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균 취재1팀 기자

청주시 공무원들의 무책임한 행태가 도를 넘었다. 국비 1억 5000만원과 도비와 시비 각 4억원 등 세금 9억 5000만원을 들여 건립한 청주향교연수원 수의계약 의혹을 취재 도중 나타난 시 공무원들의 모습은 정말 기가 막히다.

1월 20일 취재가 시작된 후 시 해당부서 관계자는 현재 병가 중이고, 업무를 인계받은 공무원은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이런 상황은 3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했다. 종합건축공사에 해당하는 경우 공사총액이 2억원이 넘으면 공개경쟁입찰이 의무화 돼 있는 관련 법률 위배 여부에 대해 시 공무원들은 ‘알지 못한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기획예산과 관계자는 소관 부서가 아니라며 회계과에 문의하라고 했다. 회계과에 문의하자 문화관광과에 알아보라고 했다. 문화관광과 담당자는 자신은 담당이 아니고 대행자라며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2008년 당시 업무를 맡았던 공무원이 성화동사무소에 근무한다며 그에게 알아 보라고 했다.

성화동사무소에 근무하는 공무원에게 연락하니 “오래된 일이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문서가 보관돼 있으니 문화관광과로 알아보라고 했다. 기획예산과는 회계과로, 회계과는 문화관광과로, 문화관광과는 성화동사무소로, 성화동사무소 관계자는 다시 문화관광과로 이렇게 수건을 돌렸다.

민간자본보조사업에 대한 관련 법령도 아는 공무원이 없었다. 계약관계 업무를 수행하는 회계과 담당자는 “‘지방자치단체계약에 관한 법률’에 대한 사항은 알지만 민간자본보조 사업의 경우 해당 부서에서 담당한다”며 해당부서에 알아보라고 했다. 문화담당과 관계자는 “관련 법률은 잘 모르겠다”며 “계약담당 부서에서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시 공무원들 중 관련 법률을 꿰뚫고 있는 사람은 없는 셈이다. 확인된 것은 오직 ‘공무원들은 다른 공무원이 알고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청주연초제조창 부지 매각 연루 의혹에서 벗어난 한범덕 시장이 기자들에게 소회를 털어놨다고 한다. 한 시장은 시정을 자신 혼자서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시정을 책임진 시장과 시 공무원들은 남이 아니다.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다. 하지만 현재 청주시 공무원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인지 가히 의심스럽다. 오히려 한 시장에 대한 ‘X맨’을 자임한 것은 아닌지 조차 의구심이 들 정도다.

청주시 공무원들은 이제라도 세금 귀한 줄 알아야 한다. 막대한 세금이 소요된 사업이 특정인의 잇속을 채워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청주향교에 대한 지원 세금이 적절하게 사용됐는지 지금이라도 확인해야 한다. 담당자가 병가 중이라거나 기억나지 않아서 확인할 수 없다는, 말도 안 되는 답변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청주향교 의혹 취재 도중 뇌경색 증상으로 쓰러진 오옥균 기자의 조속한 쾌휴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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