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석렬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그 누구도 장기적 결과를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요동치고 있다. 누구보다도 그 정세의 변화에 영향 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이 변화의 주된 흐름을 놓치지 말고 필요하다면 우리의 의지로 그 흐름을 제어해야 할 것이다.

우선 중국의 지속적 경제발전으로 중국은 명실 공히 G2의 일원으로 미국과 이 지역에서 상생, 대립하고 있다. 경제적인 상호의존성은 이 두 나라의 협력을 강화하는 요인이지만, 약화되는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어떤 지점에서 저지하려 할 것이다. 작년 봄부터 미국은 아시아로의 축 이동이란 이름으로 해군력을 아시아, 태평양권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에서 미중 세력의 각축은 더욱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다음은 일본의 우경화이다. 후쿠시마 재앙이후로 그나마 자유주의적 성향이 남아있었던 민주당 정권이 몰락하고 아베의 초강경 극우세력이 일본열도의 정치를 장악하였다. 과거 식민지 지배의 잘못을 인정한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하고 헌법 개정을 통해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만들겠다는 그들의 정책은 한국과 중국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은 과거와는 달리 일본의 개헌 움직임에 암묵적 동의를 보내고 있다.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아베는 지금의 동아시아 상황이 일차 대전 직전의 유럽 상황과 비슷하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댜오위다이/센가쿠 열도의 영유권 분쟁은 우발적 군사충돌의 가능성을 높게 만들고 있으며, 이런 우발적 충돌은 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넌지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또한 북한의 핵위협을 핑계로 선제공격 능력을 키우기 위해 최첨단 미사일 방어시스템과 공군력, 이지스 함을 포함한 해상 무력을 획기적으로 키우고 있는데, 이는 유사시 한국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한반도에 군사 개입할 여지를 만든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 대박론”을 들고 나왔다. 과거 북한의 실력자였던 장성택의 갑작스런 숙청과 잔인한 처형은 경악할 사건이었지만, 이는 김정은 정권의 취약함을 드러내주는 징표로 읽힌다. 이런 가운데 나온 통일 대박론은 북한 급변상황을 예견한 흡수통일에 대한 생각을 깔고 있는 것일까?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의 고조와 미중 양국 간 각축, 중국-러시아 축과 미일 축의 군사적 대립은 한국의 외교적 처지를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방한 중에 노골적으로 박대통령을 향하여 베팅을 잘하라고 할 정도이다.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성이 큰 한국으로서는 매우 곤혹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한국은 장기판의 졸처럼 미국이나 중국이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카드인가?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남북관계의 경색은 동아시아의 새판짜기 게임에서 한국의 발언력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 핵확산 문제가 관심사인 미국은 한국의 보수정권과 협력하여 북에 대한 강경정책을 펴는 데 관심이 있으며 일본 역시 한국의 입장을 고려할 아무런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북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미국은 핵확산 저지를 위해서도 한국의 입장을 경청할 것이며,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난동도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올해의 동북아시아는 한국 주도의 평화로의 반전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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