바라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디테일이 부족하다. 대표적인 정책이나 공간이 눈에 띄지 않는다.

갈등을 관리하고 민주적으로 푸는 것도 소통이다. 이러한 소통정신은 앞으로도 더욱 강조될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더욱 더 빨리 소통하고 있는데 공무원 사회만 정지돼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각 기관의 단체장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몇 차례 의견수렴의 절차만을 가지고 시민들의 의견수렴을 했다고 말하기엔 무리수가 따른다.

시민단체들도 기존의 형식과 운영체계를 벗어나 새로운 연대를 구상해야 한다. 좀 더 말랑말랑한 행정이 펼쳐지면 안 될까. 아무리 봐도 청주시내 공공의 건물 중에 마땅히 엉덩이를 깔고 수다를 떨 수 있는 공간은 없다. 공공건물은 여전히 너무 엄숙하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행복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 누구든지 사용예약을 하면 사용할 수 있는 안락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통합 청주시가 해야 할 일이다. 담장만 허무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이제는 시민들에게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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