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首老부인의 해외 패션쇼


글: 이재표 그림: 옆꾸리

옆에는 바위가 마치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데 높이가 천 길이나 되었고 위에는 철쭉이 활짝 피어있었다. 순정공의 부인 수로(水路)가 그것을 보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누가 내게 저 꽃을 꺾어 바치겠소?”
따르던 사람들이 말하였다.

“사람이 오를 수 없는 곳입니다.”
다들 나서지 못하였으나 옆에서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노인이 부인의 말을 듣고는 그 꽃을 꺾어 와서 가사(歌詞)도 지어 함께 바쳤다. 그 노인이 어떤 사람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다시 이틀째 길을 가다가 또 임해정에서 점심을 먹는데, 바다의 용이 갑자기 부인을 낚아채 바다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공이 넘어지면서 발을 굴렀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또 다시 한 노인이 말하였다.

“옛 사람이 말하기를 ‘여러 사람의 말은 무쇠도 녹인다’고 하니 바다 속 짐승인들 어찌 여러 사람들의 입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까? 경내의 백성들을 모아 노래를 지어 부르면서 지팡이로 강 언덕을 두드리면 부인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공이 그 말에 따르니, 용이 부인을 모시고 바다에서 나와 바쳤다. 공이 부인에게 바다 속의 일을 물었다.
“일곱 가지 보물로 꾸민 궁전에 음식들은 맛이 달고 매끄러우며 향기롭고 깨끗하여 인간 세상의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삼국유사 기이2 수로부인 중에서>

한 권력기관이 선거에 개입한 것을 놓고 불복하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심지어 다른 권력기관의 총수조차도 진실에 접근할 태세였다. 수로(首老)가 그것을 보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누가 내게 저 목을 꺾어 바치겠소?”
수많은 사람들이 말하였다.
“사람이라면 옳지 않은 얘깁니다.”

다들 나서지 못하였으나 1992년부터 복국을 좋아하는 노인이 부인의 말을 듣고는 그 목을 꺾기 위해 ‘혼외자’라는 추문(醜聞)을 지어 함께 바쳤다. 그 노인의 실체는 세상이 다 알았다.
세월이 흘러 수로의 집권 1년을 맞았으나 불복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바다에 용이 있다면 낚아채 바다 속으로 들어갈 버릴 기세였다. 수로는 바다 밖의 세상으로 나가 세상의 관심으로부터 잠시 벗어났다.

또 다시 한 노인이 이렇게 말했던 것이리라.

“옛 사람이 말하기를 ‘여러 사람의 말은 무쇠도 녹인다’고 하니 인의 장막 속 제왕인들 어찌 여러 사람들의 입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까? 경내의 백성들이 모여 노래를 지어 부르면서 몽둥이로 방패를 두드리면 부인도 하야할 판입니다.”

부인은 그 말에 따라 바다 건너 인도로 나아가고, 멀리 구라파 스위스에까지 이르더라. 부인에게 바다 밖의 일을 물었다.

“방문하는 나라마다 국기 색깔을 고려해 옷을 바꿔 입었더니 화려하면서도 품위가 있어 인간 세상의 옷이 아니었습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