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100리길’에서 이야기가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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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100리길’에서 이야기가 피어난다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4.02.1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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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읍 저곡리 정미소는 건축대장 기재연도 1945년
느티나무우물 등 재미 쏠쏠한 역사문화 콘텐츠 풍성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없던 시절, 질화로에는 고구마와 알밤이 익고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로 겨울밤도 무르익었다. 할머니의 할머니로부터 할머니에게로, 다시 어머니를 거쳐 전해진 구전(口傳)은 그래서 생각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하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이하 문화재단)이 진행하는 ‘세종대왕 100리길 프로젝트’를 통해서 흥미진진한 마을의 문화브랜드가 발굴되고 있다. 문화재단은 지난 1월15일부터 3월12일까지 일정으로 주민역량 강화를 위한 아카데미를 열고 있다.

▲ 16년 전만 해도 활기차게 돌아갔던 저곡리 정미소의 건축대장 기재연도는 1945년. 그러나 그 이전에 지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아카데미의 대상자는 청주시 산성마을, 청원군 덕암리·형동리·비상리·우산리·저곡리·초정리, 증평군 율리·남하리 등 9개 마을 주민대표 36명. 문화재단은 매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3시간씩 내수읍사무소에서 마을가꾸기 전문가의 강의 및 토론을 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주민들은 세종대왕 100리길의 역사문화 콘텐츠를 찾아내고 마을별 대표 상품과 문화브랜드를 발굴하게 된다.

청원군 내수읍 저곡리의 오래된 정미소(저곡길 34호)도 이 과정 속에서 조명을 받게 됐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100년 안팎의 역사를 지녔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미소다.

이농수 저곡리 이장은 “우리 동네의 역사가 300년은 되는 것으로 안다. 닥나무가 많은 고을이라서 닥나무 ‘저(楮)’자를 쓴 것으로 안다. 동네에 지금도 두 개의 우물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동네가 생길 때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미소는 한 100년은 됐다고 들었는데 처음엔 동네 어른 몇 분이 공동으로 운영하다가 나중에 개인소유가 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현재 이 정미소는 운영자였던 이기성(1998년 작고)씨가 세상을 떠나면서 피대소리가 멈춘 상태다. 현 소유자는 이씨의 아들인 이강환씨다. 이씨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나도 그 마을에서 나고 자랐고 25년 전에 청주로 왔다. 한때는 영화를 누렸던 정미소다. 인근 초정, 우산리에서도 다 우리 정미소로 쌀을 찧으러 왔다”고 말했다.

콘텐츠 개발 여부 주민이 결정

▲ 느티나무 아래 물이 고이는 우물. 주민들은 나무가 물을 머금었다가 다시 뱉어내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이씨는 또 “아버지가 옛날에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던 한량이었다. 처음엔 동네사람들이 하다가 1962년부터 우리 아버지가 운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까지는 정미소가 돌아갔다. 원래는 발동기로 통통거리며 방아를 찧었는데, 나중에는 힘이 부쳐 8톤 자동차 엔진으로 교체했다. 지금도 기름 치고 녹 난 것을 손보면 피대가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정미소 건평만 100평이 넘고 마당도 널찍해 텃밭으로 가꾸고 있다”며 “좋은 일에 쓰고 마을에서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호응해줄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내수읍사무소에 따르면 이 정미소의 건축대장 등재연도는 1945년이다. 읍 관계자는 “건축대장은 1970년대 후반, 과세대장에서 건축물대장으로 바뀐 것이라 정확하지 않다. 실제 건물은 그 이전에 지어졌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저곡리는 정미소 외에도 앞선 언급한 우물 등 역사문화콘텐츠가 진진하다. 광역상수도가 들어온 지금도 서너 가구가 물을 길어먹는 돌우물도 있지만 나무뿌리에서 떨어진 물을 받아먹는 느티나무 우물도 화젯거리다.
 
이농수 이장은 “수백 년 된 느티나무 뿌리에서 고로쇠나무처럼 물이 떨어진다. 그걸 받아서 식수로 쓴다. 나무가 물을 저장했다가 다시 뿜어내니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규식 문화재단 코디네이터는 “모든 것은 주민이 결정하게 된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을가꾸기 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컨설팅도 지원하며, 협동조합 등 공동체 구성도 이끌어낼 것이다. 교육이 끝나면 주민과 재단, 행정기관 등이 힘을 모아 문화콘텐츠로 차별화된 마을을 가꾸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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