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준 사진부 부장
당시 산 넘어 오리들의 소리가 진동하는 곳을 찾았다. 힘겹게 고개를 넘자 오리를 생매장하는 현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현장은 끔찍했다. 농장에서 구덩이로 가는 울타리가 만들어져 있었고 오리들은 뒤뚱뒤뚱 동료들의 뒤를 따라 줄줄이 깊은 구덩이로 떨어졌다.
일부는 마지막 순간을 안 것일까? 발길을 돌리는 오리들도 보였다. 그러나 다시 기어 올라오는 오리들은 방역원들에게 여지없이 제압을 당했다. 구덩이에 들어간 오리들은 두 눈을 뜬 채 흙에 묻혔다. 당시 그 잔인한 현장모습을 본 후 한동안 오리고기를 멀리했던 기억이 있다.
10년이 지난 2월초, 다시 한 오리 살처분현장을 찾았다. 예전과 다른 것이라면 침출수가 새어나오지 않게 마대자루나 플라스틱 통에 담아 처리했을 뿐 생매장 살처분은 그대로였다. 심지어 수박농장 앞에서 살처분하는 곳도 있어 해당 농민은 분개했다. 지금까지 진천에서는 닭 48만 6000 마리, 오리 27만 4000 마리 등 모두 76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동물보호단체는 “예방적 차원에서 3km 지역의 모든 가금류를 죽이는 것은 무모하고 무식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며 “외국에서는 전례가 없는 매우 비과학적이고 잔인한 대량 동물학대이자 학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보다 넒은 공간에서 사는 가축들은 면역력이 좋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동물복지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많은 컷을 카메라에 담아 왔지만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으로 생명이 생매장되는 현장은 결코 담고 싶지 않다.
육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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