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고, 살고, 그리고 묻혀져야 할 터전인 충북은 ‘글쎄’ 정서로 갈 수 밖에 없는가.

지난 1998년 일본인인 이케아라 마로루가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한국인’이란 책이 국내에 베스트 북이 된 적이 있었다. 대부분 한국과 한국인의 문제점에 대해 신랄히 비판을 한 내용이었다. 당시 외국인으로서 한국인 정서에 맞지 않는 독설을 퍼 붓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중병을 고치는 방법으로 극약 처방을 내어 준 것으로 많은 독자들은 이해했고, 이 책은 베스트 북이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지역의 정서는 어떠한가. 지금 내가 맞아죽을 각오로 쓴 충북.충북인을 책으로 펴낸다면 열흘이 못가 맞아 죽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떤 분은 빙그레 웃을 테고, 어떤 분은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할 것이고, 어떤 분은 무슨 헛소리냐고 호통을 치시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분은 필자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글쎄~’라고 할 것이다.

‘글쎄’는 사전적으로는 망설여지고 대답이 곤란할 때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행태에서 쓰이는 말로 전국적으로 사용되는 단어이지만 충북에서 가장 애용되는 단어이다. 그래서 혁신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의 말의 구성을 보면 대 부분 다음과 같다. ‘글쎄, 틀림없다니까요!’

얼마 전 시내 한 모임에서 모 사회단체 임원께서 충북 사람들 빨리 바꿔야 하는 것이 자기 입장을 유보하는 태도라고 하였다. 그 동안 충북의 정서는 ‘글쎄’ 단어를 애용하면서 너나, 사석공석을 따지지 않고 입장 유보의 양반적 기질을 보여 주었다. 생각에 따라서는 입장 유보는 대화의 상대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미덕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입장 유보를 한 것으로 끝내야 미덕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자리에서는 입장유보, 그리고 돌아서서는 자신이 공자, 맹자나 된 양으로 자의적인 정리를 통해 피아(彼我)를 식별하여 패를 분리하고, 그리고 자르고, 부수고, 꼬집고, 갈기갈기 씹고 또 씹어 결국에는 자신도 되씹히는 그런 악의적 순환 겪는 사례가 많다. 참으로 안타깝고 퇴폐적이지 않은가. 충북 지역의 정서가 정말 이렇다면 우리에게 무슨 희망이 있는가.

늘, 충북 사람들의 입장 유보 애용자들은 그렇게 이야기한다. ‘순리를 따라야 한다’, ‘너무 강하게 나가지 말라’, ‘중간만하면 된다’, ‘한 템포 늦춰라’, ‘어린 네가 참아라’, ‘따져서 뭘 하겠는갗, ‘조금만 천천히 하지’, '다음에 다시 생각합시다',‘그럴 것 같기도 하고... 안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글쎄~~’이다. 그러므로 앞장서서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죽을 맛이다. 물음의 답변을 듣질 못하니 답답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면서부터는 씹혀야 한다. 그것이 우리 지역의 정서적 패턴인 것 같다.

이쯤 되면 나도 맞아 죽을 각오를 해야 하는가. 논객 허후는 시비음에서 시비진시시환비(是非眞是是還非)라고 하여 진실로 옳은 일도 시비를 걸면 그르게 된다고 하였다. 불입호혈 부득호자이다. 바둑에서는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가 나온다고 한다. 탁상공론은 시비를 논하게 되며, 시비 논의의 결론은 시환비가 되는 것이 대 부분이며 모험을 하지 않고는 얻는 것도 미미하므로 우리는 토론의 장에서는 할 말을 다 쏟아내야 한다. 그리고 대화를 시도하여 타협을 이끌어 내야 한다. 토론과 대화의 장을 벗어나 의지의 피력 자를 도모하는 것은 속칭 ‘뒤에서 호박씨 까는 소리’인 것이다.

지금, 충북은 할 일이 너무 많다. 지역균형발전정책의 한 복판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일심 단결하여야 하고, 신행정수도 이전을 고려한 충북 발전 비전과 계획도 유연하게 수정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지역 기업 살리기, 중앙 정부 기관과 산하기관 지방 이전에 대응한 지역 경제의 특성을 고려한 이전 기관 선정 및 유치 활동 등 일반 행정 외에도 수많은 특별한 일들이 많다. 또한 IT&BT 산업의 중점 육성을 도 시책으로 내놓았으므로 2002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의 열기를 지속적으로 살려서 당시 중앙정부의 바이오산업 육성 5대전략, 38개 세부과제 등 정책 제시 내용 등을 꼼꼼히 살펴가면서 침체된 충북 사업을 활성을 위한 첩경이 되도록 하겠다던 다짐을 다시 한 번 도민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지방화 시대이다. 그러므로 충청북도 행정기관이 해야 할 일은 우리 지역인 모두의 일인 것이다. 우리 지역인은 이제는 행정기관 무조건 탓하기 전에 관심을 보이고, 발전적 의견을 개진하고, 토의하고, 질책하고, 그리고 후방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야 한다. 가능한 한 할 말은 앞에서 하고, 잘 못된 것은 스스로 시인하고, 관용을 베풀고 하는 모습들이 너무 필요하다. 우리 역사의 패거리 표본이 조선 숙종 때는 서인과 남인, 영조 때의 노론, 소론이다. 결과적으로 사도세자를 뒤주에서 죽게 하고, 영조가 만든 탕평책이 패거리들의 극성이 어느정도 인지를 가늠케하는 것이 아닌가. 탕평채(여러가지 재료가 섞이어 만들어지는 음식의 종류)보면 잘 알 수 있는데 과연 이러한 고육책이 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겠는가.

사람들의 속성은 예컨대, 영화가 새로 나오면 개봉 일에 꼭 관람해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먼저 관람한 사람들의 평가를 들어보고 영화관을 찾는 사람, 비디오로 출시되어 1,500원에 빌려 볼 수 있을 때 보는 사람, 500으로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는 사람 등등 천차만별이다. 그러므로 생각이 다를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을 표출하는 방식, 시기에 따라 사회적 현상에 반영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이 있다.

이제 충북인은 좀더 적극적인 사고와 혁신적 사고를 가져야 할 필요를 느낀다. 앞에서 이야기 한 것과 같이 우리 지역의 경제만을 한정하여도 합심하여 할일이 많다. 예컨대, 바이오산업만 보더라도 2001년 엘빈 토플러는 내한하여 한국 미래의 가장 유망 산업으로 바이오산업을 추천했다. 1997년부터 영국 스코틀랜드에서는 바이오 연구를 포함한 산업육성을 급진전시키기 위해 교육연구 인프라 조성, 바이오연구거점 개설, 바이오센터등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충북도 지난 2002년부터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생명공학연구소 유치 등 활동을 펴고 있다. 그렇다면 도민은 이러한 지방 정부시책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지자체는 도민이 정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여야 하며 유관기관의 집중적인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다.

충북인은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다. 최근 현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인 직지를 세계에 알렸고, 교육 도시라는 정통성도 확보하고 있다. 인심 좋은 청풍명월의 양반 고장이란 대의적인 인정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시대적 요청으로 지방화 시대를 대비하여야 한다. 장마 비로 떠내려가는 멍석위의 고추를 바라보며 타들어가는 가슴속과 달리 의연한 척 책만 읽고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던 체통은 이제 우리의 옛 문화로 간직하고, 시대적 감각을 살려 누구든 급박할 때에는 움직이고, 리더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겠다. 그러기위해서는 충북인은 좀더 입장 유보에서 벗어나 자기 색깔을 갖고 적극적 참여를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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