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옥천성당 앞에서 전 천주교정의구현 사제단 총무신부였던 김인국 신부를 규탄한다며 고엽제전우회 등 보수단체가 집회를 진행했다. 집회가 시작 된 지 한 시간이 지나자 참가자들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냥 서 있기도 힘들어 보이는 80대 참가자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빨갱이를 잡아야지. 김일성을 죽여야지”라며 경찰에게 호통쳤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었다.


군복을 입고 참석한 김영년 고엽제 전우회 충북지회장. 그는 “김인국은 평생 제 손으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 놈이다. 몰아 낼 때까지 투쟁하겠다. 주둥아리를 오버루크 쳐버려야 한다”고 막말을 쏟아냈다. 지회장이 연설을 하고 있는 동안 성당 입구에선 70대 후반으로 돼 보이는 노인이 소리를 질렀다. “빨갱이 새끼 들, 마귀 새끼 덜, 니들이 전쟁을 겪어 봤나”라고 외쳤다.

김찬수 ‘대한민국수호천주교모임’(이하 대수천) 공동대표는 “종북 김일성 주의를 신봉하고 김일성의 영생을 기원했고 예수를 모독했다. 하나님의 이름 파는 종북 좌파 김인국. 만경대의 하나님 이름을 파는 김인국을 규탄한다”고 외쳤다. 대수천 대전행동 M16 김장철 대표는 김인국 신부를 정치깡패로 규정했다. 그리고 “인간 말종 가짜 신부 신부복을 벗어라”고 외쳤다. 미사를 보러 성당으로 들어가던 70대 중반의 한 노인은 “자기들 집에서 저러지. 왜 여기서 난리야”라며 짜증을 냈다.

반면 성당 내는 고요했다. 미사를 마친 600여명의 신도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하며 가볍게 담소를 나눴다. 군복입은 고엽제전우회나 대수천 관계자들의 집회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한 신도는 “눈도 홀기지 말고 미워하지도 말고 사랑해야 한다고 김인국 신부가 말했다”고 밝혔다.

한편 집회참가자들은 ‘학교폭력신고 및 상담’이라는 스티커가 부착된 고엽제차량 30여대를 타고 참석했다. 옥천 경찰 관계자는 서울, 강원 등 전국에서 200 여명이 참가했으며 옥천참가자는 30명 내외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